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떠나 충북 충주에서 내추럴와인을 만들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한 잔의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 과일이 자란 땅과 나무, 바람과 햇빛을 느끼고 즐긴다는 것이야.”

신이현 작가(57)는 1994년 장편소설 《숨어 있기 좋은 방》(살림)으로 데뷔해 활동 중인 장편소설 작가입니다. 그녀의 또 다른 직업은 농부. 처음부터 농부를 꿈꾼 건 아닙니다. 그런 그녀가 충북 충주에서 남편 도미니크 레몽 에으케(53)와 함께 내추럴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추럴와인이 뭐냐고요? 유기농 과일을 손으로 수확해서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만든 와인을 말합니다. 이런 와인을 만든다니. 흥미롭지 않나요?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더숲)은 프랑스에서 결혼 생활을 하던 신 작가와 도미니크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충북 충주로 가 겪은 일을 다뤘습니다.

신 작가의 또 다른 직업은 농부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은 그녀와 남편 도미니크가 충북 충주에서 내추럴와인을 만들면서 겪은 일을 다룬 책이다. ⓒ더농부

무작정 시작한 한국에서의 농부 생활…땅 구하기부터 쉽지 않다

신 작가와 도미니크가 만난 건 20년 전 프랑스에서였습니다. 도미니크는 프랑스와 독일 경계에 자리 잡은 알자스 출신입니다. 부부가 처음 한국에 온 건 2015년. 파리에서 살던 둘은 도미니크가 서울로 발령받으며 한국으로 옵니다. 1년간 계속된 야근으로 지친 도미니크는 그녀에게 오랫동안 원하던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농부가 되고 싶어”. 결심 끝에 그는 파리로 돌아가 마흔이란 나이에 농업 대학에 편입합니다.

신 작가는 도미니크에게 한국에서 와인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합니다. 어찌어찌 도착한 한국에선 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파리의 아파트를 팔았고 가진 재산은 그것이 전부였다. 한국의 땅값이 얼마인지, 양조장을 짓는 데 건축비가 얼마인지, 아들 공부를 시키는 데 드는 돈이 얼마인지, 앞으로 우리 생활비는 어떻게 벌지, 그런 계산은 하지 않았다. 아무 계획도 없었고 그냥 원대한 꿈만 있었다.”

어찌어찌 도착한 한국에선 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충주에 사는 이재윤 도예가를 통해 작업장을 구했고, 이때부터 충주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더농부

임대료 없이 얻은 사과밭 2000

실패로 끝난 첫 해와 둘째 해 농사

어디에서 사과와 포도를 기를 지부터가 고민이었습니다. 우연히 충주에 사는 이재윤 도예가를 통해 작업장을 구했고, 이때부터 충주와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남은 문제는 땅 확보였습니다. 한 평에 10만원이 넘는 땅을 사기엔 돈이 부족했습니다.

이때 임대료 없이 사과밭 2000㎡을 준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과나무는 너무 늙었고 병들어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땅이 살아나도록 2년간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작물 대부분이 날아갔고 남은 것도 쓸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풋사과라도 따야겠다 싶어서 매달려 사과를 따고 있자니 서러움에 심장이 아팠다. 그렇게 정성을 쏟았는데도 땅은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는구나. 맛도 들기 전에 사과를 따야 하는구나….”

충주에 온 지도 2년째. 흰머리가 희끗희끗 자라났고, 주름은 더 깊어졌습니다. 둘은 임대료 없는 땅을 포기하고 다른 땅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땅을 만납니다. 이미 임대 중이고 1년 뒤에야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땅을 사기로 합니다.

부부가 처음 한국에 온 건 2015년. 1년간 계속된 야근으로 지친 도미니크는 신 작가에게 농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알자스

마침내 땅을 얻다…‘생명역동농법’으로 땅 길러

다시 일 년. 부부는 드디어 원했던 땅에서 농사를 짓게 됩니다. 사과와인의 맛을 복합적이고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 사과 30여 종을 심었습니다. 농법도 특이합니다. 도미니크는 생명역동농법을 고집합니다. 그는 신 작가에게 6개월 삭힌 유기농 소똥, 붉은 미역 가루, 말똥, 돼지털 등을 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도미니크의 호기심은 신 작가에겐 일이 됩니다. 처음엔 과일 종류를 알기 위해 과일 연구소를 찾아다녔고, 와인 양조장도 방문했습니다. 나중에는 과일 밭에 갔습니다. 한국어를 못하는 도미니크를 대신해 한국에서 와인을 만들기 위한 모든 과정은 신 작가가 처리해야 했습니다.

땅을 구하고 사과와 포도를 기르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주류 제조 허가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코르크 뚜껑부터 샴페인 유리병까지 와인을 만들기 위한 제품 대부분은 수입품이었고, 제품을 사려면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서류를 보내 통과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수입 처리를 완료하고 단잠에 든 때를 꼽습니다.

부부가 고집하는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은 펫낫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과정을 살펴보면 일 년 동안 효모가 어떤 작용을 하며 술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농부

“알코올은 인간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효모의 일”

도미니크는 알코올 도수를 정해서 알려야 제조 허가를 받는 한국의 주류법을 이해하기 어려워했습니다. 기성 주류는 효모를 첨가하고 살균해 도수를 정할 수 있지만, 신 작가와 도미니크가 만드는 와인은 아니었습니다. 효모를 억제하지 않기에, 도수는 날씨와 재배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합니다. 그녀는 알코올은 인간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효모의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부부가 고집하는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은 펫낫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펫낫은 뻬띠앙 나뛰렐(Petillant Naturel)을 줄인 말입니다. 뻬디앙은 탄산, 나뛰렐은 자연의 의미여서 펫낫은 ‘자연적으로 생긴 탄산’을 뜻합니다. 생산 과정을 살펴보면 일 년 동안 효모가 어떤 작용을 하며 술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가을에 사과를 땁니다. 사과 안에는 수많은 야생 효모들이 잔뜩 묻습니다. 분쇄기에 갈아 즙을 갑니다. 탱크에서 야생 효모가 발효를 시작합니다. 봄이 되면 발효가 거의 끝나 병입을 합니다. 병 속에 들어간 효모가 2차 발효를 시작하면서 찌꺼기가 생깁니다. 여름에 병목에 모인 찌꺼기 제거 작업을 합니다. 이후 코르크로 막고 철사로 봉인해 줍니다. 다시 가을이 오면 천연 스파클링 와인이 완성됩니다.

신 작가는 내추럴와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이 준 그대로의 과일을 발효해서 만드는 것. 과일이 자란 땅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더농부

농사를 짓는 5년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웃들은 생명역동농법으로 사과와 포도를 기르는 부부를 보곤 걱정합니다. 신 작가는 그런 걱정을 도미니크에게 말해주지만, 그는 휙 멀리 가버리곤 합니다.

“그냥 말을 전해 주었을 뿐인데 저렇게 화를 내다니, 저 남자와 죽을 때까지 같이 잘 자신이 없어진다. 나 또한 남편 꼴이 보기 싫어서 멀찍이 떨어진 작은 언덕으로 가서 일을 시작한다.”

작은 언덕에서 돌을 만지면 기분이 풀립니다. 신 작가는 이 언덕을 ‘시어머니의 정원’으로 부릅니다. 남편이 미워질 때면 천리만리 타국에서 고생하는 아들을 생각하는 시어머니 마음을 떠올립니다. 과일 밭은 ‘엄마의 밭’입니다. 두 어머니가 지켜주는 땅이라 생각하니 잠시 근심이 사라집니다.

땅과 하늘 보기도 바쁜 요즘. 냉장고에 내추럴와인 한 병 놔두면 잠시나마 인생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더농부

농업은 자연과의 교감…단숨에 만들어지는 건 없다

땅은 보답으로 흰 머리카락과 깊은 주름을 돌려줬다

부부에게 농업은 자연과의 교감입니다. 단숨에 만들어지는 건 어느 것 하나 없습니다. 땅 고르는 데만 2년, 다시 자라는데 1년, 그리고 와인이 숙성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땅은 부부의 땀을 받아먹고 싹을 틔우고, 그 보답으로 흰 머리카락과 깊은 주름을 돌려줍니다. 자연의 이치입니다.

신 작가는 내추럴와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연이 준 그대로의 과일을 발효해서 만드는 것. 과일이 자란 땅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땅과 하늘 보기도 바쁜 요즘. 냉장고에 내추럴와인 한 병 놔두면 잠시나마 인생이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신 작가와 도미니크가 충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더 궁금하다면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을 읽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 알고 싶다면 《알자스의 맛》(우리나비)도 좋습니다.

충주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을 읽어보자. 《알자스의 맛》은 부부가 프랑스 알자스에서 있었던 일을 다룬 책이다.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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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인턴 김민우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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