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막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관계인구’, 도대체 뭐길래?

인구 감소, 저출생, 고령화 심화,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대도시 집중은 국민 삶의 질 저하,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합니다. 생활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이 아예 없어져 공간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는 ‘지방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도 바로 만들어졌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농산어촌에서의 삶에 관심을 갖는 도시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귀농, 귀촌 인구가 늘어나는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농산어촌은 그래서 국민들의 주거 장소이자 여가 활동 및 자아 실현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새롭게 갖게 되는 겁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관계인구’가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관계인구는 정주인구와 교류인구의 중간 개념입니다. 정주인구는 정착해 사는 사람, 교류인구는 관광 등 일회성으로 방문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어도 정기·비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KREI 농정포커스에 실린 보고서 ‘농산어촌 관계인구 현황과 의의’를 중심으로 관계인구가 지역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방에 완전 정착하진 않았지만

관심 갖고 활동하는 ‘관계인구’

아이들과 함께 주말농장 체험을 위해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도 관계인구에 속합니다. ⓒ뉴시스

관계인구는 일본 시민활동가 다카하시 히로유키가 2016년 제시한 개념입니다. 교류인구는 일회성이고 정주인구는 장벽이 있으니 중간의 개념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 총무성은 2019년부터 관계인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다기리 도쿠미 메이지대 농학부 교수도 어떤 지역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그 지역 사람이 되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간 단계인 특산품 구입, 기부, 봉사활동, 관광, 오가며 살아보기 등의 모든 관계 맺기가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봤습니다. 무장적 지역 정주인구를 늘릴 수는 없습니다. 먼저 관계인구가 서서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평생 머무를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도시민들은 정기 방문(20.9%), 비정기 방문(38.2%), 주 2일 이상 체류(3.6%) 등의 형태로 농산어촌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관계인구의 발전 단계는 일반 국민(농산어촌에 대한 관심 또는 활동 의향 없음), 농산어촌 활동 의향 인구(장래 농산어촌 활동 추구 의향), 지역 저변 관계 인구(지역과 연관된 개별 활동), 지역 핵심 관계인구(지역 인적 자원으로 조직화)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무런 관심이 없던 단계에서 약간의 관심을 갖고 농산어촌 정보를 찾아보다가 특정 지역을 지속 방문하거나 농산물을 구입하고 잠깐씩 살아보다가 아예 정기 방문의 형태를 띠고 경제, 사회적 활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 관계인구를 조사한 결과 넓은 범위(부모나 지인이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인연을 가짐)의 관계인구는 전반적으로 부모, 친인척, 지인 등과의 교류를 비롯해 여가 취미 휴양 목적의 방문 비율이 높았습니다.

연령별로 구분하면 20~30대는 일자리 사업 영농 등 경제적 목적과 여가 활동, 지역사회 활동 목적이 높았습니다. 40대는 관광 체험 여행 등 여가 취미 휴양 목적이 다수였습니다. 50~60대는 부모 친인척 지인 등과의 교류 목적이라는 응답자가 많았습니다. 60대 이상은 이주 준비, 질병 치료 및 치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적극 교류인구는 지역경제에 도움주고

본인 삶에 대한 만족도도 크게 높여줘

전라남도는 농산어촌유학을 통한 관계인구 확대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들은 잠재적 정주인구이기도 합니다. ⓒ뉴시스

부모 친지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을 찾는 관계인구는 지역 단체 활동, 재능기부 등 농산어촌 지역사회 활동 비율이 다른 집단보다 높았습니다. 지역을 직접 찾지 않을 때도 지역 농산물을 사거나 금전 후원, 소셜미디어 홍보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본인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관계인구 확대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도시민의 61.4%가 향후 농산어촌과 관계를 맺을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도 고무적입니다.

귀농 귀촌은 갑자기 이뤄지기도 하지만 먼저 마음에 둔 마을과 오랜 기간 교류를 지속하고 여러 준비를 마친 뒤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농산어촌 인구 증대를 위한 첫걸음으로 관계인구 교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분석입니다.

농산어촌의 관계인구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사례를 한번 들어볼까요?

단양군 한드미 마을에서는 농촌유학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도농교류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학생 가족과 교사가 마을에 정착하면서 인구가 늘고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가 유지되기도 했습니다.

마을에 살지 않으면서 지원자 역할로 참여하던 이들이 이장, 사업 추진위원장을 맡는 사례도 있습니다. 양평군 수미마을에서 주요 체험마을 사업을 총괄하는 영농조합법인 수미마을 위원장은 마을에 살고 있지 않지만 사무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사업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서천군 삶기술학교에선 도시 청년층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역 전통 자원에 접목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농산어촌 활성화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죠. 카페, 서점, 사진관, 체험교육장, 미술 교습소, 음식점, 빵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역에 펼친 겁니다.

자체 역량이나 전문지식, 네트워크가 부족한 농산어촌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수시로 도움을 제공하는 외부인도 관계인구이자 농산어촌 활성화의 주역입니다. 연천군 새둥지마을은 마을 방문을 포함하는 관광 프로그램, 쉬고 있는 마을 체험관 시설을 농촌 인력중개센터로 활용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을 만들 때 외부 관계인구였던 민간 조직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관계인구 늘리려면 지원 및 유기적 프로그램 필요

‘흥미→지속적 관심→활동→기여’ 이어지게 해야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선 귀농귀촌 정보 외에도 ‘살아보기’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귀농귀촌종합센터

도시민들이 농산어촌 관계인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조사 결과 도시민들은 농산어촌 활동을 위해 주택, 일자리, 관련 교육 같은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우세했습니다. 여기에 빈집, 임대주택 등 체류 공간 지원, 생활 서비스 확충, 일자리 지원, 도시민의 농산어촌 활동을 돕는 지역 조직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현 정책은 창업 창농 취업 취농 및 이주 정착에 집중돼 있습니다. 도시민들이 완전히 삶의 터전을 옮기기 전에 한번 경험해 볼 만한 프로그램과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농산어촌에 대한 단순한 흥미에서 출발해 지속적인 관심으로, 관심에서 활동으로, 활동에서 기여라는 단계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KREI 농정포커스, <농산어촌 관계인구 현황과 의의>

농민신문, <“관계인구, 지방 활성화 효과 한국형 정책 도입 서둘러야”>

한겨레, <일본 관계인구 정책에서 실마리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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