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마카롱, 산삼 막걸리, 버섯 건조포…농산물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식품개발팀>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라.’ 탈무드에 나오는 유명한 격언입니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교육관을 담고 있죠. 요즘에 이 격언이 제대로 가치를 발하려면 이렇게 바뀔 겁니다. ‘생선 잡는 법을 가르쳤으면, 통조림 만드는 법도 알려줘라.’ 생존에 필요한 지혜는 물론 수확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경제적 이득을 최대화하는 방법도 알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농산물 가공품은 원물과 비교하면 농민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합니다. 평년 기준 쌀 1㎏ 소매 가격은 2670원 정도입니다. 증류주는 1병에 2만원이죠.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물 그대로를 판매할 때보다 사용처가 많아지므로 판로도 넓힐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맛과 영양이 풍부한 가공식품을 먹을 수 있어 이득입니다.

다만 농산물 가공품을 농가 스스로 개발하는 데엔 한계가 있습니다. 농민들이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농산물 가공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식품개발팀이 이런 일을 하고 있죠. 이 팀은 2022년 기준으로 개발한 기술만 44종에 달하고, 기술이전도 66개 업체에 했습니다. 벌꿀로 만든 ‘허니와인’, 밀가루 대신 콩가루를 쓴 마카롱, 고구마 캐러멜…. 소주 숙성기간을 단축하는 기술은 문배술과 술아원 등 유수 전통주 업체가 배워갔을 정도입니다.

더농부 에디터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경기도농업기술원을 찾았습니다. 과연 농식품개발팀은 농산물의 상상력을 어떻게 넓히고 있을까요? 이용선 농식품개발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왼쪽부터 안예향, 신복음, 이용선 팀장, 이대형 농업연구사. 농식품개발팀은 2008년 조직돼 지금까지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더농부

팀원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2008년부터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식품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이용선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쌀입니다. 경기미로 쌀 음료나 떡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대형 농업연구사는 발효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어요. 전통주, 식초 등 다양한 발효 식품을 다룹니다. 최근엔 콤부차를 연구 중입니다.

신복음 농업연구사는 콩과 버섯으로 가공품을 만듭니다. 경기도민도 잘 모르지만, 파주와 연천은 콩 주산지거든요. 소비자가 품질 좋은 콩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 형태 제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안예향 농업연구사는 조미료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최근엔 들기름 소비를 늘릴 방안을 고민하고 있죠. 들기름을 활용한 마요네즈 샐러드 드레싱, 대파 뿌리 부산물로 만든 야채스톡 등을 개발합니다.

농식품개발팀 업무가 궁금합니다.

농산물 가공 기술을 연구해요. 농가 소득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죠. 작물을 가공식품으로 만들면 부가가치가 높아져요. 자연스럽게 원재료인 농산물 소비도 커지고요. 개발한 기술은 특허를 내고, 경기도 농가나 영농조합법인, 중소업체에 기술 이전해요. 경기 농산물을 쓰는 조건이라면 타 지역에서도 기술을 배워갈 수 있어요.

주로 어떤 식품을 개발하나요.

특정한 식품을 개발한다기보단, 농산물의 상상력을 최대한 넓히고 있죠. 기존 제품이 아니라면 무엇이든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어요. 이를테면 ‘구슬 식초’가 있어요. 도내 발효 업체의 식초를 둥근 고체 모양으로 만든 제품이죠. 식초 모양만 바꿨을 뿐인데,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대요.

‘버섯 건조포’도 비슷해요. 버섯을 육포처럼 말린 제품으로 곧 시중 판매를 앞두고 있어요. 식감도 육포와 비슷하게 쫄깃하고요. 보통은 버섯을 장아찌나 반찬으로만 가공하려 해요. 버섯 용도를 확대했더니 비건부터 애견용 영양 간식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게 됐죠. 우리 연구가 농산물 판로를 넓히고 있다고 생각해요.

신복음 농업연구사가 실험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더농부

농식품 개발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농가 소득이 커지고, 농산물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이죠. 기술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경기도 농산물을 원재료로 써야 해요. 가공식품 생산라인이 생기니 일자리도 창출되죠.

환경적인 측면도 있어요. 일부 가공식품은 부산물을 사용해 만들어요. 예를 들면 대파 뿌리로 만드는 야채 스톡이죠.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연구라고 생각해요.

농민분들은 기술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공 제안은 굉장히 반가워하세요. 식품은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데, 아무래도 농민 개인이 쫓아가기엔 어려운 점이 있어요. 가공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우리 기술이 좋은 힌트가 되죠.

기술 이전 이후까지 챙겨드리는 것도 고마워하세요. 홍보·광고를 어려워하시는 농민분들이 많거든요. 다른 곳은 연구 개발만 한다면, 우리는 마케팅까지 담당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해요. 박람회나 전시회 정보도 알려드리고, 혜택받을 수 있는 정부 정책을 소개하기도 하죠.

농식품가공연구실 분석 장비. 이곳에서 가공식품 성분 검사를 진행한다. ⓒ더농부

농가 6차 산업도 격려한다고 하셨는데….

6차산업은 1·2·3차 산업을 모두 연계해요. 농촌에서 작물을 길러 가공하고, 관광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문객에게 제공하는 거예요. 일종의 농촌 체험이죠. 6차 산업으로 진출하면 체험비를 받을 수 있어요. 원재료도 활발히 소비할 수 있고, 체험 가공품도 판매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죠. 가공식품 판매로 올리는 소득에도 한계가 있거든요.

가공에 이어 3차 산업까지 도전하겠다는 농민이 드물지 않아요. 이때 체험 행사를 함께 짜줍니다. 포천에 있는 한 허브 농장과 ‘허브 쿠키 만들기 체험’을 기획한 기억이 나요. 프로그램은 되도록 15~30분 안에 끝나야 좋아요. 시간 내에 정확하고 안전하게 체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죠.

개발한 식품 중 떡, 술, 쌀빵, 쌀음료 등 ‘쌀 가공품’이 많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경기미(米)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예요. 경기도 특산물 129개 중 10개가 쌀이죠. 유명한 만큼 공급량이 많아요. 그에 비해 쌀 소비량은 계속 감소하고요.

농식품개발팀이 2008년에 만들어졌는데, 팀 목표도 경기미 소비 활성화였어요. 떡과 술 연구를 그때부터 시작했죠. 당시 쌀 가공품 조사를 해보면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품이 떡, 그다음이 술이었어요. 지금은 술이 세 번째로 밀려나고 도시락용 밥이 두 번째가 됐지만요.

아이비허니, 배혜정도가 등 유수의 전통주 양조장에 기술을 이전하셨습니다. 최근 전통주가 MZ세대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전통주 산업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기농산물 소비를 늘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봐요. 경기미뿐만 아니라 농산물을 사용하는 가장 큰 소비처이자 소비가공품 중 하나가 술이거든요.

전통주 외에도 MZ세대가 잘 소비할 수 있는 품목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엔 쌀 맥주도 개발했어요. 식품은 트렌드보다 앞서야 해요. 뒤따르려 할 땐 이미 늦죠.

농식품개발팀은 고구마소주 등 20종의 전통주 기술을 개발했다.술샘, 술아원, 문배술양조원, 아이비영농조합법인 등 유수의 양조장이 기술을 이전 받았다.ⓒ더농부

기술을 이전한 제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전통주 중에선 ‘호담산양삼막걸리’가 기억에 남아요. 2017년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을 받았고, 대형마트에도 입점해 큰 매출을 올렸죠. 원래 새싹삼을 기르던 농가였는데, 막걸리를 만들고 싶어 하셨어요. 산양삼을 마이크로 분쇄하면 산양삼 속 성분인 사포닌 파괴가 줄어드는데, 이 기술을 이전해드렸어요.

2012년엔 식혜·수정과 명인에게 ‘쌀가루 식혜’ 기술을 이전했어요. 당시 식혜엔 밥알 형태의 쌀만 들어갔어요. 아이나 외국인이 먹기엔 불편했죠. 쌀을 가루 형태로 넣은 건 우리가 최초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아미노산 함유량을 높여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고, 바나나 향을 넣은 제품은 동남아시아에 수출도 했죠.

이외에도 ‘콩 마카롱’이 있어요. 밀가루 대신 아몬드와 콩으로만 만든 마카롱이에요. 효소 분해를 통해 콩 향을 최대한 줄였죠. 먹어본 사람 말로는 전혀 콩 느낌이 나지 않는대요. ‘베이커리 소재용 효소처리 콩 분말 제조 및 이를 이용한 마카롱의 제조방법’으로 특허까지 받았죠.

왼쪽부터 산양삼막걸리, 바나나맛 식혜, 콩 마카롱이다. ⓒ더농부

식품 개발 또는 기술 이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식품 개발은 늘 아이디어와의 전쟁이에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야 경쟁력이 생기거든요. 늘 치열하게 고민하죠. 요즘엔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식품성분표부터 확인해요. 가공업체에서 만들 수 없는 신제품이면 안 되니 생산 공정도 고려해야 하고요. 연구소에서 하는 소량생산과 대량생산은 달라요. 현실과 트렌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이밖엔 원가 문제가 있죠. 아무래도 경기농산물을 써야 하니, 생산비가 낮지 않아요. 최근엔 단가를 절약할 방법을 고민하다, 농식품개발팀이 농가와 가공업체의 다리 역할을 자처했어요. 김포에 있는 가공용 쌀 재배단지와 계약재배를 맺게 도운 거예요.

기술 개발에 성공했을 때 느끼시는 보람도 크겠습니다.

내가 만든 제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농가에 도움 된다는 사실이 뿌듯하죠. 창작의 고통을 괜히 느끼지 않았구나 싶어요. 농가나 가공업체 대표님의 감사 인사를 들을 때도 그렇고요.

국내 농산물 소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자긍심도 있어요. 식량 안보와도 관련 있는 문제죠. 어떤 채소를 먹지 않더라도, 재배는 계속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가공품이라는 제2의 판로를 만들어야 하죠.

경기도농업기술원은 2023년엔 대체육, 쌀 고유 품질 유지, 국산 농산물 소비 촉진 방안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더농부

앞으로의 식품 개발 전망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에 개발할 식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발 빠르게 따라가야 하니까요.

최근엔 대체육을 연구하고 있어요. 세미나에 참석하고, 교육도 받고 있죠. 경기도 특산물엔 콩이나 버섯이 많으니 이를 이용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농식품개발팀의 기술과 우리 농산물에 큰 관심 가져주길 바랍니다.


더농부 인턴 신유정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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