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삼(고려인삼), 이제 국민 밥상 식재료로!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17]

대한민국 명품 고려인삼은 김치와 더불어 오랜 역사, 전통 그리고 종주국으로서의 자긍심이 높은 국가대표 약용작물이다. 아울러 수출 효자작목이다. 수출액은 2021년 기준으로 약 2억7천만 달러(약 3411억 원)로, 신선 농산물 가운데에선 굳건하게 1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인삼 소비가 정체 내지 감소하고 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전통적인 한약재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음식 재료로 보다 더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국민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역사 속 인삼 이야기

ⓒ게티이미지뱅크

인삼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귀한 약재로 이용되어 왔다. 인삼은 가장 오래된 한의학 서적으로 알려진 중국의 ‘상한론(傷寒論)’에 기재된 약재 중의 하나다. 5세기경 저술된 최초의 약물학서 ‘신농본초경’은 장복해도 부작용이 없고 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상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학(東醫學)의 결정체인 ‘동의보감’에도 심신 양면으로 쓰임새가 다양한 주약(主藥)으로 기술하고 있다.

하늘의 정기(精氣)를 받은 상약(上藥) 인삼은 탁월한 효능으로 다른 약초에 비해 다양한 병증에 사용하여 왔으며, 서기 500년경에 이미 원기회복, 혈액순환 개선, 신경 안정, 소화 기능 강화 등 7가지 효능에 이용한 기록이 있다.

땅마다 다른 모양의 인삼

신농본초경 ⓒ문화원형백과

인삼은 환경과 토양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생육이 가능한 지역은 위도 22∼48°의 서늘한 기후대로 제한된다. 전 세계적으로 인삼 속(Panax)에 속하는 식물의 숫자는 10종 미만으로 적은 편이다. 25℃ 전후의 신선한 기후와 반음지 조건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동아시아 일대와 북미지역 등 2군데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약효와 경제성을 인정받아 활용되는 인삼은 우리나라의 고려인삼, 중국의 전칠삼(田七蔘), 북미의 화기삼(花旗蔘) 등 3종에 불과하다. 화기삼은 고려인삼에 비해 주 뿌리가 짧고 단순한 형태이며, 중국의 전칠삼은 울퉁불퉁한 모양에 검은색을 띤 것이 특징이다.

고려인삼은 우리나라와 만주, 연해주 일부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와 경상남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발견된다. 전칠삼(또는 삼칠삼)은 중국 운남성, 호북성 지역과 히말라야산맥 일대, 인도 일부, 태국 일부에 자생하며 7∼8종의 변종이 존재한다.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나는 화기삼은 원래 2종이 존재하였으나 1895년 인공재배에 성공한 Panax quinquefolius만 재배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에게 사랑받는 인삼

고려인삼 ⓒ문화체육관광부

인삼은 고대 동양에서 귀한 약으로 인식됐다. 우리나라 고려인삼의 약성이 특히 뛰어나 공물이나 선물로도 활용되었다. 삼국시대부터 중국의 위(魏), 수(隋), 당(唐)나라와의 외교활동이나 교역에 사용된 귀한 물품이다. 진나라 때 문헌인 ‘국정백록(國定百錄)’에 ‘고구려 곤포인삼송거(高句麗昆布人參送去)’라 하여 인삼 교역 내역이 기록되어 있다. 신라에서 인삼은 628년 선덕여왕이 당 태종에게 공물로 보내는 등 친교와 무역의 가장 중요한 품목이기도 하였다(삼국사기).

일본이 조선에 요청한 교역 품목에도 인삼은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 일제 강점기에는 많은 양의 인삼을 수탈당한 역사가 존재한다. 1637년 네덜란드인에 의하여 고려인삼이 처음으로 서구에 알려졌고, 1688년 우리나라에 표류했던 하멜에 의해 효능이 소개되었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인삼을 특히 귀히 여겨 사람들이 아시아 각국에서 인삼을 구해 바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의 자연주의 철학자 루소,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키도 자신의 건강 비결은 인삼이라 언급하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도 쇠약해진 건강을 위해 인삼을 복용하였으며, 세계적인 톱모델 나오미 켐벨과 록그룹 스콜피언스도 인삼을 애용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성 없는 전쟁, 인삼 시장

홍삼정 에브리타임 ⓒKGC인삼공사

1970년대 후반까지 세계 최대의 인삼 생산·수출국이었던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홍콩 국제 인삼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점차 하락했다. ‘고려인삼은 혈압을 낮추고, 북미삼은 높인다’ ‘고려인삼은 체온을 올리고 북미삼은 낮춘다’ 등의 연구결과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국내 연구진들과 캐나다 과학자들의 공동연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입증되었다.

인삼이 한 뿌리도 생산되지 않는 스위스에는 한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독일의 세계적인 제약기업 베링거잉겔하임의 자회사로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파마톤에서 사포닌 캡슐 제품 ‘진사나’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품은 세계인삼 점유율의 30∼40%를 차지하고, 연간 매출이 3억 달러(약 3000억원)에 달한다. 원료로 쓰는 삼은 중국에서 수입하지만 유효성분 함량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공정과 효능이 강한 G115 사포닌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북미산 인삼을 최초로 아시아에 알린 국가다. 국가와 주정부의 품질보증정책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홍콩 등 주요 수입국에 인지도를 높여 세계적인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캐나다는 인삼 생산·수출에서 세계 1위국이다. 생산·품질 개선·효능 연구에 집중하여 미국의 인삼 산업을 추월했다. 캐나다는 수삼이나 인삼 성분의 미용·한방제품, 건강보조식품을 슈퍼체인 등 소매점이나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잘 정비된 유통구조가 장점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KGC인삼공사, 인삼농협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홍삼 제품류들을 미국, 유럽, 동남아 등에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수출은 증가 추세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 각종 인삼 축제 취소,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수천 년 동안 쌓아온 고려인삼의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국민 밥상 위 식재료로 인삼 활용

대패삼겹살인삼말이 ⓒ농촌진흥청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인삼은 어떨까? 국내 인삼 소비 관련 매스컴 기사에 달린 국민들의 댓글 반응을 살펴보면, 국민들은 인삼이 쓰고 비싸며 인삼 이외에도 복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인삼을 선물받거나 막상 인삼을 구입하려고 해도 구입할 곳을 잘 모르겠고, 인삼을 요리 등에 어떻게 활용할지를 잘 모른다는 반응이다.

최근 국내 온라인 푸드 마켓인 마켓컬리에서는 세척된 인삼 한 뿌리를 진공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다. 소량의 인삼이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위생적이고 저장 기간도 긴 세척 포장 인삼을 널리 보급하면서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인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까지도 인삼은 전통적인 한약재 개념이 강한 편인데, 최근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고기류 등 다양한 품목들과 융합한 요리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인삼삼겹살, 인삼마쉐이크, 인삼비빔밥 등이 가정에서 손쉽게 인삼을 활용하여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앞으로도 인삼 활용 대표 요리인 삼계탕에 버금가는 요리들이 많이 소개되고 보급되기를 희망해 본다.

우리 국민 생활 속에서 인삼 소비가 늘어난다면 인삼 소비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삼 재배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글= 방경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 농업연구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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