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스페인에서 수입한 달걀이 2023년 1월 10일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수입 달걀은 1월 15일부터 홈플러스와 식자재 업체에서 판매됐습니다. 농식품부는 왜 달걀을 수입했을까요?
달걀 수입은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달걀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한 조치입니다. AI는 조류에게 발생하는 전염병입니다. 2023년 1월 1일부터 1월 10일까지 열흘 동안 AI가 발생한 산란계 농가 지역은 경남 김해시, 경기 김포시, 경기 연천군, 경기 고양시로 모두 네 곳입니다. 3일에 한번 꼴로 AI가 발생했습니다.
소독장비 얼어도 철새는 날아온다!
겨울철에 AI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AI에 대비해 농가는 농장을 드나드는 차바퀴를 소독하며 농장 출입 시 유입될 수 있는 감염 요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농장 내부 출입구, 통로, 환기구도 집중적으로 소독해야 하죠. 그런데 날씨가 추우면 장비가 얼어 소독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AI 확산에 대비해 공동방제단 소독차량이 가금농가를 소독했습니다. ⓒ뉴시스
AI는 새의 배설물과 침, 물로 전파됩니다. 겨울이면 철새가 한국을 찾습니다. 철새가 돌아다니면 바이러스가 묻은 분변이 농장 내로 유입될 위험이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2022년 12월 1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상황 및 조치계획’ 브리핑에서 AI의 절대 변수는 철새라고 말했습니다. 2022년 야생조류에서 AI가 검출된 건수는 2021년보다 3.9배 많았습니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 한 달에만 겨울철새 143만 마리가 한국을 찾았다고 조사했는데요, 2021년 11월보다 17% 증가한 수치입니다.
AI 대비하고 명절 원활한 공급 위해
설 명절 앞두고 달걀 시범 수입했다
수입 달걀이 한국에 도착한 1월 10일, 달걀 수급은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1월까지 철새 유입이 계속되기 때문에 산란계 농장에 AI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달걀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합니다. ⓒ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설 명절에 대비해 민생안정과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했습니다. AI가 발생하면 달걀 가격이 상승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달걀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가격 안정 대책을 추진합니다. 설을 앞둔 1월엔 달걀 소비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달걀 수입이란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번에 수입한 달걀 121만 개는 명절 기간 물가 안정을 위한 수입이기도 하지만, AI로 달걀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시범 수입이기도 합니다.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이번 달걀 수입은 향후 산란계 살처분이 대폭 증가해 국내 달걀 공급이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해 일부 물량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본격 수입 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급 상황 원활한 나라에서 수입
앞으로는 어느나라에서 들여오나
2022년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도 AI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유럽 가금농장에서 AI 발생은 2022년 11월 30일까지 2017건입니다. 2021년보다 약 40% 증가했죠. 미국에서 2021년엔 AI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22년엔 46개 주에서 270건이 발생해 가금류 5054만 마리를 살처분했습니다.
정재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2022년 12월 1일 “다른 나라에서도 달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스페인이나 네덜란드, 호주 국가에서 달걀을 수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달걀 수급이 안정적인 나라에서 달걀을 수입해야 했기 때문에 2023년 1월엔 스페인에서 달걀을 수입했습니다.
수입 달걀은 어떻게 구분할까?
포장지·달걀 껍질 확인하세요!
수입 달걀은 수출국에서 먼저 위생 검사를 거칩니다. 국내에 들어와서도 검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검사는 서류검사, 현물검사, 정밀검사로 이뤄집니다. 서류검사에선 수출검역증명서, 표시사항, 소비기한 등 서류 내용을 확인합니다. 현물검사는 제품과 서류 내용이 일치하는지, 보존·보관상태는 괜찮은지, 변질·부패하진 않았는지 제품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동물용의약품·살충제 등 잔류 물질은 없는지, 살모넬라균에 오염되진 않았는지 등 제품의 안전성은 정밀검사로 알아냅니다. 이렇게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달걀만 수입합니다.
달걀 껍데기에 써진 글자를 보면 수입 달걀과 국내 달걀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스페인산 달걀은 시중에 주로 유통되는 국내산 달걀과 같은 황색 껍데기입니다. 색만 보면 차이가 없습니다. 껍데기에 써진 글자를 보면 어떤 달걀이 스페인산 달걀인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국내산 달걀은 껍데기에 10자리 글자를 표기합니다. 산란일자 4자리, 농장 고유번호 5자리, 사육환경번호 1자리죠. 수입 달걀은 농장 고유번호가 없어 산란일자 4자리, 사육환경번호 1자리로 총 5자리 글자만 표기합니다. 포장지에도 원산지를 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수입 달걀과 국내산 달걀을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원가 부담으로 달걀 산지가격 크게 올랐는데
영향도 없는 AI로 수입…“생산자 말살 정책”
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가격동향을 보면 특란 30개 기준 달걀 산지가격은 2023년 1월 4731원입니다. 2022년 평균 산지가격이 4906원, 2021년 5389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가격은 아닙니다. 2022년 1월 산지가격이 4530원인 것에 비해선 200원 비싸졌습니다.
달걀 생산 원가의 70% 이상은 사료가 차지합니다. ⓒ뉴시스
대한산란계협회는 달걀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른 것은 생산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달걀 생산원가에서 사료는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 사료 가격이 25.4% 올랐습니다. 사료 가격이 오르니 당연히 달걀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산란계협회는 2023년에 달걀 가격이 오른 것과 AI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협회는 “특별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달걀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의 살처분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농식품부가 스페인산 달걀을 수입한 1월 10일 이후로 AI 발생은 2월 7일까지 단 한 건이었습니다. 경기 평택에서 1월 11일에 발생한 것이 마지막입니다.
농식품부는 외국에서 달걀을 수입하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넘겨 시중 마트에 판매합니다. 이때 항공물류비·작업비 등이 듭니다. 달걀 한 판(30개)에 1만2000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수입한 달걀은 국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마트가 사들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에 수입한 달걀은 소비자가 찾지 않아 2125만개 폐기됐습니다. ⓒ뉴시스
농식품부는 2021년에 AI 확산으로 달걀 가격이 오르자 달걀을 수입했는데요, 수입 달걀 중 2125만개는 폐기됐습니다.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싼 값을 들여 수입했지만 팔리지 않고, 폐기비용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강원도의 한 농가는 “달걀 수입에 들인 비용을 사료구매 자금에 지원했다면 달걀 가격이 훨씬 안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장은 “수입에만 의존해 수급을 조절하는 것은 생산자 말살정책”이라며 “생산자와 협력해 상식 있는 정책을 추진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더농부 인턴 송정민
제작총괄: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농촌진흥청, <신선란 초도물량 국내 도착, 이르면 15일부터 시중 공급>
한국경제, <“미국산 달걀 들여왔다는데…한 판 가격 여전히 7000원대?”>
한국영농신문, <비행기 타고 온 ‘스페인 계란’... 누가 수입했나?>
파이낸셜뉴스, <계란값 떨어지는데 수입계란 방출…산란계 농가 "값 더 떨어질라">
이데일리, <미국 아닌 스페인서 계란 수입한 이유는?>
농림축산식품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상황 및 조치계획>
농민신문, <무관세 수입달걀 수억 들여 폐기처분…혈세 낭비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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