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먼 학교나 직장에 다닌 적 있나요? 일상의 공간이 두 군데 이상으로 늘어나면 모두 정이 들어 생활 터전이 여러 곳인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주민으로 등록된 지역보다 학교나 직장이 있는 곳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을 땐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죠. 내가 사는 동네가 어디인지 헷갈리면서 지역 정체성에 혼선이 생길 수도 있고요. 왜 이런 얘기를 꺼내느냐 하면 생활인구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실제 주민은 아니지만 관리 대상!’
2023년 도입된 새로운 인구 개념
생활인구는 2022년 6월 제정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통해 그 개념이 도입됐습니다. 생활인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법에 따라 지역에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 △체류하는 사람 △외국인입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 체류하는 사람’입니다. 주민등록상 주민은 아니지만 시∙군∙구에 통근∙통학∙관광∙업무 목적으로 머무르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이전에는 해당 지역의 통상적인 인구를 산정할 때는 대상이 되지 않던 사람들입니다.
체류하는 사람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무엇일까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행정안전부는 상세한 기준을 따로 만들 예정입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체류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을 체류자라고 규정합니다. 체류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할 자료는 통신데이터라고 합니다.
누가 누가 사람을 많이 모았나?
전국 단위 첫 경진대회 열렸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은 2023년 1월 1일 시행됐습니다.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는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인 법이죠.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등록인구뿐만 아니라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생활인구 개념을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2022년 지자체 인구감소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대회 참가 대상은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시∙군∙구 단위 89개 인구감소지역과 18개 관심 지역이었습니다. 서울과 세종시를 제외한 15개 시∙도 단위 광역 지방자치단체도 포함됐습니다. 2022년 11월에 122개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136건의 사례를 제출했습니다. 전문가 다섯 명은 2022년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면으로 사례를 심사해 우수 사례를 선정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 12월 14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인구감소 대응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어떤 지역 사례가 우수 사례로 뽑혔을까요?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강원도와 전라남도 사례가 선정됐습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에서는 영도구(부산), 철원군과 화천군(강원), 괴산군(충북), 공주시와 부여군(충남), 김제시와 남원시와 순창군(전북), 강진군과 진도군(전남), 안동시와 영덕군(경북), 의령군과 창녕군(경남) 사례가 선정됐습니다.
사례로 뽑인 17개 지역은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상금도 빠질 수 없죠. 포상으로 지자체마다 특별 교부세를 5억 또는 1억씩 확보했습니다.
농촌 체험부터 일자리 사업까지
각자의 색깔로 대결한 지자체들
17개 지역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인구 감소에 대응했을까요?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사례 중 대표로 한 가지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최우수상을 받은 세 가지 사례 중 강진군 사례를 살펴볼까요? 강진군 사례는 문화∙관광 분야 대응 사업인 ‘푸소(Fu-so)’입니다. 푸소는 정주 인구와 생활 인구를 모두 늘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어떤 사업이길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을까요?
‘푸소’는 ‘풀다’의 ‘-이소’체입니다. △‘풀다’는 ‘덜어내다’ △‘-이소’는 ‘-시오’의 전라도 사투리입니다. 즉, 표준말로 ‘덜어내시오’라는 말인 거죠. 영어 표기 ‘FU-SO’에는 ‘Feeling-Up, Stress-Off’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뜻을 담은 푸소는 민박과 농촌 체험을 합친 체류형 생활 관광 프로그램입니다. 푸소에 참가하면 일주일 동안 농가에서 숙박하면서 농작물 수확, 다도 배우기, 짚트랙 타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다섯 개로 나눠진 푸소 프로그램 중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상세 체험 내용은 달라집니다. 군에서 발급한 회원 카드를 제시하면 관광지 입장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푸소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은 45000명이 넘습니다. 푸소를 통해 창출된 농가 일자리는 115개, 발생한 농가소득은 40억8500만원에 달합니다.
강진군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푸소 활성화 계획을 더 세웠습니다. 2023년도에는 강진군 사이버 명예 군민 제도를 시행해 전국에 푸소를 홍보할 예정입니다. 공무원, 공공기관 퇴직자를 위한 마을을 조성해 푸소 농가를 150 농가까지 늘릴 계획도 있습니다. 끊임없는 발전을 모색하는 강진군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우수상을 받은 다섯 가지 사례 중에서는 강원도 ‘워케이션’ 상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워케이션이란 일을 뜻하는 영어 단어 ‘work’와 휴가를 뜻하는 단어 ‘vacation’을 합친 단어입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원격 근무가 활성화됐었죠? 그 덕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워케이션 문화가 주목받았습니다.
강원도 관광재단은 2021년 3월 9일 인터파크와 관광 활성화를 위한 MOU를 맺는 것으로 워케이션 상품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산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비즈니스 고객 맞춤형 숙박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얼리 체크인, 레이트 체크아웃 혜택이나 비즈니스 라운지 무료 이용 같은 서비스로 직장인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야놀자는 2021년 10월부터 임직원에게 강원 워케이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원 워케이션은 시대적 수요에 부응하면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2년에는 3월부터 5월까지 강원도가 여기어때, 인터파크투어, 타이드스퀘어와 강원 워케이션 기획전을 진행했습니다. 2만2801박 판매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죠. 현재 강원 워케이션은 태백, 삼척, 영월, 양양 네 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강원 워케이션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상세 프로그램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장려상 수상 사례는 경상북도 안동시의 ‘안동형 일자리 사업’입니다. 안동형 일자리 사업의 핵심 분야는 지역 특화 산업인 스마트 팜 농식품 소재, 바이오 백신, 문화 관광입니다. 이 세 분야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같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접목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중소기업 운영과 청년 창업을 돕는 사업입니다.
주요 내용은 대학 혁신 일자리, 중소기업 혁신 일자리, 고교 연계 혁신 일자리, 창업 혁신 일자리, 특별 인턴 일자리, 미취업자 및 실업자 일자리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일자리 별로 구체적인 지원 체계와 목표가 정해져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안동형 일자리 사업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년 12월 29일 안동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2년에 안동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전문 인력 153명을 양성했으며 인턴십에 지원한 인원은 39명, 취·창업에 성공한 인원은 32명이었다고 합니다. 미래 계획은 2030년까지 10년간 100개 이상 강소기업과 인력 1만 명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인구 유인 정책 필요
행정안전부는 2022년 지자체 인구감소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통해 지역 주도 인구감소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국민의 관심을 제고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주민등록상 등록인구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제는 인구의 이동성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도 인구 유인정책을 펴야 합니다.
생활 인구 개념 도입과 관련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11월 17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생활인구 개념이 도입된 후 정책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혼란을 예방하려면 △명확한 체류 인구 선정 기준과 측정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 생활 인구를 합리적으로 활용할 방안과 생활 인구 중 외국인 인구를 늘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국회입법조사처는 지적했습니다.
생활인구 개념을 바탕으로 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소멸 위기 지역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연합뉴스>, 주민등록 넘어 ‘생활인구’ 개념 도입…외국인·지역체류자 포함
<행정안전부>, 지역 인구감소 위기, 지방과 함께 대응책 찾는다
<더팩트>, 강진군, 인구감소 대응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
<농민신문>, 지방소멸 위기 지자체, OOOO서 답을 찾다
<스포츠조선>, 인터파크-강원도관광재단, 관광 활성화 MOU 체결
<아주경제>, 강원도관광재단, 평창군에서 야놀자 직원 대상 워케이션 진행
<강원도민일보>, 강원 산·바다로 출근 ‘일과 휴식’ 두 마리 토끼 잡았다
<국회입법조사처>, 새로운 인구개념인 “생활인구”의 의미와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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