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부자 여럿 울리고, 인류 최초 거품경제 일으킨 ‘이것’ [재미있는 농업이야기 34]

구근은 종자로 번식하지 않고 둥글거나 긴 모양의 뿌리 조직, 줄기 조직이 다음해 자라나는 화훼류 총칭이다. 구근류는 건조기나 겨울 등 생장하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일부 기관이 영양을 저장한다. 비늘줄기, 덩이줄기, 알줄기, 뿌리줄기, 덩이뿌리 등 5가지가 있다.

구근, 그것이 알고 싶다

구근류는 건조기나 겨울 등 생장하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비늘줄기, 덩이줄기, 알줄기, 뿌리줄기, 덩이뿌리 등 5가지 기관이 영양을 저장한다. ⓒ뉴시스

비늘줄기는 비늘이 여러 겹 겹쳐진 모양으로 겉껍질은 없는 무피인경과 마늘이나 양파처럼 껍질이 있는 유피인경으로 세분화돼 있다. 무피인경으로는 각종 나리와 패모, 유피인경은 수선화, 상사화, 아마릴리스, 튤립, 알리움, 무스카리, 히야신스 등이 속한다.

덩이줄기는 줄기의 아랫부분이 비대해져 양분을 저장하고 있는 형태로 아네모네, 칼라, 시클라멘, 글록시니아가 해당한다.

알줄기는 줄기 아래쪽이 비대하였다는 점에서 괴경과 비슷하나 모양에 대체로 둥근 것이 많고 겉껍질이 있다. 프리지아, 글라디올러스, 애기범부채, 스피락시스, 리아트리스 등이 속한다.

뿌리줄기는 대나무처럼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어가면서 비대해져 저장기관을 형성한 것으로 마디가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해 동안 그냥 두면 중간 중간 싹이 나서 자연적으로 군락이 형성되므로 화단에 많이 이용한다. 칸나, 독일붓꽃(저먼아이리스), 알스트로메리아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덩이뿌리는 고구마처럼 땅속뿌리가 발달하여 저장기관을 형성, 원줄기 아랫부분에 붙어 있으며 대표적으로 다알리아, 라넌큘러스 등이 있다.

구근, 쓸모가 많아 더 기특하다!

화훼류 구근은 분화, 정원 화단, 대규모 공원, 지역 축제 경관물 등으로 이용된다. ⓒ뉴시스

화훼류 구근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데 구근 자체의 상품 가치보다 숨어 있는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구근은 종자를 제외한 절화, 분화, 구근 등의 형태로 판매한다. 나리, 글라디올러스, 튤립 등은 절화뿐 아니라 분화, 정원 화단이나 대규모 공원 조성 등에도 널리 활용한다.

구근은 싹트는 시기, 꽃이 피는 시기를 조절하거나 맞추기 쉬워 개최 기간이 정해진 지역 축제의 중요 경관작물로 이용된다. 네덜란드 큐켄호프 축제, 캐나다 오타와 튤립 축제, 일본 하치죠지마 프리지아 축제 등은 전 세계인의 축제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마공원인 에버랜드에서 튤립 축제를 열고 태안군에서도 나리, 튤립 축제를 개최한다.

구근은 약용자원이자 식재료이다. 일본은 나리 품종을 식품으로 활용한다. ‘차완무시’라 불리는 계란찜이 대표적이다. ⓒ인터파크

구근은 동서양과 현대와 고전을 막론하고, 자양강장에서부터 상처 치료까지 여러 용도에 쓰이는 소중한 약용자원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화훼류의 구근은 동양의 본초학 및 동의보감 등에서 독, 강장(붓꽃), 천식, 기관지염(나리), 진통, 항암(크로커스), 거담(석산) 등의 효능이 보고됐다.

서양에서는 딸꾹질 멈추는 효과(얼레지), 티눈과 종기 제거(나리), 설사 완화(수선) 등 민간요법, 약용으로 구근류를 이용하였다. 간단한 민간요법 뿐 아니라 의약, 향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목받는 중이며 수선의 항종양 활성물질(2015년), 라넌큘러스 항염증 물질(2007년), 오니소갈룸 항산화물질(2011년) 등 다양한 의약적인 효능이 특허, 논문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도 보고됐다.

보고 즐기는 가치 이외에도 고급 식재료로 이용돼 쓰임새를 더하는 식재료이다. 중국은 나리를 먹은 역사가 매우 오래됐다. 맛과 식감이 부드러운 생밤과 비슷해 볶아 먹거나 갈아서 녹말을 이용한다. 일본은 다양한 나리 품종을 식품으로 활용해 밥, 조림, 계란찜(차완무시), 크로켓, 젤리, 도넛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참나리와 섬말나리는 오래전부터 구황작물로 이용해왔던 음식 재료다.

구근, 역사상 처음 나타난 거품경제의 원인!

구근작물 중 튤립이 인류 최초 거품경제 현상을 일으켰다. ‘튤립피버’ 가격은 1637년 1월 정점에 이르러 하루에도 2~3배씩 급등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역사상 가뭄, 홍수, 병해로 인한 사회적 변동은 많았으나 경제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룰 정도의 이슈를 일으킨 작물은 구근이 최초다. 인류 최초 거품경제를 만든 사건으로 회자될 만큼 파급력이 컸던 구근작물은 튤립이다. ‘튤립피버’는 흰색에 빨강 등 색색의 줄무늬가 생긴 돌연변이가 비싼 값에 거래되면서 시작했다. 오르락내리락하던 튤립 가격은 1637년 1월 절정에 달해 하루에도 2~3배씩 급등하는 등 한 달 동안 몇 천%가 상승했다.

당시 튤립 중 가장 비쌌던 ‘황제’ 품종 가격은 2500길더 이상이라고 전해진다. 2500길더는 살찐 돼지 8마리, 살찐 황소 4마리, 살찐 양 12마리, 밀 24t, 와인 2통(240~630ℓ), 맥주 600ℓ, 버터 2t, 치즈 450㎏, 은 술잔, 옷감 108㎏, 침대세트까지 모두 살 수 있던 값이다. 튤립 광풍이 지난 후에도 구근과 기술력은 남아 현재 화훼 강국 네덜란드의 근간을 이뤘다.

장래가 촉망되는 구근 3인방

나리는 온대성 식물로 국내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하다. 국내 자생나리로는 날개하늘나리, 참나리, 섬말나리 등 10여종이 있다. ⓒ농촌진흥청

장래가 촉망되는 구근으로 나리, 프리지아, 칼라가 꼽힌다.

나리는 순수 우리말이며, 흔히 백합으로 불린다. 온대성 식물의 여름꽃인 나리는 우리나라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하므로 정원, 분화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우리나라 자생나리로는 날개하늘나리, 참나리, 하늘나리 등 아시아틱 나리와 모든 기원에 가까운 섬말나리 등 10여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의 주요한 자생나리로는 일본 자생종인 나팔나리를 비롯하여 중국 헨리나리, 리갈나리, 유럽 마돈나나리가 대표적이다. 동서양에서 나리 구근은 염증을 완화시키고 폐를 윤택하게 하는 등 다양한 질환에 약용작물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 항염증, 미백 등에서 논문 및 특허가 보고된다.

프리지아는 봄을 상징하는 구근식물로 남아프리카 출신이다. 프리지아 향기를 활용한 향수, 비누 등 제품이 국내외에서 만들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프리지아는 남아프리카가 고향인 구근식물로 봄을 상징할 정도로 익숙한 꽃이다. 200여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독일인 의사 프레제가 발견하고 약용식물을 연구하던 덴마크 에크론이 분류했다. 천진난만한 매력을 상징하는 프리지아 향기를 이용한 향수, 비누 등 제품이 국내외에서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 프랑스 ‘랑콤 프리지아’, 영국 ‘조말론 프리지아 잉글리시 페어’ 향수는 합성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LG생활건강과 함께 국내 육성품종인 ‘샤이니골드’ 향기를 재현한 헤어 제품을 개발했다. 달콤하고 상큼한 프리지아 향 주성분은 ‘테르펜계 리나룰’로 진정, 천연 탈취, 항염, 노화 및 유전자 손상 예방효과가 있다.

칼라는 남아프리카 원산 꽃으로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멋이 있는 고급화종이다. 결혼식, 졸업식 등에서 인기가 높다. ⓒ농촌진흥청

칼라는 남아프리카 원산 꽃으로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멋이 있는 고급화종이다. 천남성과 잔테데스키아속 식물로 남아프리카에 자생한다. 흰색칼라는 습한 곳을 좋아하여 습지형이라 부르기도 하고 유색칼라는 건조한 토양에서 잘 자라 건지형이라고 한다. 흰색칼라(습지형)는 1761년에, 유색칼라(건지형)는 19세기에 유럽에 전파됐다.

우리나라에는 1912년 백색칼라가 1959년 노란유색 칼라가 처음 도입되었고 1980년대 중반부터 재배를 시작하였다. 국내에서는 고급화로 취급되며 가격도 다른 꽃에 비해 비싼 편으로, 결혼식과 졸업시즌에 절화로 소비가 많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색칼라 분화가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글=서경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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