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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 감자탕 : 너무 ‘완벽한’ 감자탕 [이용재의 식당 탐구 – 16]

김희중 에디터 조회수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한국 식문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비평가입니다. 식재료, 조리도구, 조리 문화, 음식과 관련한 문화 콘텐츠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이용재 평론가는 격주로 더농부에 ‘식당과 음식 이야기’를 펼칩니다. 맛있는 한 끼에서 그가 얻은 통찰을 함께 나눠 보실까요?


영등포구청 맞은편의 ‘은성 감자탕’은 SNS 트위터에서 ‘구남친 감자탕’으로 통한다. 대체 무슨 사연인가?

한 작가가 ‘예전 남자친구와 너무 맛있는 감자탕을 먹은 적이 있는데 도저히 상호가 기억이 나지 않아 그에게 연락을 해서까지 상호를 알아낸 음식점’이라는 이야기를 올린 덕분이다. 한 번 끝난 연인 관계는 웬만해서는 다시 연락하지 않는 게 통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내기 위해 연락을 했다면 ‘대체 감자탕이 얼마나 맛있기에 그런 것일까?’라고 호기심을 자극해 은성 감자탕은 한동안 소위 ‘바이럴’이 됐다.

영등포구청 맞은편의 은성 감자탕은 SNS 트위터에서 ‘구남친 감자탕’으로 통한다. ⓒ이용재

사실 은성 감자탕은 그런 ‘바이럴’의 대상이 되기 이전에도 이미 훌륭한 음식점으로 인근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마침 근처 동네에 살았기에 나도 종종 찾는 곳이었다.

감자탕도 감자탕이지만 사실 그곳은 허리가 굽은 노년 여성이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1940년대 중반생으로 짐작되는 여성이 대부분의 시간에 혼자 운영했는데 일반적인 거동이 불편해 보일 정도로 허리가 많이 굽은 그의 모습이 솔직히 어떨 때는 감자탕의 맛보다 더 인상에 남곤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감자탕이 별로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구남친에게 다시 연락해서 알아내야 할 정도로 맛이 있을까? 핵심은 이미 식탁에 오르기 전에 감자탕이 완성돼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친숙한 감자탕은 대체로 식탁에서 그 모습을 온전히 갖춘다. 살점이 저절로 떨어지기 직전까지 삶은 돼지 등, 목뼈와 그 육수, 그리고 논쟁의 여지가 일말 있기는 하지만 이름, 즉 정체성을 책임지는 감자를 비롯해 깻잎과 각종 채소, 그리고 경우에 따라 들깻가루를 비롯한 양념들이 수북이 쌓여 식탁에 오른다. 그리고 서서히 끓여 한데 맛을 아울러 나간다.

하지만 은성 감자탕에서는 그 과정이 대부분 주방에서 오롯이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뼈가 이미 양념을 한 국물에 삶다 못해 조려져 있으니, 식탁에서는 이를 국물과 함께 아울러 끓이는 정도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심지어 식탁에 등장하면서부터 ‘이미 조리가 다 돼 있으니 곧 드시라’라는 이야기가 딸려 나올 정도다. 덕분에 식탁에서 특히 참을성이 없어지는 우리 대부분에게는 음식을 놓고 완성을 기다리는 동안 조바심을 덜 낼 수 있어 매우 편하다.

은성 감자탕은 이미 조리된 감자탕이 나와 매우 편하다. ⓒ이용재

게다가 그 완성된 맛 또한 매우 훌륭하다. 한식에서 조림 혹은 찜으로 분류되는 요리는 은근히 난이도가 높다. 직화로 편하게 조리할 수 없는 이런저런 부위를 오래 끓여 부드럽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양념이 잘 배도록 조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둘이 최적의 지점에서 교차해야 하는데, 그걸 이뤄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부드럽게 익히면 간이 안 배거나 무턱대고 오래 끓이면 너무 짜진다.

대표적인 음식인 갈비찜류가 그렇지만 돼지등뼈로 만드는 감자탕은 가식부, 즉 살점이 적어 사실 한결 더 어렵다. 이런 부위가 아주 약간 짭짤하다고, 그래서 밥과 함께 먹으면 간이 딱 맞는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익혀 나온다. 등뼈 치고 은근히 푸짐한 살점 또한 일말의 저항 없이 가볍게 떨어져 나올 정도로 부드럽게 잘 익어 있다.

여기에 먹기 딱 좋을 정도의 편한 온도 또한 덤으로 맛볼 수 있다. 식탁에서 끓여 먹는 국물 음식류의 건더기는 참고 기다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경우가 허다한데, 애초에 미리 익혀 나왔으므로 뜨거워질 때까지 오래 끓일 필요가 없다. 그저 국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먹으면 뼈 또한 적당히 온도가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점을 늘어놓다 보면 ‘그래서 완벽한 감자탕이라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긴 한데, 약간의 부연 설명은 필요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너무 완벽해서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뼈 자체의 완성도에 주력하느라 다른 요소에는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통상적인 감자탕의 건더기를 이루는 깻잎이나 우거지 등을 비롯한 채소류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이용재

한국 식문화에서 ‘탕’이라는 음식 또는 조리 문법은 한마디로 ‘국’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 업그레이드는 원하는 만큼 여러 갈래로 나눠 생각을 할 수가 있지만, 가장 쉽고 간단하게는 건더기를 통해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양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가짓수의 확장을 통한 질로도 꾀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 감자탕은 뼈가 대부분이고 나머지 요소는 빈약하다. 명색이 감자탕이기는 하지만 감자는 2인분에 걸맞은 ‘소’를 시켰을 경우 1개 정도가 나온다. 여기에 통상적인 감자탕의 건더기를 이루는 깻잎이나 우거지 등을 비롯한 채소류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대파와 부추가 간신히 채소의 구색을 갖춰 준다. 이러한 감자탕의 구성은 뼈 자체가 품고 있는 완결성과 더불어 ‘탕’에서 국물의 의미를 상당 부분 축소 시킨다. 우리가 식탁에서 국물 음식을 끓여 먹는 이유는, 현장감도 좋지만 시간을 두고 우러나오는 국물의 맛을 즐기기 위함이다.

그런데 은성 감자탕에서는 이미 이러한 과정을 주방에서 다 거쳤으니, 식탁의 조리는 다분히 요식 행위에 불과하고 그 결과물인 국물에는 의미가 있을 만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여느 감자탕집 것보다는 푸짐하지만 그렇다고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뼈를 다 건져 먹고 나면 식사 경험이 아쉽게도 그대로 끝나버리고 만다. 물론 많은 이들에게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다는 선택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여러 건더기가 품앗이로 자아내는 다다익선의 맛을 누릴 수는 없는 현실이다.

완성도가 낮은, 구색만 간신히 갖추는 깍두기는 탕에서 건더기의 부재와 더불어 식사 경험이 단조로와지는데 일조한다.

여기에 두 가지 외적인 요소가 맛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는 맛이 너무 없는 밑반찬, 깍두기이다. 이 칼럼을 통해 많은 음식점 특히 국물 음식을 내는 곳의 맛이 덜 든 김치를 지적해 왔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고 아마도 지금까지 탐구해본 음식점들 가운데 안타깝게도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맛이 없으니 깍두기가 거의 생무에 가깝다. 이처럼 완성도가 낮은, 구색만 간신히 갖추는 깍두기는 탕에서 건더기의 부재와 더불어 식사 경험이 단조로워지는 데 일조한다.

두 번째는 환경이다. 많은 한식당, 오래된 밥집 혹은 술집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음식을 오롯이 즐기기에는 비좁은 편이다. 나는 감자탕의 돼지뼈가 미국 음식으로 치자면 바비큐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직화로는 먹기 어려운 부위를 오래 익혀 만든 음식은 다소 질펀하게, 손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먹어야 하는데 그럴 만큼의 편안한 환경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래서 집에서 먹으면 어떨까 싶어 포장을 해왔는데, 역시 음식점에서 내 몫으로 받는 식탁보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손을 적극적으로 써 가면서 먹으니 훨씬 더 맛있었다.

이렇게 단점도 늘어놓았지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음식을 바라보기 위한 시도이고, 사실 맛이 잘 밴 뼈 하나만 놓고 보아도 은성 감자탕은 구남친에게 연락해 물어볼 만큼 훌륭하다. 특히 이 정도의 완성도를 불어 넣기 위해서 주방에서 미리 들일 시간과 노력을 감안하면 말이다.

은성 감자탕

02-2632-0792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34길 8-2 세왕빌딩

<메뉴>

감자탕 (소) 2만6000원

감자탕 (중) 3만1000원

감자탕 (대) 3만 6000원

뼈 우거지탕 8천원

김치뼈 해장국 8천원

뼈 김치탕 3만1000원

계란말이 2천원

볶음밥 2천원

<영업시간>

매일 오전11시 ~ 오후10시

오후9시30분 마지막 주문


글·사진=이용재(음식평론가·번역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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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에디터
fv_editor@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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