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동면옥 : 미완성 불고기 [이용재의 식당 탐구 – 11]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한국 식문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비평가입니다. 식재료, 조리도구, 조리 문화, 음식과 관련한 문화 콘텐츠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앞으로 이용재 평론가가 격주로 더농부에 ‘식당과 음식 이야기’를 펼칩니다. 맛있는 한 끼에서 그가 얻은 통찰을 함께 나눠 보실까요?


불고기는 한국 대표 요리지만 재료, 양념, 조리법 등 여러 측면에서 쉽지 않은 음식이다. ⓒ이용재

한국 대표격 고기 요리라 할 수 있는 불고기는 사실 어려운 음식이다. 일단 부위 선정부터가 조금 삐딱하게 말하자면 의심스럽다. 왜 설도처럼 기름기가 적고 질기다고 할 수 있는 부위를 쓰는 걸까? 채끝이나 안심, 등심 같은 부위는 쓰지 않는 걸까? 혹자는 그런 부위는 스테이크에 쓰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요즘의 이야기이다. 지금처럼 한우 스테이크가 자리를 잡기 이전이라면 어땠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생등심이나 생갈비 등, 양념을 하지 않고 구워 소금만 찍어 먹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양념을 한 고기는 생고기보다 열등한 것일까? 왜 등심이나 안심을 불고기 양념해서 구우면 안 되는 걸까? 실제로 미국의 유료 레시피 웹사이트인 아메리카스 테스트 키친에서는 최근 스테이크 부위인 등심을 직접 칼로 썰어 만든 한국식 불고기를 선보였다. 얇게 저민 한국식 불고깃감을 미국인들은 잘 모를 수 있으므로 대안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 걸 보고 있노라면 되려 외국에서 한식이 조금 더 자유로운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부위 선택과 양념의 단계를 넘어가더라도 어려움은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썬다기 보다 저민 고기를 양념했기 때문에 사실 조리가 의외로 까다롭다. 일단 형태가 잡혀 있지 않으니 고르게 익히기가 어렵고 얇기 때문에 빨리 익는다. 게다가 당을 넉넉하게 쓴 양념에 버무렸으므로 캐러멜화를 금방 넘어 타기도 쉽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어떤 조리법을 적용하든 결과물은 대체로 과조리되고, 원래 기름기가 없는 부위의 특성과 맞물려 퍽퍽해진다. 그렇다, 우리는 그런가 보다 하고 먹지만 불고기는 이렇게 약점이 많은 조리 문법이다. 결과물의 회색 또한 그렇게 식욕을 당기는 색깔은 아니라는 점도 언급해야겠다.

판동면옥 불고기는 주문 즉시 양념에 무친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이용재

이처럼 은근히 완성도를 꾀하기 어려운 불고기에는 어떤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까? 판동면옥에 별 생각없이 냉면을 먹으러 갔다가 불고기에 관심이 쏠렸다. ‘주문을 받으면 양념에 바로 무쳐냅니다’라는 안내 문구 덕분이었다. 그럼 거의 바로 무쳐낸 고기를 구워 먹는 셈일 텐데, 간은 잘 배일까? 불고기류라면 양념에 얼마나 많이 재워내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대세인지라 이 청개구리적인 접근 방식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하여 예정에 없이 주문을 했더니 바로 호기심이 풀렸다. 쇠고기 목심을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 양념에 버무린 형국이었다.

일단 접근 방식은 납득이 갔다. 양념은 해결사가 아니어서 무작정 오래 재워둔다고 연해지지 않는다. 겉면만 간장 등 양념의 산으로 인해 변성이 일어나 질감이 불쾌해지고 내부의 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 현실을 감안해서 양념에 재워두는 시간을 줄이려면 고기가 얇아져야 한다. 애초에 얇은 고기이므로 더 얇아지려면 대패 삼겹살처럼 종잇장 두께로 가는 수 밖에 없다. 대신 얇더라도 흐느적거리지 않도록 부위는 운동을 많이 해 힘이 어느 정도 살아 있는 목심(목과 어깨가 교차하는 부위)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양념은 정말 살짝 버무려지는 정도로만 썼다.

이처럼 여러모로 논리적인 고기를 가운데가 볼록하고 구멍이 숭숭 뚫린 옛날식 불판에 올렸을 때, 나는 우려하기 시작했다. 종잇장처럼 얇은 고기라면 정말 불에 올리자마자 익어버릴 텐데 이처럼 직화에 가까운 불에 올리면 과조리 되지 않을까? 차라리 열에너지를 어느 정도 중재할 수 있는 국물에 끓이듯 익히는 게 낫지 않을까? 또한 양념이 고기와 어우러지기도 전에 구멍으로 다 빠져 나가지 않을까?

이런 우려가 실제로 익은 고기를 입에 넣었을 때 현실로 다가왔다. 일단 목심은 얇게 저몄고 또한 불과 닿는 시간을 최소화했지만 좋게 말하면 숨이 죽어도 힘이 남아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질겼다. 앞서 언급했듯 운동을 많이 한 부위이므로 그렇게 얇더라도 쇠고기의 진한 맛은 충분하게 내줬지만 양념이 정확하게 뒤를 받쳐주지 못했다.

옛날식 불판 조리에서 나올 수 있는 과조리라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용재

불길한 예감이 사실이 되듯, 정말 바로 무쳐 불에 올렸기 때문에 고기와 양념이 어우러질 기회를 거의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고기 자체의 맛은 진하지만 싱거웠으니 불판의 테두리에 고인 국물에 찍어 먹어야 비로소 간이 맞았다. 이렇다면 사실 이런 고기에 어울리는 최선의 조리법은 궁극적으로 샤부샤부가 아니었을까? 적어도 불판 혹은 조리 방식만 달랐더라도 발상을 좀 더 잘 수용해 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아쉬웠다.

사실 이러한 아쉬움은 비단 불고기 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 전체에서도 맛볼 수 있었다. 일단 조리 자체의 완성도가 높고 매우 깔끔하지만 전반적으로 간이 약해서 맛에 뒷심이 없었다.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냉면은 일단 국물만 놓고 볼 때 긍정적인 의미에서 정직하고 육향이 살아 있어 매력적이었지만, 여기에 간이 전혀 되지 않은 메밀면이 가세하면 순식간에 긴장감을 잃고 만다. 속의 촉촉함이 잘 지켜지면서도 겉은 바삭하게 지진 녹두전도, 소의 자기주장이 또렷한 만두도 모두모두 싱거워 음식의 표정을 정확하게 읽기 어려웠다.

이상적으로는 이런 경우 딸려 나오는 반찬이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요리들처럼 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춧가루마저 완전히 배제되어 들릴 만한 목소리를 내어 주지 못했다. 말하자면 완성도가 높은 조리와 맛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불균형이 나름 깊었다.

판동면옥 다른 요리는 깔끔하지만 전반적인 간이 약해 맛의 뒷심이 없었다. ⓒ이용재

그래서 음식을 먹고 전래동화인 소금장수 이야기가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랐다. 사농공상의 조선 시대에 소금장수가 결혼할 여자의 집에 찾아가 인사를 했다. 결혼을 승낙 받으려는 심산이었지만 장인이 될 사람은 냉담했다. 하필이면 상인 계층이냐는 반응이었다. 이에 소금장수는 일단 물러났다가 장인 자리를 자기 집으로 불러 식사를 대접한다.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지게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렸건만 막상 맛을 보니 밍밍하고 입에 붙지 않았다. 모든 음식에 소금을 하나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당황한 장인 자리에게 그제야 소금장수가 입을 연다. ‘어르신, 당황하셨죠? 제가 장사치인 게 못마땅하실 수 있겠지만 소금 없이 음식의 맛을 낼 수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감칠맛이 있기에 사실 소금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맛을 낼 필요는 없어졌다. 그리고 한식의 기본 장류는 전부 감칠맛으로 승부를 본다. 이렇게 기본판을 짜놓고도 우리는 짠맛과 감칠맛을 아울러 음식 맛을 내지 못하고 그 둘의 손발을 묶거나, 대신 설탕에게 주도권을 준다. 그리하여 이처럼 완성도가 기본적으로 높은 음식에서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지 못한다.

흔히 싱겁지만 맛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삼삼’, 혹은 ‘슴슴’함은 사실 감칠맛이 짠맛과 잘 어우러진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맛을 한식에서 실제로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 우리는 사실 여전히 인지 부조의 세계에서 헤매고 있다. 소금 한 자밤이 모자라 맛이 뭔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나는 큰 아쉬움을 느낀다. 우리는 맛내기에서 좀 더 적극적이어도 괜찮다.

판동면옥 여의도점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37 기계회관 본관 1층

02-784-8288

<메뉴>

불고기 2만8000원 (190g/2인분 이상 주문)

평양냉면 1만3000원

<영업시간>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마지막 주문 오후 9시

휴식시간 오후 3~5시


글·사진=이용재(음식평론가·번역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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