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농심 제품값 3번 인상시킨 국제 곡물가…3분기 ‘더 큰 놈’ 온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농심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농심이 2022년 9월부터 라면과 주요 스낵 제품 출고 가격을 인상합니다. 농심은 최근 “9월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농심이 라면과 스낵 가격을 올린 것은 2021년 8월, 2022년 3월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2022년 4월 이후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심화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2분기 이후 국내 협력 업체가 납품가를 인상하면서 농심의 제조원가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그간 라면과 스낵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 인상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2022년 2분기 국내에서 적자를 볼 만큼 가격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특히 협력업체의 납품가 인상으로 라면과 스낵의 가격 인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감안해 추석 이후로 늦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추석 이후 인상되는 품목은 라면 26개, 스낵 23개 브랜드입니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출고가 기준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입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봉지 당 평균 736원인 신라면은 약 820원으로, 새우깡은 1100원에서 약 1180원으로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농심이 가격 인상을 결정한 배경과 업계의 향후 가격 정책 변화에 증권가와 소비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농심, 국내법인 2분기 영업적자 ‘쇼크’

라면 제품 집중이 가격 인상 부메랑으로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식품업계에서 라면은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더라도 가격을 올리기 가장 어려운 품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가격을 올리려면 정치·사회적 압력이 크기 때문이죠.

농심, 오뚜기 등 라면 업체들은 2021년 8월 가격 인상을 했는데요, 농심은 4년, 오뚜기는 13년 만의 인상이었습니다. 최근 글로벌 정세 불안정으로 인한 원료 가격 상승이 가속화하면서 불과 1년 만에 다시 가격 인상을 하게 된 겁니다.

농심은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국내 법인 영업적자’라는 뜻밖의 결과를 내놨습니다. 2022년 8월 16일 발표에서는 2분기 중 매출 7562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각각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5.5% 줄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발표 전 농심의 2022년 2분기 영업이익을 118억원으로 추정했는데요. 결과를 보니 추정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농심은 해외 법인 실적을 뺀 별도 기준으로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농심 국내 법인의 분기 적자는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입니다. 대신 해외 법인이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결 기준으로는 영업흑자가 났습니다.

농심의 이번 ‘어닝 쇼크’는 매출 78.9%를 라면류가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조치(4월), 인도 밀 수출 중단 조치(5월) 등으로 라면 원재료 가격이 급상승했을 때 경쟁사보다 더 심한 타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회사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시세 상승, 높은 환율로 인해 원재료 구매 단가가 높아졌고, 물류비 등 제반 경영비 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는데요.

‘진라면’ 외에 유지, 소스류 등의 비중이 높은 오뚜기는 상반기에 비(非)라면 제품 가격을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인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라면에서의 수익성 악화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뚜기의 2022년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5% 늘었습니다.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수출 부문 매출(올 상반기 3161억원)이 내수(1319억원)의 2.4배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9배 늘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농심이 2022년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3~6월 구입한 원재료가 3분기에 국내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반기 추가 가격 인상이 없으면 뚜렷한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라면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22년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15%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농심이 주요 제품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주가는 전날보다 8%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3분기에 곡물 수입가격 더 오른다

“곡물가 변동 위험 막을 장기 대책 필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5월 인천 중구 대한제분 공장을 방문해 밀가루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농심의 제품 가격 인상 발표로 인해 서민들의 먹거리 불안이 가시화하는 모양새입니다. 국제 곡물가 인상의 충격이 라면뿐만 아니라 다른 필수품으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오른 국제 곡물가가 2022년 3분기 본격 반영된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원재료 수입 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22년 2분기 국제 밀, 옥수수, 대두 값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4.2%, 17.8%, 19.1% 올랐습니다. 2020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93.5%, 106.7%, 94.4% 오른 수치입니다.

농경연은 보고서에서 “국제 곡물 가격이 수입물가로 반영되는 데는 3~6개월이 걸린다”며 “2022년 3분기 곡물 수입가격은 1분기 대비 30%가량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2007~2008년 애그플레이션과 2011~2012년 국제 곡물 가격 급등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추세가 2022년 4분기에 다소 완화될 전망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가공식품 원료가 외국산이다 보니 글로벌 공급망 불안, 기후변화 등의 위기에 항상 노출돼 있습니다. 이번 사례처럼 곡물 시장 위기가 국내 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농경연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국제곡물 수급 악화, 가격 급등에 대비해 해외 곡물 확보와 물가 영향 최소화를 위한 정책을 수행 중이지만 세제 및 금융지원 외 근본적 대응책이 없다”며 “2007년 애그플레이션 이후 국내 곡물자급률 높이기, 해외농업 개발, 해외곡물 유통망 진입 같은 정책을 추진했다가 2014년 곡물가가 안정되면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농식품 위기가 빈번해지고 더 심각해지는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위기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앞서 언급한 정책들은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농식품 물가가 상승하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식품 불안정성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정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뉴시스, <농심, 추석 이후 라면 가격 평균 11.3%, 스낵 5.7% 인상>

경향신문, <수입 농산물값, 하반기도 고공행진…취약계층 먹거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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