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식재료 맛있게 먹는 법 알려드립니다”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펴낸 〈이용재 음식평론가>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한국 식문화에서 비평이라는 한 축을 든든히 지탱해 주고 있는 저자입니다. 그의 전작 《외식의 품격》과 《한식의 품격》은 우리가 그동안 관행적으로 즐겨 왔던 식문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듣기에 다소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비평들이 한국 식문화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큽니다.

그가 다소 ‘까칠한’ 비평서만 쓴 것은 아닙니다. 2020년 출간한 <조리 도구의 세계>는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조리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리의 기본 개념과 과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죠. 그가 최근에 낸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는 《조리 도구의 세계》와 짝꿍인 책입니다.

책 제목만 보면 발랄한 음식 에세이 같지만 좀 더 실용적인 목적이 강한 안내서입니다. 우리가 편하게 접할 수 있는 60여가지 식재료를 고르고 저장하고 가공하는 방법을 설명해 줍니다. 이 평론가를 만나 책 이야기와 한국의 식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한국 식문화에 비평이라는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는 저자 중 한 명입니다. ⓒ더농부

건축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일하다가 음식평론가의 길을 걷게 된 이력이 독특합니다.

원래는 장래희망이 교수였어요. 그러다 건축 사무소에서 취직해서 일을 했었죠. 미국에서 지내면서 요리를 많이 했어요.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한 적도 있었죠.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9년 봄 한국에 와서 출판사에는 미국 책 번역 기획안을, 잡지사에는 제 이력서를 보냈죠. 그때부터 칼럼니스트와 번역가로 살고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살다 한국에 돌아오니 먹고 싶은 게 많았어요. 그런데 음식이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미국에서의 경험이 나를 바꾼 것인지, 10년 동안 한국 식문화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이런 외부인의 시선으로 글을 쓰게 된 겁니다. 그 덕에 인맥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용재 평론가는 20년 가까이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은 생활인이기도 합니다. ⓒ푸른숲

이번 책은 서재보다 주방 또는 식탁에 두고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는 조리 도구의 세계와 짝이 되는 책이에요. 누가 부엌 살림을 구축한다면 한 축은 조리 도구고, 나머지는 식재료죠. 한국에서 식재료를 언급하면 귀한 것, 미식의 관점에서 얘기해요. 감자를 마트에서 사면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같은 평범한 얘기가 없었어요. 예를 들어 감자는 찬물에서 삶아야지 뜨거운 물에 넣으면 겉이 확 익어버린다는 등의 얘기들이요.

요즘 음식 얘기도 많이들 하고 콘텐츠도 많은데 꼭 필요한 얘기는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더 잘 먹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맛이 좋아질 수 있는지 등이요.

푸드 네트워크 홈페이지 캡처 ⓒ푸드 네트워크

식재료 보관, 손질, 조리법은 어떻게 배우셨나요?

미국에서 살 때 푸드 네트워크 같은 요리 전문 채널을 자주 봤어요. 요리 책도 많이 읽었고요.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뉴가 있으면 직접 해봤죠. 레시피를 공부하면서 어떤 식재료를 골라야 하는지 계속 공부한 겁니다.

음식을 말하는 사람이 저 같은 남자라면 ‘이 사람은 조리도 안 해봤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해요. 제가 쓴 다른 글에 ‘대부분의 음식평론가는 음식을 안 한다’는 말도 있었죠. 저는 제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은 지 20년이 됐어요. 여기 나온 내용들은 제 경험들에서 나온 겁니다.

이용재 평론가는 희귀하거나 미식 식재료 대신 우리 생활에서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더농부

책에 나온 ‘미장 플라스’란 단어가 책을 관통하는 개념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에서 그 얘길 꼭 하고 싶었어요. 비빔면 하나도 더 맛있게 먹으려면 준비가 필요하죠. 여름엔 수돗물이 미지근한데 삶을 때쯤 물에 얼음을 넣으면 충분히 차가워지지 않아요. 미리 볼에 얼음물을 만들면 좋죠.

<흔하고 간단한 비빔면 하나 끓여 먹는데 시원하게 먹으려니 손이 조금 더 간다. 전체의 과정을 머릿속에 미리 넣으려니 생각도 많아진다. 어느 시점에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사실은 이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도 있다. 업계에서는 줄여 ‘미장’이라 일컫는 프랑스어 ‘미장 플라스(Mise en place)’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둔다’는 의미로 몇십 몇백가지의 식재료와 조리법이 얽히는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거치는 소위 ‘밑준비’를 의미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으니 비빔면처럼 간단한 조리에도 써먹지 못할 이유가 없다.>

(책 속에서 인용)

코로나19로 인해 집밥 수요가 늘었다가 다시 줄어드는 듯합니다. 우리는 왜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할까요?

저는 집밥을 꼭 먹어야 한다거나 집밥의 미래가 밝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러나 스스로 음식을 해먹는다는 건 인생에서 생존의 문제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조리하면 어느 정도 삶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르고 손질하고 만들어보면 삶의 시야가 넓어져요. 현실 감각을 갖는 데 음식과 식재료를 아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요. 몰라도 됩니다만 알고 있다면 좀 더 우리의 삶이 다채로워지지 않을까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 ⓒ뉴시스

시장부터 백화점 식품관까지 다양한 식재료 판매 공간을 자주 찾으시는데 여기서 무엇을 보고 느끼시나요?

선택의 폭이 좁아요. 오이만 해도 종류가 한 가지, 두 가지 정도고…. 신선식품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요. 냉동식품이 늘고 백화점 식품코너만 해도 가공식품에 자리를 점점 내어주고 있어요.

감자를 예로 들면 한국 감자로는 매쉬드 포테이토를 하려면 그냥 풀이 되어버려요. 오히려 서양 감자 분말에 뜨거운 물을 타서 하는 게 좋을 정도죠. 동네마트를 가면 이런 다양성이 없다는 현실이 암담합니다.

식재료를 고를 때 무엇을 신경을 쓰면 맛있는 식탁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한 가지 대원칙이라면 ‘어느 정도는 돈을 써야 한다’입니다. 마트 브로콜리와 백화점 브로콜리는 맛이 달라요. 저는 채소와 달걀만큼은 백화점에서 구입합니다. 다만 김치 재료 정도라면 백화점이 비싸다 해도 큰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나만의 식재료 네트워크 구축하기’도 중요합니다. 채소는 맛이 진하고 오래 가는 백화점 것을, 두부는 시장에서, 일반 양파나 마늘은 동네 마트에서, 고기는 대형마트 할인 상품을 사는 식이죠. 물론 돈이 많다면 백화점에서 다 조달해도 되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죠. 한정된 자원으로 우리의 욕구를 충족하려면 이런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합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조리도구의 세계》뿐만 아니라 여기서도 각종 도구가 나옵니다. 주방 도구도 식재료 못지 않을 듯한데요.

저울, 계량컵, 온도계, 타이머를 문방사우에 빗대 ‘주방사우’라고 이름 붙였어요. 파스타 삶을 땐 손가락을 O.K 모양으로 해라, 스테이크의 익힘 정도는 손가락 끝을 손바닥에 붙였을 때의 단단함으로 비교하라는 말들이 있죠.

하지만 그건 모두 사람마다 달라요. 이런 기구들을 사용하면 조리를 정확하게 하면서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어요. 파스타 1인분이 100g이라는데 저울에 달면 확실하게 알 수 있죠. 저도 미국에서 하나씩 조리도구를 모을 때마다 음식이 나아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조리 도구의 세계 ⓒ반비

조리도구와 식재료가 준비됐다면 그 다음은 조리죠? 조리에서 어떤 걸 염두에 두시나요?

그렇지 않아도 혼자 조리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가 조리서를 내년이나 내후년에 낼 생각입니다. 조리는 그때그때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 먹는 게 최고죠.

처음에 뭘 해볼까 고민이라면 카레를 추천합니다. 카레는 망하기가 어렵거든요. 자가 조리에 재미를 붙이려면 실패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안 돼요. 그래서 입문 단계에 좋은 요리가 카레입니다.

책 말미에 나온 채식을 위한 메뉴 선정도 눈에 띄었습니다.

원고를 연재할 때 특집이 있었어요. 이때 채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습니다. 채소를 잘 익혀 먹을 때의 즐거움이 있거든요. 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지만 채소 조리의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채소 잘 먹기 쉽지 않죠. 당근 종류도 그저 한 가지고. 다만 이런 식재료 다양성의 부재를 조리로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떻게 최선을 다해 먹을까 요령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가령 애호박도 서양식 레시피로 조리하면 맛이 더 살아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서양식 조리법에 젓갈을 더해 맛을 풍부하게 할 수도 있고요.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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