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이나 무언가 기념하고 싶은 날이면 자연스레 손이 가는 와인. 연말연시를 맞아 ‘갬성’ 돋는 모임 자리에 필수인 술이죠. 그런데 탄닌이 어쩌고, 바디감이 어쩌고, 산지가 어쩌고, 품종이 어쩌고…. 관련 지식이 많아야 “에헴!” 하고 즐길 수 있겠다는 마음에 어떤 와인을 고르면 좋을지 갸우뚱하게 됩니다. 흔히 마시던 소주나 맥주보다 비싸 실패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부담감에 짓눌리기도 하네요.
2022년 12월 발행된 《와인 :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 벌 예정》(세미콜론)은 와인을 알지 못하는 ‘와알못’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이 책을 쓴 신지민 저자는 “좋아하니까 많이 마셨고, 많이 마시다 보니 저절로 와인 상식이 쌓였다”고 말하는데요. 와인 관련 각종 책을 읽고 강의를 찾아 듣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고 합니다. 저자의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유쾌하게 ‘와인의 A to Z’를 다루는 에세이죠.
《와인 :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 벌 예정》은 총 22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신문사 기자라는 직업 정신탓인지 저자가 와인을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오하게 빠져들어 탐구하고 섭렵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와인 입문자가 참고할 만한 내용을 저자의 경험에 빗대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빼곡히 채웠습니다. 수십수백 개 와인 라벨 앞에서 막막한 적이 있다거나 와인 테이블 에티켓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열어봅시다.
“샴페인은 ‘쉬운 와인’이랍니다”
어떤 안주와도 최상의 마리아주
설 연휴가 끝났다.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 엄마가 지퍼백에 전과 튀김, 잡채 등을 열심히 넣어준다. 예전엔 명절 뒤 남은 음식을 엄마가 싸준다고 해도 한사코 거부했다. (중략) 그러나 이제는 두 손 들어 환영한다. 왜냐하면 명절 음식은 더없이 좋은 와인 안주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다면 명절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뭘까. 다양한 명절 음식에 실패하지 않을 와인은 바로 샴페인이다.
저자는 샴페인(Champagne)을 와인 초보도 먹기 좋은 “쉬운 와인”이라고 표현합니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뜻하는데요. 차갑게 마시면 좋은 술이니 와인셀러 없이 냉장고에 보관해도 좋고, 디캔팅(술의 찌꺼기를 걸러 내는 일)을 한다거나 시음 적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따서 마시면 됩니다. 마리아주 고민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명절 음식은 물론 어떤 안주에도 잘 어울린다고 하네요. 저자는 아예 안주 없이 샴페인만 마시는 방식도 추천했습니다.
잠깐! 달달한 와인은 취향이 아니라고요? 모든 샴페인이 단맛이 나는 건 아닙니다. 샴페인도 당도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달지 않은 순서대로 브뤼 나튀르(Brut Naturé) – 엑스트라 브뤼(Extra Burt) – 브뤼(Brut) –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 – 섹(Sec) – 드미 섹(Demi Sec) – 두(Doux)로 분류하죠. 달지 않고 적당히 드라이한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엑스트라 브뤼나 브뤼를 택하면 무난하겠습니다.
샴페인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가격입니다. 샴페인은 아무리 싼 것도 5만원대고 이조차도 할인 기간이 아니면 찾기 어렵죠. 이럴 땐 대안이 있습니다. 3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는 다른 지역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겁니다. 샹파뉴를 제외한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은 대부분 크레망(Crémant)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은 카바(Cava)고, 이탈리아는 스푸만테(Spumante), 아시트(Asti), 프로세코(Proseco)입니다. 독일은 스파클링 와인을 젝트(Sekt)라고 부릅니다.
알아두면 좋을 간단한 와인 매너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어떨까?
B 선배가 이제부터 소주 대신 와인을 마시자고 제안했다. (중략) 회식이라면 무조건 싫어하는 나였는데, 그날은 조금 설렜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뿐. B 선배가 와인을 따라주기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와인을 받는 후배가 잔을 두 손으로 높게 들고 맥주를 받듯 잔을 비스듬히 기울여 받는 것이 아닌가. 그가 그렇게 와인을 받기 시작하자, 다음 사람도 그다음 사람도 잔을 두 손으로 들어 받았다.
“제발 와인잔을 두 손 높이 들지 말아 주소서!” 당시 저자가 외치고 싶었던 문장이라고 합니다. 두 손으로 와인잔을 감싸 쥐면 와인의 온도가 올라가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얇디얇은 와인잔을 들었다간 깨질 수도 있죠. 따라주는 와인을 받을 땐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 놓아둡시다. 두 손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잔 받침에 가볍게 손을 놓으면 됩니다. 좀 더 예절을 표하고 싶다면 다른 한 손을 살짝 포개주면 좋습니다.
이 밖에도 와인을 마실 때 지키면 좋은 에티켓엔 무엇이 있을까요? 상대방에게 와인을 따라줄 땐 와인잔의 제일 볼록한 부분까지 따라주면 됩니다. 잔의 4분의 1이나 3분의 1 정도만 채워주는 겁니다. 건배할 땐 입술이 닿는 부분인 잔의 끝을 부딪쳐선 안 됩니다. 잔에서 가장 얇은 부분이라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일 두꺼운 몸통끼리 부딪치거나, 잔을 살짝 들어 올리며 상대와 눈인사를 나누는 방식으로 건배를 해도 충분합니다.
건배까지 마쳤으면 한 모금 마실 차례죠. 와인을 마실 땐 와인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잔의 다리 부분을 잡는 게 좋습니다. 어라? 상대방이 술을 제대로 안 마신다고요? “첫 잔은 원샷!”이라며 혼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참아야 합니다. 와인은 자신의 속도대로 눈치 보지 않고 마시는 술입니다. 적게 마신다고 비난한다거나 원샷을 강요하지 않는 것, 이게 바로 진정한 ‘와인 매너’입니다.
흥겹고 소탈한 저자의 경험을 읽곤 책장을 덮기 무섭게 와인 코너로 달려갈 뻔했는데요. 조만간 있을 와인 약속에서 ‘아는 척 타임’을 가지고 싶다면 《와인 :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 벌 예정》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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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인턴 전영주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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