소주, 맥주, 와인, 샴페인, 막걸리…세상에는 다양한 술이 있죠. 이 중 여러분의 ‘최애’ 주종은 무엇인가요? 혹은 직장에서 회식할 때, 친구들과 홈파티를 할 때 어울리는 술로는 각각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많은 사람이 회식으로는 가성비 좋게 먹을 수 있는 소주와 맥주, 홈파티로는 분위기 내기 좋은 와인이나 샴페인을 떠올리실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홈파티로는 분위기 내기 좋은 와인이나 샴페인을 떠올린다. ⓒ게티이미지뱅크
40·50대 사랑받던 막걸리
이제는 MZ세대에서 ‘대세’
막걸리는 어떤가요? 비 오는 날 파전을 생각하면 막걸리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도 있죠. 전통주 막걸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0대 이상 어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오픈서베이’ 푸드다이어리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성별 및 연령별 막걸리 섭취 비중을 조사한 결과 40·50세대의 막걸리 섭취 비중이 전체 연령에서 70%를 차지했죠. 사람들의 인식과 실제 섭취 비중을 봐도 막걸리는 그야말로 ‘어른의 술’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파전을 생각하면 막걸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막걸리는 최근 젊은층에게 ‘힙’한 술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막걸리는 이제 더 이상 어른들만의 술이 아닙니다. 막걸리는 와인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면서도 좋은 분위기를 내 가성비 있는 술로 통합니다. 젊은층의 막걸리 구매가 활발해지면서 막걸리 업계도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패키지와 맛으로 차별화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프리미엄 막걸리 등장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즐길 수도 있죠.
젊은층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막걸리 시장도 커졌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소매 시장 규모는 2016년 이전까지 3천억원대였지만 2021년에는 5천억원대로 성장했습니다. 막걸리 인기 상승이 체감되시나요?
‘탄산?’ 혹은 ‘부재료?’
내 취향 막걸리 무엇일까
그럼, 막걸리는 어떤 술일까요? ‘술알못(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맛있는 막걸리를 드시고 싶다면 이 글을 끝까지 주목해주세요.
국내 전통주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요. 농산물을 발효한 ‘발효주’와 발효주에 열을 가하고 증류시킨 다음 수증기만 모아서 만드는 ‘증류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발효주의 대표주자는 막걸리입니다. 쌀, 보리, 밀 등 곡물을 찐 후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합니다. 발효가 끝난 후 따로 내용물을 걸러내는 작업이 없어서 그 자체로 탁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탁주’라고 불리지요.
전통주는 농산물을 발효한 ‘발효주’와 발효주를 증류시킨 ‘증류주’로 나눌 수 있다. 막걸리는 대표적인 발효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발효주 중에서도 탁주에 속하는 막걸리는 재료와 발효 기간 등 양조하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맛을 냅니다. 우리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다양하죠. 어떤 유형의 막걸리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도 달라집니다.
막걸리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자신의 취향은 무엇인지 꼼꼼히 고려해보세요.
톡톡 튀는 탄산의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몬스터빌리지의 소풍막걸리이다. ⓒ몬스터빌리지인스타그램캡처
첫번째 유형은 톡톡 튀는 탄산의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막걸리입니다.
치킨에는 맥주, 피자에는 콜라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탄산감 있는 막걸리는 기름진 음식과 먹기 좋습니다. 음식의 느끼함을 막걸리가 싹 잡아주거든요. 탄산을 느낄 수 있는 막걸리로는 ‘동강주조’의 ‘얼떨결에 스파클링 막걸리’, ‘몬스터빌리지’의 ‘소풍 막걸리’ 등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막걸리는 대표적으로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막걸리가 있다. ⓒ배상면주가홈페이지캡처
두번째 유형은 막걸리 특유의 부드러움이 강하게 느껴지는 막걸리입니다.
다른 유형에 비해 막걸리의 단맛이 두드러지죠. 단맛에는 무엇이 어울릴지 생각해보면 페어링할 음식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매운맛입니다. ‘맵단’ 조합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중독성이 강하죠? 달고 부드러운 막걸리에 어울리는 매콤한 음식을 추천하자면 떡볶이, 닭발 같은 메뉴들이 떠오르네요. 대표적인 부드러운 막걸리는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막걸리’, ‘배혜정도가’의 ‘호랑이생막걸리’ 등이 있습니다.
국순당 고창명주의 자연담은 복분자막걸리는 부재료로 색다른 맛을 낸다. ⓒ국순당고창명주홈페이지캡처
세번째 유형은 일반 막걸리에 개성 있는 부재료를 더해 새로운 맛을 내는 막걸리입니다.
한때 막걸리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알밤막걸리나 밤막걸리가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견과류나 과일이 들어가 색다른 향을 느낄 수 있는 막걸리에는 가벼운 디저트류가 어울립니다. 특색있는 막걸리의 부재료와 어울리는 디저트를 드셔보세요. 예를 들어 땅콩막걸리는 견과류와 함께, 딸기막걸리는 딸기가 들어간 간식과 드시면 더욱 특색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부재료로 색다른 맛을 내는 대표적인 막걸리는 ‘조은술세종’의 ‘우도땅콩막걸리’와 ‘국순당 고창명주’의 ‘자연담은 복분자막걸리’ 등이 있습니다.
골목양조장의 골목막걸리 프리미엄은 12도로 막걸리 중에서 높은 도수를 자랑합니다. ⓒ골목양조장인스타그램캡처
막걸리가 도수 낮은 술이라고만 생각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네번째 유형은 도수가 높은 막걸리거든요.
막걸리는 도수가 높아질수록 목 넘김도 대부분 묵직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듯 도수가 높은 술이라면 진한 소스나 육수가 있는 갈비찜, 불고기와 같은 진하고 묵직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골목양조장’의 ‘골목막걸리 프리미엄’은 12도로 막걸리 중에서 높은 도수를 자랑합니다. ‘술픽’의 ‘해창막걸리’도 있습니다.
수입쌀로 빚은 막걸리를 전통주로?
막걸리 업계 vs 농가·정치권 갈등
막걸리는 현재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하고 유통망이 한정돼있습니다. 막걸리는 대표적인 우리 술이지만 국내 법령 기준에 충족하는 전통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전통주의 기준은 세 가지가 있는데요. 첫번째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된 술이어야 합니다. 두번째로는 주류 부문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만든 술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식품 명인이 만든 술이어야 합니다. 이 중에서 하나 이상을 충족할 때 전통주로 분류되는데요. 막걸리는 수입산 쌀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막걸리는 수입산 쌀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역 중소 막걸리 제조업체는 오픈마켓 플랫폼을 활용해 제품을 팔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막걸리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막걸리를 전통주로 인정해서 온라인으로 팔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다양한 사업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22년 9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주 시장의 활기를 위해 막걸리를 전통주로 편입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는 지역 농가와 정치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전통주 기준을 개정하는 것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반대 의견은 수입 쌀을 활용하는 막걸리를 전통주로 인정하면 누구나 값싼 수입 쌀로 막걸리를 생산하려고 할 텐데 이에 따라 국산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지역 농가의 생계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 개정안 통과는 정체되고 있다. ⓒ뉴시스
이렇게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 개정안 통과는 정체되고 있습니다. ‘서울탁주’, ‘지평주조’, ‘국순당’, ‘서울장수막걸리’ 등 국내 대형 막걸리 브랜드의 술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기회도 다음으로 미뤄졌습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막걸리 시장의 성장, 나아가 전통주 시장의 성장은 과연 어떤 국면으로 흘러갈까요?
더농부 인턴 박의진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에피큐어 #14, <어떤 타입의 막걸리를 좋아하세요?>
뉴시스, <막걸리도 전통주 인정받을 수 있을까…”지역농가와 타협점 모색 필요”>
이투데이, <막걸리는 전통주 아니다?…정부 ‘전통주법’ 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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