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는 자유와 젊음과 다양성의 매력을 갖췄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은 2022년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 ‘전통주갤러리’에서 ‘경기도농업기술원 개발 전통주 특별전’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경기농기원이 2009년부터 개발해 산업체에 기술 이전한 막걸리 12종, 약주 3종, 증류주 8종, 기타 4종 등 전통주 27종을 선보였는데요. 전통주 개발자와 생산자의 술에 대한 특징과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시음까지 참여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경기농기원이 개발한 전통주들은 다양한 국가 행사에 사용되고, 여러 국내 대회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경기농기원의 전통주 개발에 노력하고 있는 이가 바로 이대형 박사입니다. 이 박사는 전통주 개발을 통한 지역 중소기업의 발전, 지역 농산물 소비 증대,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술의 경험을 제공해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전통주 특별전에서 이 박사를 만나 전통주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박사가 서울 인사동 전통주 갤러리에서 열린 전통주 특별전에서 자신이 개발한 술을 들고 있다. ⓒ더농부

농업기술원은 전통주 개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전통주 개발 관련 업무는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식품개발팀이 맡고 있습니다. 경기도 농기원의 가장 큰 목표는 농산가공품 소비를 늘려 농산물 수요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도내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쌀 소비가 가장 많은 떡과 전통주 등에 관한 연구를 그동안 진행해 왔습니다.

경기도 농기원이 전통주와 관련해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소비를 늘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기존 전통주들과 차별화되는 아이디어로 연구를 통해 신제품을 만들거나, 연구결과를 도내 양조장이나 지역특산주 업체에 기술이전을 해오고 있습니다. 영세한 업체들을 대신해 R&D(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하는 거죠.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각 업체에 기술이전해 제품화된 술들이 진열돼 있다. ⓒ더농부

경기도 농기원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전통주 27종(막걸리 12, 약주 3, 증류주 8, 기타 4 제품)에 관한 기술을 이전해줬습니다. 여기에는 꽤나 유명세를 치른 것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허니와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주로 사용됐는데,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우리술품평회 대상을 받은 술입니다. 자색고구마 막걸리는 2009년 한일 정상회담의 건배주로 사용됐습니다. 호담산양삼막걸리는 2017년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 등을 받았습니다. 지역 특산품을 상품화해 지역 축제와 연계해 고양 국제꽃박람회에 ‘천년초선인장막걸리(배다리술도가)’, 이천쌀축제의 ‘이천쌀막걸리(오성주조)’, 파주 장단콩축제의 ‘파주콩막걸리(파주탁주)’ 등도 개발했습니다.

전통주를 개발하는 우선순위나 이유 등이 궁금합니다.

이 박사가 전통주 개발에 필요한 연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대형

보통은 당시 과잉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소비처 확보 차원에서, 또는 트렌드를 감안해 개발 연구를 진행합니다. 산양삼 막걸리와 벌꿀 와인은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진 과잉 농산물을 소비하는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한 결과입니다. 술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감안해 쌀 맥주 바 맥주 맛 막걸리(홉 첨가 막걸리) 등을 연구해 기술 이전을 했습니다.

개발하거나 기술이전한 제품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술은 무엇인가요?

ⓒ더농부

29개 전통주 중에 19개를 기술이전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동일한 기술을 여러 업체가 사용한 것도 있습니다. 기술을 이전 받더라도 양조장마다 컨설팅을 통해 적합한 형태로 변형해야 하므로 같은 기술이라고 해도 제품화로 이어지려면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기억나는 제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모든 제품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그 과정들이 모여서 다음 제품에 다시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아무래도 상 받은 제품들이겠죠. 2017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처음 만들어진 대통령상을 받은 호담산양삼막걸리, 이번에 대통령 취임식 만찬주로 사용된 허니와인이 그렇습니다. 허니와인은 만찬주로 선정됐다기보다는 2년 연속 우리술품평회 대상 수상을 포함해 그동안 국내외 여러 대회에서 상을 꾸준히 받은 효자 제품이라 더욱 각별합니다.

우리술 개발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박사는 전통주 제조 업체에서 근무 경험을 쌓고 현재는 다양한 곳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대형

술과의 인연은 대학원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이 발효학을 전공하셨는데 당시 실험실에서 다양한 술들을 만들고 그것을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신제품 개발보다는 술에서의 기능성과 관련된 논문들이 많았어요. 당시 전통주 등을 만드는 회사들이 많지 않아 석박사 논문은 다른 분야에서 썼습니다.

당시 인기가 많던 기능성 식품 회사에 취업했는데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퇴사하고 결국 술 관련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내가 가야 할 길이 이 길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후 외도 없이 한 우물을 파오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 집중해서인지 조금 더 나은 성과들을 얻게 됐고, 인정도 받고 있는 듯합니다.

파주 콩 막걸리, 호담산양산삼막걸리 등 다양한 원료로 빚은 술이 눈에 띈다. ⓒ더농부

우리술의 매력은 여러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제품이 많고, 맛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리술에서 처음 느낀 것은 연구자로써 술을 만드는 신기함을 꼽고 싶습니다. 항아리에서 술이 발효되는 모습을 처음 보는데 선배가 갑자기 항아리를 들라고 하더니 귀를 대보라고 해요. 항아리 안에서 술 끓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폭죽이 터지는 것 같기도 하고, 비가 오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비슷한 얘기를 하시던데, 저도 그 소리에 매료된 듯해요.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로 우리술 6종이 쓰였는데요, 전통주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있나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 사용된 허니비 와인 ⓒ이대형

2010년 막걸리나 전통주가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막걸리 붐이 불었는데,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형태였습니다. 막걸리 붐은 생각보다 빨리 가라앉았습니다. 막걸리나 전통주에 대한 토대나 기초가 부족했던 거죠. 스토리텔링도 부족했고, 업체들도 만들기에만 급급했지 막걸리의 가치를 조금 더 만드는 데엔 소홀했지 싶습니다.

막걸리 붐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는 했습니다.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고 우리술대축제, 우리술품평회, 전통주갤러리, 찾아가는양조장 등 많은 사업들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거든요. 그 과정에서 우리 술도 다양하고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 인식이 번져나갔다고 봅니다. 이런 기반 위에 많은 젊은 양조인들이 다양한 술을 만들면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증폭된 거죠. 온라인 판매라던가 지역특산주 허용 등 제도적인 규제 완화도 한몫을 했고요.

젊은 양조인들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 관심을 끌고, 소비가 이뤄지고, 그런 술을 만드는 젊은 양조인들이 늘어나는 선순환 고리가 이어지는 듯해요. 유명 셀럽들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인기몰이에 보탬이 됐겠고요.

요즘 전통주 생산 트렌드는 무얼까요?

경기 여주 양조장 술아원에서 내놓은 고구마 소주 필 ⓒ이대형

과거와 비교하면 요즘 전통주는 마시기가 편해요. 무감미료 형태도 두드러지고요. 초기 지역특산주나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10도가 넘는 고도수에 무감미료 형태였어요. 최근에는 무감미료에 6도 전후, 낮은 가격,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증류식 소주도 20-25도로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습니다. 소비자가 즐기기 편하게 만드는 것이 홈술, 혼술과 잘 맞아떨어졌고,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통주의 트렌드 가운데 다양성을 빼놓을 수 없지요. 이런 원료로 제품을 만들 수 있나, 이런 라벨을 사용해도 될까 할 정도로 전통주는 지금 자유와 다양성과 젊음을 담고 있습니다.

전통주 범주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전통주의 분류를 현실화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오래전부터 언급돼 온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전통주는 민속주(무형문화재, 식품명인)와 지역특산주로 나뉩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이 만든 지역특산주가 전통주가 된다거나, 과거에는 없던 진 사이다 등도 지역특산주로 전통주에 포함되는 문제가 생겼죠.

현재의 지역특산주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통주에서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를 분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전통주는 현재의 민속주로 두고, 전통주와는 다른 형태지만 순수하게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했을 때 지역특산주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면 앞에서 언급한 문제는 생기지 않겠지요. 또 맥주, 위스키, 브랜디 등을 지역특산주로 생산하는 길도 열리리라 봅니다.

국내 여행 수요가 늘면서 ‘찾아가는 양조장’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양조장에서는 시음, 전통주 생산 과정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다. ⓒ더농부

과거 양조장은 술을 만드는 곳으로 제조의 느낌이 강했어요. ‘찾아가는 양조장’은 양조장도 볼 것이 있고 체험거리도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는데, 그로 인해 양조장이 문화와 관광의 분야로 확대됐습니다. 물론 모든 양조장이 관광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외국의 와이너리처럼 찾아갈 수 있는 양조장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즐길 수 있고 볼 것이 있어 뽑힌 양조장이 ‘찾아가는 양조장’입니다. 체험하기 좋거나, 역사성이 두드러지거나, 주변 풍경이 좋거나 선정된 곳들은 각각의 특징이 있어요. 지역 관광지와 연계된 곳도 많고요. 이제는 양조장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관광이 되는 시대입니다.

내 입맛에 맞는 전통주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통주는 막걸리, 약주, 소주뿐만 아니라 지역특산주로서 진, 와인 등도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더농부

내 입맛에 맞는 전통주를 고르려면 음식과의 매칭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합니다. 전통주를 잘 모르거나 새로운 전통주를 주점에서 마셔보고 싶다면 전통주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아 내가 고른 음식과 맞는 술을 추천받아보세요. 바틀 숍에서 술 파시는 분들도 대부분 전통주를 잘 아시니까 음식과의 페어링을 조언 받아 보세요.

온라인에서는 사실 추천이 쉽지 않은데, 다른 분들의 후기를 잘 읽어보거나 전통주 평점이나 소믈리에들의 추천을 잘 읽어보시면 후회 없는 선택이 가능할 겁니다.

연구자 입장에서 아쉽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을 듯합니다.

이 박사가 전통주의 핵심 원료인 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대형

전통주가 인기라고는 하지만 전체 주류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습니다. 최근 자료가 없어서 아쉽지만 2020년 술 시장 출고 금액은 8조 7995억 원인데, 맥주와 소주가 7조 2000억원(8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통주는 626억 원(0.71%)입니다. 비중은 2019년(0.59%)보다 높아졌지만 미미한 수준입니다.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지속돼야 한다는 거죠.

전통주의 맛이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조금 더 다양한 원료나 부재료들을 통해 맛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전통주 양조장들의 시설이 영세한 곳이 많기 때문에 제조, 제품 관리, 마케팅까지 업그레이드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전통주 전반의 수준을 고루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전통주의 생산과 소비는 어떻게 변할까요?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전통주는 지금보다 더 젊어지고 더 다양해질 겁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보다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는 거죠. 전통주는 아직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에 만드는 분들은 물론 유통이나 판매하는 분들이 더욱 협조하면서 키워나가야 합니다.

소비자들도 좋은 전통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꾸준히 소비하면서 제품에 대한 피드백도 꾸준해 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전통주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반과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될 겁니다.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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