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을 없애고 싶다면, 농약 대신 ○○을 써 보아요![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43]

어떤 생물을 잡아먹는 포식자를 천적이라고 합니다. 먹고 먹히는 생태계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인간세계에서도 어떤 사람을 꼼짝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천적이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천적이라는 말이 무섭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파프리카, 딸기 등의 농작물 재배에 활용하는 천적은 공존을 의미합니다. 병해충의 천적을 매개체로 많은 이들이 살 수 있으니까요.

농작물 망가뜨리는 천적, ‘해충’

목화진딧물 피해를 입은 오이 잎.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해충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농약을 쓸 수밖에 없다. ⓒ농촌진흥청

야생 식물과 달리 농작물은 인간의 도움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 작물을 키우다 보면 늘 따라다니는 병해충 때문입니다. 농작물은 인간이 이용하기 위해서 키우는 식물입니다. 인간은 이들 농작물이 병해충에 대한 자기방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보다는 그 반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농산물을 많이 수확해야 하는 인간의 요구에 충실하도록 품종이 만들어지고, 자랄 때도 양분을 많이 흡수하는 환경에서 과식하며 자랍니다. 그 결과 연약하게 성장합니다.

자기방어 능력이 떨어진 농작물은 병과 해충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그들에게 연약해진 농작물은 공격하기 쉽고, 단맛이 많아 먹기도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농작물을 키우는 사람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총채벌레 피해를 입은 하우스 오이밭. 수확이 불가능한 상태다. ⓒ농촌진흥청

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 살포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적인 농사법이 되어버렸습니다. 농약을 살포하기 좋아하는 농업인도 없고, 농약을 많이 살포한 농산물을 좋아하는 소비자도 없지만 해충을 방제하는 농약의 도움이 없이는 농산물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와버렸습니다. 물론 유기농과 무농약 인증 재배 농가는 친환경 자재로 해충을 방제하지만 그 면적은 5% 내외에 그칩니다. 친환경재배에서는 물론 관행농업에서도 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과 친환경자재 비용과 살포 노력은 경영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자재를 모두 사용하고도 해충 방제에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시설재배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과거에는 봄에 심어서 여름과 가을에 수확하던 많은 작물들이 소비자의 편의성에 맞추어 가을에 심어서 봄에 수확하는 재배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 작물은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이라는 시설 내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넘기기 위해서죠. 원래 작물마다 해충 종류는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지만,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재배에서는 시설 안에서 비슷한 생활환경 조건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해충도 유사합니다. 진딧물, 총채벌레, 가루이 등이 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해충입니다.

해충에도 천적이 있다!

진딧물과 모기 잡는 무당벌레와 집박쥐

해충 천적인 콜레마니진디벌과 싸리진디벌 미미(왼쪽 사진부터) . ⓒ농촌진흥청

다행인 것은 자연계에는 천적이 있어서 한 가지 생물만이 무한 번식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농작물에 발생하는 해충에도 지구상의 어딘가에는 천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해충이든 아니든 모든 벌레는 본인들이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 천적들이 있습니다. 물론 작물 해충에 기생하는 곰팡이나 미생물뿐만 아니라 새들도 천적이기는 하지만, 종류로 보면 해충의 대다수 천적은 곤충입니다. 농업에서도 천적은 농사에 피해를 주는 진딧물 등의 해충을 먹고 사는 곤충을 주로 지칭합니다.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알고 있는 천적은 무당벌레입니다. 들판에 나가면 흔히 보이는 등이 붉으며, 작고 검은 둥근 점들이 있는, 콩 절반 정도 크기의 곤충인 무당벌레는 진딧물의 천적입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많이 잡아먹기는 하지만 온실의 진딧물을 모두 잡아먹지는 않아서 작물 재배에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집박쥐도 인간의 입장에서는 대표적으로 유익한 천적입니다. 집박쥐 한 마리는 하루에 수천 마리의 모기를 먹기 때문입니다.

천적유지식물에 붙어 있는 천적 콜레마니진디벌. 콜레마니진디벌은 가루이와 총채벌레의 천적이다. ⓒ농촌진흥청

천적은 작물 재배 특히 비닐하우스나 유리 온실 등의 폐쇄된 시설재배에서 많이 이용합니다. 노출되지 않은 공간이어야 천적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시설 안의 농작물만 보호하면서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각 해충에 대한 천적은 자연계에 넘쳐나지만, 농사를 짓는데 이용하는 천적들은 사람이 길러서 저장하고 운송하기 편한 것들만 이용되고 있습니다. 시설재배 농작물에는 많은 해충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진딧물, 가루이, 총채벌레, 작은뿌리파리 등입니다. 가루이와 총채벌레 해충의 천적은 미끌애꽃노린재, 지중해이리응애, 사막이리응애, 오이이리응애 등입니다. 작은뿌리파리에는 마일즈응애라는 천적의 효과가 탁월합니다.

농약 대신 천적 활용해 짓는 농사법

고추밭에 심은 천적유지식물. 천적으로 해충을 방제하는 것은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 ⓒ농촌진흥청

천적으로 해충을 방제하는 것은 모두에게 도움을 줍니다. 농사를 짓는 농업인은 농약으로 방제를 하기 어려운 응애나 진딧물을 천적으로 쉽게 방제할 수 있습니다. 수박이나 참외와 같은 덩굴성이고 잎이 큰 작물에 발생한 해충은 농약으로 방제하기 쉽지 않습니다. 해충이 잎 아래쪽에 있어서 농약이 해충 몸에 닿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응애류나 가루이 등은 농약에 저항성을 가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때도 천적은 이들 농약 저항성 해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농약이든 친환경자재든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또 가끔은 한밤중에 살포해야 합니다. 수박 농사를 짓는 한 농가는 10동의 하우스에 친환경자재를 한 번 살포하는데 4시간 걸린다고 합니다. 그것도 한밤중에. 친환경자재 비용도 매번 30만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천적은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자리에 두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천적 비용도 들고, 해충을 세심히 관찰해야 하지만, 농자재 살포 노동에서 해방되고, 진딧물도 완전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이점도 적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딸기 등의 과채류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천적이 농약보다 환경과 생태계에 이롭다는 것은 실험 결과나 데이터가 없어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해충 천적의 단짝, 천적유지식물

천적 비용과 약제 사용량 줄여줘

천적유지식물의 작용 모식도. 해충 천적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뱅커플랜트라고 불리는 천적유지식물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천적은 천적만 덜렁 혼자 던져둔다고 일을 잘 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천적을 이용할 때 꼭 함께 이용하는 식물은 뱅커플랜트(Banker plant)라고도 불리는 천적유지식물입니다. 딸기 등의 하우스 내 3~4곳에 심어두면 천적이 살 수 있는 공간과 먹이를 제공하는 보리, 옥수수, 참깨 등의 식물을 말합니다.

해충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를 먹고사는 천적도 다양하듯이 천적유지식물도 다양합니다. 야생에서는 모든 식물이 천적유지식물일 수 있지만, 천적으로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는 천적이 살기에 좋고, 농업인이 키우기 쉽고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식물이 가장 유용한 천적유지식물입니다.

해충 천적 콜레마니진디벌의 한 살이 과정이다. 콜레마니진디벌의 수명은 4~6일로 매우 짧다. ⓒ농촌진흥청

천적유지식물이 필요한 이유를 콜레마니진디벌로 예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진딧물 천적인 콜레마니진디벌은 수명이 4~6일로 매우 짧아서 진딧물 발생 초기에 투입하지 않으면 천적이 진딧물 번식을 막을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 여러 가지 일로 바쁜 농업인이 작물을 세심히 관찰해서 진딧물 발생 상황을 초기에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때 천적유지식물을 작물을 옮겨심는 시기에 미리 하우스에 심어 두고, 여기에 천적이 살도록 해두면 진딧물이 발생하는 초기에 천적이 진딧물을 먹어치워서 진딧물이 갑자기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눈보다 천적이 더 진딧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가 먹이가 나오는 순간 먹고 없애버려 진딧물이 작물의 즙액을 빨아먹어서 작물을 못살게 구는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천적유지식물이 있으면 여러 가지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천적이 진딧물 등의 해충 발생 초기에 기생하거나 포식함으로 해충 방제효과를 높이고 천적 비용을 절감합니다. 또한 농업인의 농약 살포나 해충 발생 관찰 노동력 투입 시간을 줄여줍니다. 게다가 초기에 해충을 막음으로써 약제 사용량을 줄이거나 없애줍니다.

해충→ 천적→ 안전한 농산물→ 소비자

천적 활용한 농법으로 본 자연 순환 과정

천적을 활용해 키우는 수박밭과 고추밭(왼쪽 사진부터). 천적으로 작물은 해충 피해 없이 안전한 농산물을 인간에게 선물한다. ⓒ농촌진흥청

농작물을 키우면 해로운 벌레, 즉 해충이 늘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해충이 있는 곳에는 자연스럽게 천적이 발생합니다. 자연적으로 생기는 천적만으로는 해충을 방제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해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천적을 농업인, 농촌진흥청, 민간회사에서 찾고 개발합니다. 개발된 천적은 사육장에서 길러지고, 길러진 천적을 농업인이 적절한 시기에 본인의 농경지에 놓아둡니다.

천적은 작물이나 천적유지식물에 살면서 작물에 발생하는 해충을 먹고 자랍니다. 작물은 해충의 피해 없이 건강하게 자라서 안전한 농산물을 인간에게 선물합니다. 그 선물은 농업인을 거쳐서 소비자가 안전하게 구입하는 먹거리가 됩니다. 소비자가 농산물에 대해 지불한 돈은 농업인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다음 해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할 수 있게 합니다. 천적은 해충조차 박멸의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살아남아서 다음 해에도 번성해서 먹이가 되어주기를 기대할 겁니다. 아름다운 공존의 순환 세계가 아닌가요!


글=박기춘 국립농업과학원 기술지원과 농업연구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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