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서 흑돼지 삼겹살·소시지 생산하는 축산 최고농업기술명인 <박영식 까매요 대표>

무덥고 습한 계절, 여름 휴가철이다. 해발 1915m 고도에서 맑고 선선한 공기를 피부로 접할 수 있는 지리산으로 휴가를 떠나보면 어떤가. 휴가철 여행지의 또다른 즐거움은 먹거리 순례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만나는 맛난 먹거리는 식도락 그 자체다. 지리산 휴가에서 식도락 즐기기를 원하시는가. 쫄깃 담백한 매력을 지닌 흑돼지를 추천한다. 지리산 자락 북쪽 자락에서 육즙 가득한 지역 명물 흑돼지를 만날 수 있다.

남쪽으로 지리산을 접하고 있는 경남 함양군에서 흑돼지를 키우고, 흑돼지 삼겹살 전문 식당을 운영하고, 흑돼지 삼겹살·소시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이가 있다. 말그대로 ‘지리산 흑돼지 공급 체인’을 주도하는 셈이다. 축산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지리산 흑돼지 브랜드 ‘까매요’를 운영하고 있는 박영식 대표(63)를 더농부가 만났다.

박영식 까매요 대표가 흑돼지 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더농부

어릴 적부터 키워온 ‘내 농장 꿈’

지리산 자락 고향 함양서 이루다

박 대표는 경상남도 함양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생활했다. 학창 시절 자라온 주변 환경 덕에 자연스레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농업계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1979년 충청남도 천안 소재 대학교에 입학해 축산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16년간 함양축협에서 근무했다.

박 대표는 축협에서 근무하는 내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꿈을 버리지 못했다. ‘내 농장을 만들어 경영해 보자.’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축협을 박차고 나왔다. 고향 함양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그의 인생은 흑돼지 사육 하나로 일관돼 왔다. ‘흑돼지를 함양군 특산물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독하게 먹은 마음이 긴 기간을 버틸 수 있게 했다.

“어렸을 때부터 축산에 관심이 있었어요. 흑돼지는 우리나라 정서에도 맞고 몇 백 년 동안 내려오는 품종이예요. 그런데도 사라져가는 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흑돼지를 살려서 산업화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돼지고기 마니아층이 있으니 일반적인 백돼지에 비해 비교 우위가 뚜렷한 흑돼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죠. 흑돼지 산업화의 주역이 바로 우리가 될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까매요 농장은 경남 함양 청정 고지대에 있어 환경적 이점을 누리고 있다. ⓒ더농부

산으로 둘러싸인 함양군은 흑돼지 사육에 적합하다.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 고지대에 위치해 날씨가 선선하다. 환경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흑돼지는 폭염이 쏟아지는 여름철 축사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지대의 선선한 날씨는 흑돼지 사육에 크게 도움이 된다. 잘 자랄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흑돼지 돈육가공 사업 이룬 ‘까매요’

이베리코보다 뛰어난 흑돼지의 맛

흑돼지는 까맣다. 브랜드 ‘까매요’는 돼지 색깔에서 영감을 얻었다. ‘까맣다’를 편안한 말로 할 때는 ‘까매요’가 된다. 2016년 5월 박 대표는 ‘까매요’를 날개로 자신의 꿈을 펼치기로 하고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다.

까매요는 국내에서 흑돼지 산업화를 본격화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더농부

까매요에서는 흑돼지 삼겹살과 흑돼지 소시지를 만든다. 흑돼지는 일반 돼지와 다른 점이 많다. 사육 기간, 성장 속도 등 많은 것이 다르지만 그 중 맛과 식감의 차이가 가장 크다.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차이를 알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 돼지에 비해 육질이 부드럽고 탱글탱글하다고 한다. 씹으면서 고소함과 담백함과 깊은 풍미까지 느낄 수 있고, 나중에는 단 맛까지 올라와 환상적인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는 평도 자주 등장한다.

까매요 흑돼지 삼겹살은 고소한 맛을 내는 지방 부위가 장점이다. ⓒ더농부

“우리나라 돼지 시장의 85% 가량은 일반 돼지입니다. 그걸 주로 먹다 보니 이베리코가 맛있게 느껴지는 거죠. 하지만 이베리코도 우리 흑돼지는 못 따라와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방의 고소함이 달라요. 까매요 삼겹살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재구매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까매요 삼겹살은 ‘국민 식품’일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 좋아한다. 미생물이 썩어가면서 나는 돼지 고기의 잡내는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소비자들의 후기가 이를 증명해 준다. 박 대표는 “돼지고기 그 이상의 맛을 느꼈다는 소비자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까매요 소시지는 시중에서 보기 드문 흑돼지라는 것이 장점이다. ⓒ더농부

까매요 소시지는 탄탄한 육질에 힘입어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방부제, 색소, 아질산나트륨도 넣지 않는다. 유통기한을 한 달로 제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소시지에서도 돼지고기 맛을 느낄 수 있어, 더욱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가정에서는 물론 캠핑장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박 대표는 소시지를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불에 노릇노릇 구워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을 추천했다.

까매요 소시지는 바비큐맛, 매운맛, 치즈맛으로 구성돼 있다. ⓒ더농부

까매요의 맛과 식감이 우수한 이유는 모두 꼼꼼한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 박 대표는 흑돼지 사육에서 가장 중요한 3요소로 품종, 사료, 청결을 꼽았다.

현재 축사에서 사육 중인 6500 여두의 흑돼지는 버크셔, 우리흑돈 두 품종이다. 우리흑돈은 농촌진흥청에서 만든 우리나라 고유 품종이다. 다른 교잡종보다 맛있어서 프리미엄 흑돼지로 불린다. 때문에 우리흑돈 교잡종이 절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한다. 사육 라인을 두 개로 구분해 각 품종을 분리시켜 사육하는 것이 교잡종을 방지하는 비결이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국내 고유 품종 우리흑돈. ⓒ더농부

흑돼지에게 먹일 사료는 특별 주문 생산한다. 보릿겨를 섞어서 만드는데, 보릿겨를 먹은 흑돼지는 식감과 맛에서 차이를 보인다. 부드럽고 고소하다. 빠른 속도로 키우면 고기 품질이 떨어지므로 열량이 낮은 사료로 성장 밸런스도 맞춘다.

청결은 건강한 흑돼지의 바탕이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바닥은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최대 규모의 흑돼지 종돈장을 운영하는 만큼 위생관리가 철저한 시설도 갖췄다. 흑돼지는 물을 제대로 못 먹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설비도 마련했다.

박 대표는 “흑돼지가 건강해야 안전한 먹거리가 생산된다”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더라도 소비자에게 신선한 고기를 전달하려고 늘 다짐한다”고 설명했다.

까매요 흑돼지를 사육하는 공간은 청결을 우선하고 있다. ⓒ더농부

소비자들이 신선한 흑돼지 고기와 소시지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일관 생산 프로세스 덕이다. ‘사육→도축→가공→판매’가 이뤄지는 장소가 차로 2~3분 거리 이내에 있다.

어려움 극복하려면 자신의 노력은 필수…

“도움 없었다면 지금의 까매요도 없죠!”

까매요가 탄탄대로만 걸어 온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에는 흑돼지를 길러 통째로 파는 것만 했다. 박 대표는 제대로 된 축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육가공까지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흑돼지를 삼겹살, 목살 등으로 나눠서 팔고, 소시지도 만들려고 했다. 문제는 갖고 있는 노하우가 전무했다는 것이다. 제품화와 관련한 모든 사항들이 숙제였다.

온 몸으로 부딪혀가며 실패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 방법을 익혀갔다. 지방자치단체, 농촌진흥청 등 유관 기관을 발로 뛰며 배웠다. 흑돼지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 축산과학원을 찾아가 노하우 전수를 요청했다.

노력에는 성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관련 기술자가 와서 도움을 주었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을 통해서는 농업기술 지도를 계속 받았다. 사육 환경을 좋게 만들고, 수요층을 어떻게 형성할지 방향성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가르침을 받았다.박 대표는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까매요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박 대표가 까매요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더농부

“옛날에 도움받기 전에 막막했는데 도움받으면서 흑돼지 삼겹살을 세상에 처음 보인 날부터 구매 고객이 늘어나 성과까지 나오게 됐을 때 비로소 감동을 느끼며 감격했죠. ‘내가 해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축산 최고농업기술명인 인증…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꿈꾸다!

일반 백돼지에 비해 흑돼지는 사육하기가 까다롭다. 사육 분포는 전국 기준으로 1.5% 이하다. 그만큼 흑돼지를 사육하고 판매하는 곳이 적고, 시장 크기도 작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흑돼지의 이런 제약점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겨냈다.

‘2017년 축산 분야 최고농업기술명인’이라는 인증은 박 대표의 이런 노력에 대한 인정이다. 2021년 4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서’, 2022년 5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서 받은 ‘안전관리(HACCP) 인증서’도 마찬가지다.

까매요는 해썹(HACCP) 인증서,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서 등 여러 인증을 받았다. ⓒ더농부

“내가 지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뿌듯해요.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빛을 발해 인정받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죠. 한 단계씩 성장할 때마다 받은 인증들이 저에게 큰 원동력이 되어 더 열심히 축산을 하고 있어요.”

박 대표가 그동안 받은 인증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농부

까매요의 작년 매출은 20억원, 올해 예상 매출은 25억원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흑돼지를 더 많이 접하게 하자는 취지로 2021년 9월에는 농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식당도 오픈했다. 농장과 식당을 합쳐 가까운 미래에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흑돼지가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1차 산업인 생산, 2차 산업인 가공을 넘어 6차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현장 교육까지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는 “함양군은 흑돼지를 사육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며 “맛있고 건강한 흑돼지가 함양군 특산물로 전국에 이름을 떨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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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농부 인턴 오세주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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