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가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요? 치즈 한 조각 먹고 꿈나라 가보자고!

치즈를 먹으면 이상하고 생생한 꿈을 꾼다는 소문이 있다. 치즈 소비량이 높은 영미권에서는 오래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미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용이 날아들어 여의주를 선물하는 태몽, 돌아가신 할머니가 복권 번호를 불러주는 길몽, 하다못해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왔다는 개꿈 이야기를 들을 때면 멋들어진 꿈 한 번 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치즈 한 조각이 이 바람을 이뤄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치즈를 먹으면 이상하고 생생한 꿈을 꾼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치즈 소비량이 높은 영미권에서는 오래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미신인데요.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치즈 소비량 늘면서 이상하고 생생한 꿈을 꿨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매일 밤 치즈 200g이 준 선물

트립토판 덕에 ‘푹~’ 빠지는 꿈

영국치즈협회는 2005년 치즈와 꿈 사이 관계를 증명하는 실험했다. 실험 참여자 200명 중 4분의 3이 이상하고 생생한 꿈을 꿨다. ⓒ게티이미지뱅크

치즈와 꿈 사이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시도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5년 영국치즈협회는 실험 참여자 200명에게 치즈 약 200g을 잠들기 30분 전 지급했습니다. 참여자는 한 주 동안 수면 질과 간밤에 꾼 꿈을 기록했는데요.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참여자 4분의 3이 매일 밤 꿀잠을 잤고 꿈을 생생하게 기억했습니다. 인간을 먹지 못하자 노발대발한 채식주의자 악어가 꿈속에 등장했는가 하면 군대가 총 대신 새끼 고양이를 들고 싸우는 장면을 꿈에서 본 참여자도 있다고 합니다.

나이젤 화이트 영국치즈협회 전 회장은 “유제품에 든 성분이자 동물 영양에 꼭 필요한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꿈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며 “트립토판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수면 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잠을 잘 자서가 아니다

“유당 때문에 잠 설쳐서”

토레 닐슨 몬트리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치즈 내 유당 때문에 가스,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 잠을 뒤척이고 꿈을 꾼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5년. 토레 닐슨 몬트리올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습니다. 치즈를 먹으면 잠을 잘 자서가 아니라 잠을 못 자서 생생한 꿈을 꾼다는 설명입니다.

닐슨 교수는 치즈에 유당 함량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닐슨 교수는 “꿈을 부른다는 음식 가운데 가장 많이 보고된 식품이 유제품”이라며 “유당 불내증을 앓는 사람이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당 때문에 가스,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 잠을 뒤척이고 꿈을 꾸게 된다고 합니다.

이후 유제품과 수면 간 상관관계 연구가 잇따르며 닐슨 교수 주장도 기각됐습니다. 유제품이 유당 불내증 환자뿐 아니라 일반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는 이론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유당 함량이 높은 우유는 오히려 숙면을 돕는다는 연구 및 실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1974~2019년 사이 수행된 14개 연구와 무작위 대조 실험에 따르면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이 수면 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밤늦게 먹은 음식이 수면에 영향

치즈-꿈 관계 증명은 아직 ‘미궁’

밤늦게 치즈처럼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칼로리를 태우느라 몸이 열을 만들어 숙면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깊은 꿈속에 잠기는 이유를 ‘무엇’이 아니라 ‘언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치즈를 먹어서 생생한 꿈을 꾸는 게 아니라 자기 전에 먹었기 때문에 꿈나라에 빠진다는 겁니다. 밤늦게 먹는 음식은 어떤 음식이라도 수면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치즈는 일반적으로 늦은 시간대에 즐기는 음식인데요. 유럽에서는 저녁식사 마지막 코스로 치즈를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밤늦게 홀로 술을 홀짝이는 ‘혼술족’·‘홈술족’이 등장하면서 와인 소비량이 늘었는데요. ‘와인에 치즈’라는 마리아주 공식에 따라 깊은 밤에 치즈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합니다.

닐 스탠리 수면 전문가는 “늦은 밤에 지방이나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칼로리를 태우느라 몸이 열을 만든다”며 “치즈와 같은 음식을 먹으면 자는 동안 체온이 올라가 숙면에 방해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꿈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일수록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고 수면 시간 동안 자주 깬다고 하네요. 다만 치즈가 자는 시간 내내 체온을 오르락내리락 시킬 만큼 영향력 있는 먹거리인지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치즈가 꿈에 영향을 준다는 소문을 아는 것만으로도 꿈을 유도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치즈와 꿈 사이 관계, 아직까지 탄탄한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대다수 가설이 증명되지 못했죠. 어쩌면 ‘치즈를 먹으면 꿈을 꾼다’는 소문 때문에 꿈속 세계를 여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닐슨 교수는 “치즈가 꿈자리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아는 것만으로도 꿈을 유도할 수 있다”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영국 치즈의 자부심 ‘스틸턴’·‘체다’

‘카망베르’와 함께 떠나는 꿈나라

한 입 거리 치즈 조각이 얼마나 생생한 꿈으로 이어질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치즈 수입이 늘며 한국에서도 다양한 치즈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요.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0년 치즈 수입 중량은 14만8002t으로 2019년보다 12.7% 늘었습니다. 2019년 치즈 수입량은 2018년보다 6.1% 증가했으니 성장폭이 2배 이상 뛰었죠. 국내 치즈 시장은 2019년 3333억원, 2020년 4082억원 규모였는데요. 이 기세를 몰아 2025년엔 4473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왼쪽부터 ‘스틸턴 치즈’·‘체다 치즈’·‘카망베르 치즈’. 치즈 수입 중량이 2020년 14만8002t으로 2019년보다 12.7% 늘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치즈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랑 라루스 요리백과·식재료 도감

영국과 프랑스에서 건너온 치즈 세 가지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스틸턴 치즈’는 소젖으로 만든 영국 블루치즈로 ‘스틸턴’이라는 이름은 최초 생산지 지명에서 따왔습니다. 지방 함량이 50% 수준으로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치즈는 맛과 향이 강한 편이어서 주로 크래커, 올드 빈티지 포트와인, 생호두 또는 포도를 곁들여 먹습니다.

‘체다 치즈’ 또한 소젖으로 만든 영국 치즈로 지방 함량은 45~50% 수준입니다. 184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할 때 500㎏의 거대한 체다 치즈를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로 유명합니다. 미국에서는 ‘데이지 롱혼’, ‘플랫’ 또는 ‘트윈’, 캐나다에서는 ‘스토어’ 또는 ‘벌크’라는 이름으로도 팔립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카망베르 치즈’입니다. 일부 지방을 제거한 비멸균 소젖으로 만든 치즈인데요. ‘니실리움 칸디둠’이라는 곰팡이가 핀 흰색 외피를 갖고 있으며 불그스름한 색이 군데군데 나 있습니다. 좋은 상태의 카망베르 치즈는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바게트 빵과 함께 먹거나 레드 와인에 곁들여 먹으면 좋죠. 카망베르 품질이 상급이 아니라면 외피를 잘라낸 다음 버터와 섞어 카나페를 만들거나 수플레, 크로켓 등에 사용하면 됩니다.


더농부 인턴 전영주

제작총괄: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BBC, <Does cheese really give you vivid dreams?>

NPR, <Study: Eating Cheese Can Alter Your Dreams>

그랑 라루스 요리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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