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노화 과정을 겪는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병에 걸리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먹거리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더 나은 먹거리로 질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추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휴먼그레이드’, ‘HACCP’, ‘질병 예방 및 치료’, ‘그레인프리’, ‘천연원료’ 등을 강조하는 다양한 고품질 사료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구입 비중도 높아지는 배경이다.
하지만 고품질·프리미엄 펫푸드의 대부분은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한 수입 제품들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펫푸드는 중저가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펫푸드 관련 정보’에 대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58.6%)이 ‘사료로 인해 반려동물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이상 증상 및 대처 방법’을 꼽았다. 사료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높으나 펫푸드 원료 및 성분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은 국내 펫푸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 농촌진흥청 동물복지연구팀은 소비자 신뢰도 확보 및 국내 반려동물 사료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반려견 건강개선 기능성 소재를 발굴했다. 이어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효능 검증 연구를 실시하고, 해당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곤충부터 버섯까지
반려견 건강을 위해 총동원
반려동물이 생애주기 동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에서의 면역력·체중·신체활력 유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첫 번째 이유가 피부질환인데, 이는 면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식이성 알레르기로 인한 피부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 식용곤충 갈색거저리를 이용한 식이성 알레르기 저감 펫푸드를 개발했다.
1) 갈색거저리는 식용곤충으로 국내에서 많이 판매하고 있으며, ‘고소애’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육류 단백질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반려견에게 개발한 펫푸드를 급여한 후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관찰했다.
피부 경피 수분 증발도는 21.8% 증가하고 피부가 붉게 붓는 증상도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2) 동애등에는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는 중쇄지방산 함량이 월등히 높은 곤충이다. 반려동물 비만율이 증가하면서 체중 관리용 펫푸드를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동애등에를 반려견 비만 예방 식품 소재로 선정하고 효과를 검증했다.
두 그룹 반려견에 각각 일반 펫푸드와 단백질 함량의 10%를 동애등에로 대체한 펫푸드를 12주간 급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동애등에 함유 펫푸드를 먹은 반려견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이 약 10% 감소했다.
3) 세포 및 실험동물 연구를 통해 홍삼과 숙잠이 체지방 축적 관련 유전자 발현과 대사질환 위험도를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
본 연구에서 반려견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체중(8%P)과 신체충실지수(10%P)가 줄어 체중 증가 억제 효과가 있었다.
4) 저항전분은 소화가 되지 않는 전분이므로 섭취해도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
특별한 가공 방식으로 옥수수 속에 함유된 저항전분 함량을 높인 후 반려견 펫푸드 원료로 활용했다. 체중은 7.2%, BCS는 25.7% 줄어 매우 큰 폭의 항비만 효과를 보였다. 장내 비만 관련 미생물인 Blautia도 92% 감소했다.
5) 체지방 축적 억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새싹 보리를 이용한 항비만 연구도 진행했다.
건강상의 이상 증상 없이 반려견의 체중은 7.15%, 비만도는 16% 감소했다.
6) 도담쌀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쌀이라는 뜻을 가진 쌀이다.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 수치가 높은 반려견에게 도담쌀을 12주간 급여했을 때 체중이 6.3% 줄었다. ALT 수치도 29% 감소해 체중 관리뿐만 아니라 간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7) 노루궁뎅이 버섯은 면역, 항암, 항염증, 항산화 등 다양한 효능이 있어 당뇨, 치매 등 노인성 질환 개선 등에 널리 이용된다. 사람처럼 반려견도 신체 세포, 조직, 장기 등의 기능 및 재생 능력이 떨어지면 노화 현상을 겪고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11세 노령견을 대상으로 노루궁뎅이 버섯의 건강개선 효능 평가를 16주간 실시했다.
그 결과 포름산염, 아스코르브산, 콜린 등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도움이 되는 혈중 대사체가 10∼70% 증가했다. 따라서 노루궁뎅이 버섯이 신체 활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육 노화를 촉진하는 단백질 (TGF β-1)은 노루궁뎅이 버섯 함유 펫푸드를 먹은 후에 약 70%가량 줄어 항노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면역력 지표로 사용하는 IgG 농도는 10% 올라가고 염증 관련 단백질(IFN-γ)은 줄어드는 경향성을 나타내 면역 증진 및 항염증 효과 또한 확인했다.
국내 소비자와 생산자 위해
농촌진흥청 발 벗고 나섰다
국내에서 건강개선을 위한 유효성분이 함유된 다양한 펫푸드가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반려견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효능을 분석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본 연구는 실험동물이나 사람이 아닌 반려견을 대상으로 질환 예방과 건강개선을 위한 기능성 소재의 효능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했다.
체중, 신체충실지수, 혈액검사, 분변 상태 분석 등으로 반려견이 장기간 해당 소재를 함유한 사료를 섭취해도 건강상 문제가 없음을 검증했다. 본 연구에 활용한 펫푸드 소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료들이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산 기능성 식품 원료들이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펫푸드 시장은 오랜 역사가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적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반려견 영양 생리를 기반으로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개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산 소재 7종을 반려견에게 급여하고 다양한 과학적 분석 방법으로 체내이용성, 안전성 및 효능을 확인했다.
소재의 영양성분에 대한 정보를 배합비 설계에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기능성이 확인된 소재는 산업화 과정을 거쳐 반려견 건강개선을 위한 펫푸드 제품 생산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도출된 결과 및 성과는 지식재산권 출원과 등록을 통해 기술이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 앞으로 국내 산업 분야에서 펫푸드와 관련 기술을 개발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 규모는 2016년 8537억원에서 2021년 1조 4374억원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수출(9994만2000달러)에 비해 수입(3억846만6000달러)이 훨씬 많아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내 반려동물 사료 산업 규모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반려동물 사료 품질과 안전성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사료 및 간식 제품은 이전보다 다양해졌고,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충성도가 높다.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 사료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국내 제품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 탓에 반려동물 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사료업계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사료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집행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사료를 만드는 기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과학적 평가 기반의 기능성·고품질 반려동물 사료 제조 기술을 개발·보급하면 국내 관련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수입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농진청은 반려동물 사료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려견 영양 생리 기반 원료사료에 대한 기초·응용 및 기능성 소재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정보와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글=천주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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