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돼지 품종은 100여 종…작지만 고기맛 좋은 우리나라 토종 재래돼지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47]

돼지는 자연적인 상태에서 활동한다면 평균 10∼15년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의 수명과 비슷한 수준이죠. 경제 동물로서의 돼지 수명은 이보다 훨씬 짧습니다. 혈통과 능력에 따라 수명은 6개월에서 4∼5년까지 차이가 큽니다. 같은 돼지라도 부모가 좋은 능력을 갖췄다면, 자녀 또한 좋은 능력을 갖추고 있을 확률이 높아 엄마돼지, 아빠돼지로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접하는 고기생산용 백색돼지는 보통 6개월에 생을 마감합니다.

돼지는 자연적인 상태에서 산다면 평균 수명이 10∼15년 정도로 개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종돈’이냐 ‘교잡돈’이냐

돼지의 삶 가르는 생후 70일

혈통이 보증돼 좋은 능력을 갖춘 종돈으로 분류되느냐, 아니면 고기로 판매될 교잡돈으로 분류되느냐에 돼지의 일생이 달라집니다. 종돈과 교잡돈은 체중이 30㎏대로 성장할 때까진 같은 방식으로 자랍니다. 어미의 배 속에서 114일 동안 지내다가 약 10∼12두의 형제들과 함께 세상에 태어나 28일간 젖을 먹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이유식을 먹기 위해 어미와 떨어지고, 형제들과 체중이 30㎏이 되는 생후 70일령까지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후 종돈과 교잡돈의 생애는 달라집니다. 종돈의 경우엔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검정’이란 단계를 들어가게 됩니다. 체중이 90㎏으로 성장할 때까지 약 150일의 기간 동안 성장률, 사료효율 등을 검증받고 ‘선발’이란 선택을 받게 되면 종돈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종돈으로 선발이 되면 보통 아빠돼지의 경우 생후 3년까지, 엄마돼지는 생후 4∼5년까지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능력이 낮아 선발에서 제외되면 생후 약 6개월을 기점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교잡돈은 태어날 때부터 고기로 판매될 용도이기 때문에 같은 시기의 형제들과 함께 지내다가 고기로 가장 효용가치가 높은 115㎏이 되는 시기인 생후 180일 전후로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혈통이 보증되는 좋은 능력을 갖춘 종돈과 고기로 판매될 용도인 교잡돈 중 어느것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돼지의 일생이 달라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 돼지품종은 약 100여 종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품종들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돼 있는 100여 종의 돼지품종 중 약 30여 종이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사육하고 있는 품종은 요크셔종, 랜드레이스종, 두록종으로 품종명은 최초 개발 또는 사육지역의 이름을 딴 것이 많습니다.

왼쪽 사진부터 요커셔종, 랜드레이스종, 두록종 돼지다. ⓒ농촌진흥청

요크셔종

영국 요크셔지방이 원산지로 영국에서는 라지화이트 미국에서는 요크셔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모색(毛色)은 백색으로 새끼를 낳고 기르는 능력이 좋아 가장 많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랜드레이스종

덴마크가 원산지로 귀가 앞으로 늘어져 있으며, 새끼를 많이 낳고, 비유량도 양호하지만, 성격이 예민합니다.

두록종

미국의 뉴저지 지방이 원산지로 모색(毛色)이 갈색이며, 고기 맛이 우수해 일반인이 소비하는 돼지고기 생산방식에서 최종 교잡 품종으로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

왼쪽부터 버크셔종, 햄프셔종이다. ⓒ농촌진흥청

버크셔종

영국 버크셔 지방이 원산지로 얼굴, 네다리 끝, 꼬리가 백색으로 육백종(六白種)이라고도 합니다. 지방함량이 높아 고기 맛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햄프셔종

미국 켄터키 지방이 원산지로 흑색 바탕에 앞다리와 어깨에 흰 띠를 두른 특징이 있습니다. 지방이 얇고 육질이 좋으나 새끼 수가 적고 성질이 난폭하여 사육두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메이샨종, 피어트레인종, 재래돼지종이다. ⓒ농촌진흥청

메이샨종

중국이 원산지이며 다리가 짧고, 사지는 백색, 땅에 배가 닿을 정도로 배 주름이 아래로 늘어져 있습니다. 새끼 수가 특히 많은 것으로 유명하며 30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는 기록도 있으나, 성장이 느리고 소형종입니다.

피어트레인종

벨기에 원산지로 약간 어두운 백색 바탕에 검은무늬 반점이 있습니다. 등심과 엉덩이가 발달하여, 살코기 생산량이 매우 높습니다. 성격이 예민하여 스트레스에 민감하지만 최근 살코기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씨돼지로 사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토종 재래돼지의 조상은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의 멧돼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농촌진흥청

작지만 고기 맛 우수한 토종 재래돼지종

“성숙 늦고 비만성 결핍해 개량 극히 긴요”

우리나라에서 예부터 사육돼온 품종으로 몸길이, 키, 가슴둘레 등이 매우 작은 편이며 만숙종으로서 지방함량이 높아 고기 맛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고급육 생산을 위한 중요한 유전자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토종 재래돼지의 조상은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의 멧돼지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약 2000여년 전 고구려 시대에 한민족이 만주지역에서 남쪽으로 남하하면서, 만주에서 사육하던 대형, 중형, 소형종 중 이동이 쉬운 소형종을 가져와 한반도에 정착했습니다.

우리나라 토종 재래돼지는 몸 전체가 까맣고 몸집이 작으며 주둥이가 길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강 체질이라 질병에 강하고 새끼를 잘 낳았습니다. 조선말기까지 사육해 오던 재래돼지는 1903년 외국의 개량종이 들어오면서 감소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으며, 사육지역 명칭에 따라 김천의 지례돈, 경상남도의 사천돈, 강화도의 강화돈, 전라북도의 정읍돈, 제주도의 제주돈 등으로 불려졌었습니다.

재래돼지의 특징에 대한 문헌상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농업편람(1920년)엔 “재래돼지는 털색깔이 흑색으로 체격은 작고 체중은 22.5~32.5㎏이며, 머리는 길고 뽀족하며, 배는 아래로 심하게 쳐져있고, 비만성이 없고 느리게 자라나 체질이 강건하고, 번식이 좋으며, 특히 육질이 조선사람 입맛에 적합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조선총독부 권업모범장 성적요람(1927년)엔 “조선의 재래돈은 체질이 강건하고 번식력이 강하다. 체격이 극히 작아 22.5~26.25㎏에 지나지 않는다. 성숙이 늦고 비만성이 결핍해 경제가치가 열등해 이를 개량하는 것이 극히 긴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국립 농사시험장 보고서(1946년)엔 “재래종 돼지의 체중은 8~10㎏ 정도로 작고, 비량진직(鼻梁眞直)하고 종(縱)으로 주름이 있고, 배선(背線)은 심히 아래로 구부러지고 임신하면 배가 활처럼 땅에 닿고 번식력도 왕성하고, 저항력도 강하며, 고기는 거의 적육 뿐인 흑색돈이다”고 언급했습니다.

토종 재래돼지는 몸 전체가 흑색이며 코길이는 길고 안면에 세로로 주름이 있다. 턱모양은 곧고 귀는 앞으로 뻗어 있다. 왼쪽이 암퇘지, 오른쪽이 수퇘지. ⓒ농촌진흥청

멸종 위기 토종 재래돼지 2005년 복원 성공

유전자원 활용한 고급육 신품종 개발 한창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순수 재래돼지는 외래종과 무분별하게 교잡했습니다. 이에 순수 재래돼지 혈통이 거의 소실되며 멸종위기에 처했죠. 1980년대 말 재래종의 보호와 보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추세에 맞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구 축산시험장)은 토종 재래돼지의 수집과 순수화 복원 연구를 추진했습니다.

먼저 고유 재래돼지의 외모 특징을 가진 돼지를 수집했습니다. 이러한 돼지들을 교배하고 선발했으며, 분자유전학적 유전자 분석도 거쳐 토종 재래돼지 혈통의 순수도를 향상했습니다. 1988년에 재래돼지 암컷 5마리와 수컷 4마리를 시작으로 재래돼지 복원연구를 시작하여 2008년에 재래종으로 품종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복원을 마친 토종 재래돼지는 2010년에 “축진참돈”이란 이름으로 상표 등록돼 재래돼지 산업화 연구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토종 재래돼지의 외모 특성은 코끝, 발굽, 털색 등 몸 전체가 흑색이며 코길이는 길고 안면에 세로로 주름이 있으며 턱모양은 곧게 나 있고 귀는 앞으로 뻗어 있습니다.

또한, 토종 재래돼지의 고기는 근섬유의 수가 많고 굵기가 가늘어 씹는 식감이 좋으며 육색이 붉어 소비자 선호도가 높습니다. 현재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에선 맛, 육색, 식감이 우수한 토종 재래돼지의 유전자원을 활용한 고급육 생산용 신품종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글=김영신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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