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9일 전라북도 진안군 농업기술센터 농산물가공교육장. 맛있는 향기가 가득 찼습니다.
진안군 머위 요리 시식·시연회 참가자들이 행사장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더농부
10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머위 활용 메뉴 시식회’를 준비하는 송보라 셰프와 팀원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진안군청∙산림청 직원과 능길머위산업 관계자 등 30여 명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하나둘 자리에 앉았습니다.
손질된 머위가 다른 재료들과 함께 조리대에 놓여있다. ©더농부
오늘의 주인공은 머위. 덕유산자락 청정 고원 지역인 진안군 동향면 능길마을에서 자란 것들입니다. 능길 마을은 서늘하고 수분 많은 곳을 좋아하는 머위가 자라기 딱인 곳입니다. 머위는 봄나물이지만 능길 마을에서는 사계절 내내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싱싱한 머위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억 프로젝트의 첫 주인공은
6차 산업을 꿈꾸는 능길 머위
2021년 4월 5일 능길 마을 머위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심심산골 나물산업’ 첫 주자로 뽑혔습니다. 심심산골 나물산업은 전라북도가 ‘1시군 1특화나물’을 육성하기 위해 5년간 20억을 투자해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능길 마을은 프로젝트 2년 동안 생산에서 가공, 유통으로 이어지는 1차, 2차 산업 단계를 완성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머위를 활용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3차 서비스 산업까지 섭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1차, 2차, 3차 산업을 융합해 만들어지는 복합 관광 산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합니다. 능길 마을은 지속 가능한 마을 발전을 위해 머위를 주제로 한 6차 산업을 완성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행사장 장식으로 머위가 활용됐다. ©더농부
송보라 셰프가 개발한 머위 활용 메뉴를 선보이는 이번 행사는 2023년에 문을 열 예정인 요리 체험장에서 만들 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것입니다. 2023년 3월과 5월에는 진안, 전주에서 진행 예정인 팝업 스토어에서도 이 메뉴로 소비자를 만나러 갑니다. 서비스 산업인 관광업과 요식업을 위한 준비 과정이죠.
먼저 다가가 MZ세대 사로잡자!
양식으로 꾸며진 머위 요리 6종
10시 30분 박영복 능길머위산업 위원장과 전춘성 진안군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행사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어서 송보라 셰프가 직접 준비한 발표 자료로 다섯 가지 머위 활용 메뉴를 소개했습니다.
송보라 셰프가 직접 개발한 머위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더농부
송보라 셰프는 2016년부터 국내 농·축산물 활용 요리 개발 활동을 지속해온 셰프입니다. 지금까지 전북 무주군, 경북 안동시∙울릉도. 경남 의령군 등 다양한 지역 농산물을 새로운 요리로 탄생시켰습니다. 이번엔 박영복 능길머위산업 위원장의 제안으로 진안 머위와 손을 잡게 됐습니다.
머위 요리와 머위 가공 식품이 한 곳에 모여있다. ©더농부
그 결과물로 탄생한 요리는 주메뉴 세 가지, 부메뉴 두 가지와 디저트 1종 등 모두 6가지입니다. 머위를 잘 모르는 M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모두 양식으로 구성했습니다. SNS 업로드 문화에 적합할 수 있도록 색 조합을 비롯한 시각적 담음새도 연구한 메뉴들입니다. 설탕은 일절 넣지 않고 과일로만 단맛을 냈습니다.
스테이크, 파스타, 뇨끼, 스콘…
머위로 이런 요리가 가능하다고?
송보라 셰프는 준비한 메뉴 중 머위 흑돼지 스테이크 요리를 현장에서 시연했습니다. 진안 특산품인 머위와 흑돼지, 그리고 능길 마을에서 생산하는 블루베리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미리 소스를 발라 재워 둔 고기를 굽고 머위를 표고버섯, 꽈리고추, 양파와 함께 볶아 곁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루베리를 올리면 완성입니다.
송보라 셰프가 머위를 다른 재료와 함께 볶고있다. ©더농부
진안 머위는 항산화,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많은 채소입니다. 이 폴리페놀이 몸에 잘 흡수되려면 단백질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진안 특산물인 흑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열량은 낮으면서 단백질 함량은 높습니다. 머위의 환상적 짝꿍이라고 할 수 있죠.
개발된 머위 요리 중 머위 페스토를 제외한 모든 음식이 시식용으로 제공됐다. ©더농부
시연이 끝난 뒤에는 머위 흑돼지 스테이크와 나머지 주메뉴 2종 머위 새우 크림 파스타, 머위 뇨끼가 한 그릇에 담겨서 행사 참가자들에게 전달됐습니다. 함께 마시는 술로는 진안 블랙 보리와 진안 홍삼이 들어간 전통 소주 ‘진안 블랙’이 제공됐습니다.
낯선 모습이면서도 친숙한 맛!
20대도, 60대도 ‘엄지 척’했다
가장 먼저 머위 흑돼지 스테이크를 먹어봤습니다. 고기를 한 점을 썰고 머위를 비롯한 곁들임 채소를 올려 한입에 넣었습니다. 쫄깃하고 고소한 스테이크와 산뜻한 채소가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머위의 쌉시래한 맛이 느끼할 수 있는 고기 맛을 잡아줘 계속 손이 갑니다. 이때 단맛이 있는 진안 블랙을 한 모금 더 하면 입 안에서는 다양한 맛이 넘실거리는 축제가 펼쳐집니다.
현장에서 제공된 머위 흑돼지 스테이크는 앞다리 부위를 썼다. ©더농부
머위 새우 크림 파스타는 부드러운 크림과 감칠맛 있는 새우, 쌉시래한 머위가 어우러진 파스타입니다. 송보라 셰프는 “머위는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조리 후에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며 부드러운 파스타에서 도드라지는 머위 식감을 포인트로 소개했습니다.
행사 참석자들이 머위 새우 크림 파스타를 맛보고 있다. 오른쪽은 머위 뇨끼. ©더농부
뇨끼는 감자와 밀가루로 만든 쫀득한 반죽을 옹심이처럼 한 입 크기로 삶아 먹는 이탈리아 요리입니다. 머위 뇨끼는 달달한 뇨끼 반죽에 쌉시래한 머위 가루를 넣어 맛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송보라 셰프는 “생소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고소한 들깻가루 소스 덕분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식에 빠질 수 없는 반찬, 피클도 있었습니다. 각종 뿌리채소와 함께 숙성된 머윗대 피클은 새콤달콤하게 입맛을 돋워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아삭한 식감으로 입 안에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머위 피클과 머위 체리 스콘은 주메뉴가 아니었지만 입 안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을 해 존재감이 컸다. ©더농부
디저트를 담당한 머위 체리 스콘은 반죽에 머위 가루와 건 체리가 들어갔습니다. 초록색과 빨간색의 조화가 눈길을 끕니다.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기분 좋게 맴돌아 식사를 마무리 짓기 좋은 메뉴였습니다.
메뉴를 모두 맛본 전춘성 진안군수(61)는 “머위를 활용해 개발한 첫 양식인데, 모든 메뉴가 맛있어서 대박 날 것 같다”고 시식 평을 남겼습니다. 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주 굿”을 반복하면서 엄지를 들어 올렸습니다.
시식 중인 전춘성 진안군수가 ‘엄지 척’하며 환히 웃고 있다. ©더농부
유다빈 진안군청 산림과 소속 직원(26)은 “머위 새우 크림 파스타가 가장 맛있었다”며 “자칫하면 크림이 느끼할 수 있는데 머위의 산뜻함과 쌉시래한 맛이 균형을 잡아줘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디저트 머위 체리 스콘은 “녹차 스콘과 비슷한 맛이어서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었다”고 긍정적인 시식 평을 남겼습니다.
머위 특징 쓴맛이 맛없는 맛?
‘쌉시래’한 새로운 맛입니다!
옛날에는 어느 집이든 앞 뜰이나 뒤 뜰에서 머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나물이었죠. 이제는 젊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식물이 된 머위. 능길 마을은 어떻게 머위를 알려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하며 맛 표현 하나까지도 신중하게 골랐습니다.
진안군청 직원의 인터뷰에서 ‘쌉시래’라는 단어를 보고 낯설다고 느끼지 않으셨나요? 능길 마을은 머위의 특징으로 꼽히는 ‘쓴맛’을 소비자가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길 바랐습니다. 무엇보다도 머위를 처음 접하는 MZ세대 소비자가 머위의 쓴맛을 ‘맛없는 맛’이 아니라 기존 다른 음식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새로운 맛’으로 느끼고 호기심을 가지도록 만들 방법을 고민했죠. 이렇게 전략적으로 탄생한 표현이 ‘쌉시래하다’입니다.
정종효 터인스 이사(71)가 쌉시래하다라는 표현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더농부
이번 행사를 통해 쌉시래한 맛을 성공적으로 양식 메뉴에 녹여낸 능길 마을. 이런 정성과 노력이라면 능길 마을이 복합 관광 마을로 거듭나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머위가 모든 세대에게 다시 사랑받는 그날까지, 능길 마을의 열정을 더농부가 응원합니다.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총괄: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디지털진안문화대전, <흑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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