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 달콤한 국내 최초 ‘샤인머스캣 빵’ 개발한 영천 청년농부 <박문수 심박 대표>

샤인머스캣은 현재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포도 품종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포도 선호 품종과 샤인머스캣 구매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포도는 샤인머스캣(40%), 거봉(29%), 캠벨얼리(19%), 머루포도(MBA, 10%), 델라웨어(2%) 순이었다. 응답자 중 구매력이 높은 20~40대 소비자들이 샤인머스캣을 가장 좋아했다.

이 같은 샤인머스캣 사랑 중심엔 경북 영천이 있다. 영천은 김천, 상주 등과 함께 포도 주산지로 유명하다. 영천시는 지난해 국내 샤인머스캣 수출액 3730만달러(약 500억원) 중 7.9%인 296만달러를 차지했다. 재배면적도 2021년 기준 689㏊로 전국 생산 면적 중 18%를 담당하고 있다. 큰 일교차와 풍부한 일조량, 비옥한 땅 등이 영천 포도를 맛있게 하는 비결이다.

샤인머스캣이 고급 포도로 유명해지면서 품질 관리에 대한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느 농가든 피할 수 없는 고령화와 일손 부족 문제도 국내 과수 농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30대 농업인이 두 팔을 걷고 나섰다. 박문수 심박 대표(35) 이야기다. 스마트팜 재배는 물론이고 가공품인 샤인머스캣 빵을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는 박 대표를 영천 농장과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령화·일손 부족이라는 현실에

IT와 상품 가공으로 도전하다

박문수 대표가 샤인머스캣 농장에서 포도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더농부

박 대표는 30년 넘게 포도 농사를 지은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정보기술(IT) 기업에서 5년, 대학교 교직원으로 5년을 근무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지방자치단체장 표창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자랑한 인재였다. 그러다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생활을 접고 학교 전산팀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IT 전문가로 살아가던 박 대표가 농업인으로 살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가 마주한 농촌 현실 때문이었다. “집 근처에서 농사를 짓던 이웃 어르신이 발을 다치셨어요. 그런데 부목을 한 채로 1㎞를 걸어가시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봤더니 하우스 문을 닫으시겠다는 거였어요.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힘들게 일하시는 건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일손 부족,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은 지역 농가의 한결 같은 고민거리였다. 그는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부모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21년 8월 농업회사법인 심박을 창업했다. 스마트팜과 가공상품을 적극 활용하면 농촌에서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동결건조로 샤인머스캣 분말 넣은

‘영천 샤인머스켓 빵’ 개발하다

심박의 영천샤인머스켓빵은 포도원물을 동결건조 분말로 가공해 맛과 향을 살렸다. ⓒ더농부

박 대표는 샤인머스캣 농사와 더불어 가공식품 개발을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영천샤인머스켓빵’이다. 스스로 제빵 공부를 해 포도 송이 모양 빵을 개발했다. 빵을 굽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내용물을 어떻게 채울 지가 고민거리였다. 샤인머스캣 원물 그대로 넣거나 갈아서, 또는 잼으로 속을 채우면 유통기한이 7~30일 정도였다. 소규모 기업의 재고 부담을 생각하면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그는 영천시농업기술센터 도움을 받아 앙금에 샤인머스캣 분말을 넣는 방식을 개발했다.

“건조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맛과 향을 살리려면 동결건조가 최적의 방법입니다. 그런데 과일 속 당 때문에 분말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영천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덕에 특허 2개를 출원했어요.”

심박은 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을 받아 시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사업에 필요한 사무 공간 확보는 교직원 생활이 도움이 됐다. 각 대학마다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박 대표는 대구대 창업보육센터 공고를 놓치지 않고 입주에 성공했다.

심박의 샤인머스캣 포도와 ‘영천샤인머스켓빵’ ⓒ심박

심박 ‘영천 샤인머스켓 빵’은 2021년 12월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샤인머스캣 빵은 국내 최초다. 포도 모양 빵 속에 샤인머스캣 분말이 들어간 앙금은 금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품을 완성하기도 전에 대구 지역민방 프로그램에 소개될 정도였다. 제품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고선 백화점 납품을 담당하는 유통업체에서 심박을 찾아왔다. 이를 계기로 롯데백화점 안산점, 현대백화점 목동점 팝업스토어에서 이름을 알렸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도 입점하는 등 전국 백화점 11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젊은 영농인이 열심히 뛰자 영천시 관광진흥과에서도 제품 홍보를 도왔다.

라이브커머스 등을 통해 인지도를 키워 가면서 소비자들 반응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는 “소비자들이 얼려 먹으니 더 맛있다. 전자레인지에 5초 정도 돌렸다가 먹으니 꿀맛이더라며 회사로 전화를 줄 때 이 일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추천하는 조합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하는 것이다. 그의 설명대로 먹으니 달콤한 샤인머스캣 향이 코와 혀끝을 감쌌다.

손길 많이 가는 포도 농사도 척척

꽃송이와 알솎기가 좋은 포도 비결

박 대표가 샤인머스켓빵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농부

박 대표는 시설과 노지를 포함해 1만6500㎡(약 5000평) 규모로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고 있다. 그가 포도 재배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화수(꽃송이) 정리 작업과 알솎기다. 5월 말 무렵 포도 줄기에 열매가 좁쌀 크기로 맺힌다. 이때 화수 맨 끝부분부터 위로 3~4㎝만 남기고 윗부분은 모두 제거하는 것이 화수 정리 작업이다. 6월에는 포도가 예쁘고 적절한 크기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알을 떼어내 공간을 마련해 준다. 이것이 알솎기 작업이다. 포도 농가에선 알솎기를 마치면 포도 농사는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고 고된 일로 꼽힌다.

“이런 작업을 할 때쯤이면 새벽에 나가 해가 지도록 해도 부족하죠. 힘도 많이 들고요. 하지만 맛있는 포도와 맛없는 포도가 이 작업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에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어요. 그 덕에 송이 당 1㎏ 넘는 특품 비율이 높고 고당도인 것이 저희 농장 포도의 장점이랍니다.”

박 대표는 영천샤인머스켓빵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영천 포도 농가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1년 12월 중순에 내놓은 빵은 보름 만에 매출 1200만원을 올렸다. 올해는 빵과 포도 원물을 포함해 2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포도 또한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과 직거래하면 소비자들은 질 좋은 포도를 바로 맛볼 수 있고 농가는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빵 외에도 샤인머스캣 가공식품군을 확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샤인머스캣 음료와 콤부차도 연내 출시 예정이다. 아이들에게는 달콤한 음료를, 건강을 신경 쓰는 어른들에게는 콤부차를 팔고 싶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경북 영천은 그동안 전국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특산품이 부족했습니다.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가 여러 지역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빵을 필두로 여러 가공식품을 만들어 영천이 샤인머스캣 특산지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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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영천=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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