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생태·환경·지역 서적들을 톺아봤습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 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022 서울국제도서전’이 6월 1일부터 5일까지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도서전은 코로나19로 2년 동안 축소됐다가 3년 만에 정상 개최돼 작가, 출판인, 서점인, 독자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행사 마지막날인 5일에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더농부 에디터인 저도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2014~2015년 문학·출판 담당 기자를 한 것을 인연으로 매년 도서전을 찾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설, 시 같은 문학 작품을 주로 찾았다면 올해는 더농부 에디터인 만큼 자연, 환경, 지방 등의 주제로 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더농부 독자들께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날 이모저모와 제가 고른 책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 주제전시 ⓒ더농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어는 ‘반걸음’이었습니다. 들어가는 글 일부를 옮겨봤습니다.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우리가 힘들게 뗄, ‘반걸음’이 앞으로 나갈지, 뒤로 물러설지, 혹은 비틀거리면서 다른 행로를 잡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걸어온 발자국을 되돌아보고 가까운, 혹은 그것에서 이어져 멀리 떨어진 미래에 대한 생각과 상상을 책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상을 넘어 눈앞에 닥칠 일에 대한 준비도 책에서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안에 지혜를 담아 둔 필자들, 거기서 영감을 얻어 예술적인 작업을 한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려고 합니다. 비행기가 끊겨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지 못했던 외국의 손님들도 맞이할 것입니다. 이렇게 모여서 우리가 내디딜 ‘반걸음’이 어디에, 어떻게 자국을 남길지 가늠해 보려고 합니다.

반걸음 바깥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몰고 온 마구잡이 개발과 그로 인한 기후변화를 되돌릴 것이고, 심화되는 불평등을 평평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가득한 곳이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서로 뜨겁게 포옹하겠지만 디지털 기술은 멀리 있는 우리를 더 자주 만나게 해 줄 것입니다. 그렇게 만나 공유한 생각들이 더 나은 세상으로 안내할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우리의 ‘반걸음’이 뒤로 물러설 때도 있고, 좌우로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힘에 부치더라도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같은 이름의 주제 전시는 ‘반걸음’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 600권과 고정관념을 깨고 용기 있는 반걸음을 뗀 브랜드 10개가 소개됐습니다. 출판사들이 각자 부스에서 차린 행사도 좋았지만 이번 주제 전시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전시는 가파른 기울기에 비틀거리는 반걸음, 나를 위해 한 발짝 전진하는 반걸음, 좋은 사회로 중심 잡는 반걸음, 평등하게 함께 걷는 반걸음, 지구와 공생하는 반걸음이라는 다섯 개 섹션으로 구성됐습니다.

주제 전시에선 지역에 관한 여러 주제를 다룬 책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더농부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변화하는 인구, 사회, 도시 구조를 다룬 책들이었습니다. 로컬 지향의 시대, 슬기로운 뉴로컬생활, 마을의 진화, 바이오필릭 시티 같은 책들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2020년 더농부에서 소개한 《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도 있습니다.

자리를 옮겨 보니 책 대신 고구마, 당근, 토마토, 가지, 애호박이 놓여 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요? 아까 말씀드린 10개 브랜드 중 ‘어글리어스 마켓’이 준비한 코너입니다. ‘어글리어스 마켓’은 보통 마트 농산물 코너에 오르지도 못하고 산지 폐기가 될 운명인 ‘못난이 농산물’을 정기배송하는 스타트업입니다.

국내 못난이 채소 과일 발생 규모는 5조원이라고 합니다. 이것들이 그냥 버려지는 것 자체로도 낭비일 뿐만 아니라 농산물을 보기 좋게 만드는 데 자원이 낭비되고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채식, 고기 문화 비평, 제로 웨이스트 등 다양한 환경적 사고를 추구하는 책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글리어스 마켓’이 구성한 못난이 농산물 전시 ⓒ더농부

이 전시는 조성은 북큐레이터가 구성했는데요, 전시대를 종이로 구성했다는 것과 한 가지 주제 아래 신간과 구간이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주제 전시를 마치고 각 부스를 둘러봤습니다. 먼저 찾은 곳은 국립생태원이었는데요, 생태와 생태계 조사 연구 및 전시 교육을 수행하는 환경부 산하 기관입니다. 충남 서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 전시관도 운영하고 있죠.

국립생태원은 생태 이야기부터 야생동물 질병, 로드킬 등 여러 주제를 책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농부

전시 부스의 연구원에게 “어른이나 아이 모두 재밌게 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여러 종의 책 중에서 고른 것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라는 그림책이었습니다. 대륙사슴, 사향노루, 수달, 한국표범, 아무르호랑이 등 포유류를 비롯해 장수하늘소, 소똥구리, 쌍꼬리부전나비 등 곤충까지 여러 멸종위기 동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책에는 완전멸종, 야생 멸종, 특정 지역 멸종, 아주 높은 멸종 가능성, 높은 멸종 가능성, 높은 위기, 낮은 위기 관심,대상 등 위기 등급이 동물 별로 표시돼 있습니다. 그림도 참 예쁜데 책 가격도 1만2000원으로 착합니다. 아무래도 국가 기관이다 보니 수익을 내기보다 많은 사람이 환경과 생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개복치의 비밀은 ‘진짜’ 개복치 이야기입니다. ⓒ더농부

이김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책을 여럿 전시했습니다. 가장 먼저 본 책은 《개복치의 비밀》이란 책이었습니다. 개복치 멘탈이란 말이 한동안 유행해서 정신 건강서인줄 알았더니 진짜 개복치 책이었습니다. 저자 사와이 에쓰로는 농학박사이자 개복치 연구 전문가라고 하네요.

제가 고른 책은 그 옆에 있는 《아더 마인즈》였습니다. 이것은 문어를 다룬 책입니다. 2008년과 2010년 축구 경기 결과를 잘 예측했다는 문어 파울이 떠올랐습니다. 문어는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아주 먼 사이지만 고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수조에서 사람 얼굴을 기억해 싫어하는 사람에겐 물을 뿜기도 한다는군요. 김수빈 BBC코리아 기자가 번역을 맡아 깔끔한 번역이 기대됩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전시장은 최근 몇 년 간의 출판계 트렌드를 존중하듯 상당 공간을 독립출판에 할애했습니다. 이곳에서 천천히 책을 둘러보다가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이라는 강렬한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2018년부터 남해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창작집단 카카카가 펴낸 무크지네요. 소개글을 보니 빈집을 주제로 산문과 소설, 남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농민과 어민들의 이야기가 충실히 담겨 있습니다.

지방도시소멸을 통계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회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다른 하나의 삶과 이야기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지역을 관찰하려 한다는 말이 매우 마음에 남았습니다. 지금 듣지 않으면 사라질 이야기를 듣고서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 그게 책과 활자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요.

바로 옆 테이블에선 작가님이 직접 책을 소개해줬습니다. 《괴산 일기》를 펴낸 임희선 씨는 베를린에서 머물다 몸이 아파져 괴산 귀촌을 계획한 부모님을 따라갑니다. 도시에서만 살다 처음 살게 된 괴산에서의 1년을 그림과 글로 담았습니다. 마치 그림일기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 그림은 적막한 색판화 같았습니다. 시골에서의 삶이 꼭 분투기, 생존기여야만 할 필요는 없죠. 시골살이라는 예술적 감각으로 잘 표현한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으로 유명한 우리나비 부스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이 출판사에서 2015년 내놓은 《마당 씨의 식탁》을 아주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텃밭을 가꾸는 한 가족의 이야기였거든요. 출판사 관계자에게 도서 추천을 부탁했더니 《알자스의 맛》이라는 책을 소개 받았습니다.

이 책의 글쓴이는 1994년 장편 《숨어 있기 좋은 방》으로 등단한 신이현 씨입니다. 그는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 파리에 신혼살림을 차렸다고 합니다. 그의 시댁은 파리에서 꽤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 알자스 지방. 그곳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음식 문화를 풀어냈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따뜻한 그림체도 한몫을 하는군요. 이 부부는 지금 충주에서 맛 좋은 사과 시드르를 빚고 있답니다. 곧 더농부 에디터들이 이곳을 방문해 재밌는 이야기를 담아올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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