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인간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다. 그림, 시, 조각, 공예, 음악 등의 소재로 사용되는 이유다. 화려하게 피었다 곧 시드는 꽃의 일생과 그 아름다움과 향기 등은 인간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며 많은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다.
역사에서 귀중하게 쓰인 꽃
왕실 문양으로도 활용했다
‘4대 비극’으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 ‘햄릿’에서 기억을 로즈메리로 비유하는가 하면, 제비꽃으로는 ‘슬픔’을 표현하며 다채로운 문학적 표현을 구사했다. 꽃을 이용해서 하는 다양한 생활 공예와 꽃꽂이, 꽃장식, 조경 등 원예 미학도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꽃은 인간의 삶 속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꽃을 구경하는 문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해 왔다.
인간은 철마다 꽃놀이를 즐기며 계절을 만끽한다. 꽃은 인간의 삶 속 ‘특별한 순간’과 다양한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옛날부터 꽃은 하나의 문화이자 삶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 서양 결혼식에는 신부가 ‘부케’를 들고, 우리 전통 결혼식에는 신부가 꽃가마를 타고 등장하곤 한다. 단오절에는 창포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음력 9월 9일 중구절에는 국화를 즐기는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다.
고결하다는 뜻의 사군자로 지칭하는 매란국죽(梅蘭菊竹),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꽃 등은 주로 문학과 회화에 사용됐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중요하게 쓰인 꽃을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꽃을 나라의 상징으로 삼고 왕실 문양으로도 활용하였다.
고구려를 상징하는 꽃은 벚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려 기와 등에는 벚꽃을 상징하는 문양이 등장한다. 고려의 나라꽃은 연꽃이다. 태조 왕건이 나라를 세울 때부터 불교를 근본으로 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조선의 경우에는 오얏꽃(자두꽃)인데, 이는 조선 왕적의 성(姓)인 이(李)에서 유래돼 대한제국 상징 꽃으로도 활용됐다. 대한제국의 상징인 이화(梨花)는 19세기 말 국권을 수호하기 위한 고종황제의 자주적 민족의식을 표현한다. 고종황제 초상화에는 단추 등에 이화문장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으며 고종 어차 번호판에도 이화문양이 새겨져 있다.
트렌드 따라가는 꽃 산업
‘보존화’ 기술 탄생했다
꽃은 인간에게 심미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하나의 패션이다. 패션은 문화와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에 꽃은 소비자의 요구와 취향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8세기 이후 꽃은 육종 기술의 도움으로 품종, 모양, 화색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명실상부한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더위나 추위에도 잘 적응해 재배하기 쉽고, 트렌드에 맞는 미와 향기를 지닌 꽃들이 탄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꽃의 아름다움에 다양성을 덧입힌 가공 꽃이 등장해 새로운 수요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을 오래 보존하고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으로 건조화와 압화(押花)를 거쳐, 보존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보존화는 꽃 본래 모양과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2~3년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보존처리 시 파스텔톤 등으로 색을 변신시킬 수 있고, 꽃에 글씨나 그림도 새길 수 있어 이벤트나 소장용으로도 인기가 있다.
꽃을 테마로 한 축제는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꽃 축제는 자연과 교감하는 관광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첼시 플라워쇼’, 네덜란드의 ‘큐켄호프 꽃 축제’, 캐나다 빅토리아주 ‘부챠드 가든 봄 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꽃은 실내부터 지역디자인까지 활용영역이 아주 넓다. 꽃장식은 꽃꽂이, 분재 등 기존 형식을 넘어 자연과 공간, 사람이 어우러진 종합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발전 중이다. 플라워 데코는 단순한 꽃을 ‘명품’ 이미지 상품으로 격상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꽃을 이용한 공간디자인은 유럽 황실의 대규모 정원이 그 효시로 현재 공간디자인의 토대를 마련했다. 영국 ‘자연식정원’, 프랑스 ‘정형식정원’으로 시작된 공간디자인은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등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도 고유 정원기법이 존재하는 공간이 여러 개 있다. 신라 안압지·포석정, 창경궁 비원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강원도 봉평 메밀꽃밭, 제주 유채꽃밭 등은 고유의 자연적 환경을 활용해 지역축제까지 연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식용’부터 ‘공기청정기’까지
꽃이 할 수 있는 많은 것
꽃은 특유의 색과 고유 향기로 인해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식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진달래 화전, 감국화전 등 계절별로 대표적인 꽃을 음식에 이용해 왔으며, 차나 술 등에도 다양한 꽃을 활용하고 있다. 중세유럽에서는 꽃을 음식에 사용한 것이 매우 보편적이었으며, 주로 음식의 향을 내거나 약초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꽃의 화려한 색에 담긴 효능이 부각되며 다양한 꽃 음식이 등장하고 있다.
꽃의 다양한 색상을 내는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콜라겐 형성을 촉진하며, 베타카로틴은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서양 들장미 열매인 로즈힙에는 오렌지의 40배에 달하는 비타민C가 함유돼 있다. 그래서 세계 2차대전 말 어린이들의 비타민C 공급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꽃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성은 꽃이 ‘화장품’으로 변신하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과거부터 우리는 잇꽃 꽃즙을 사용해 연지를 만들고 분꽃으로 분백분을 만드는 등 꽃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18세기에는 꽃향기를 영원히 담아두고 싶은 마음을 담은 플로랄 향수가 탄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감귤 향수, 유채꽃 향수, 자생난 향수가 상품화되는 등 ‘우리꽃 향기’로 만든 향수는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꽃은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과 자연 온습도 조절로, 에너지 소비 없이도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해준다. 또한,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분해해서 대사작용에 이용하고 방향성 물질과 음이온을 방출한다. 식물에서 발생하는 음이온은 면역력을 향상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호흡기 기능을 나아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실내정원은 여름철에는 약 2~3℃ 정도 실내온도를 낮추는 반면, 겨울철에는 오히려 높이는 온도조절 기능을 한다.
꽃은 아름다움과 살아있는 생명력, 향기를 통해 시각·촉각·후각적 방법으로 정신과 신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효과를 과학적으로 활용해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원예치료와 아로미 테라피 등도 부각되고 있다. 꽃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오랜 역사를 거쳐 지금까지도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거치며 활약하고 있다. 꽃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글=송현영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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