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가축분뇨로 기후변화를 늦춰라’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65]

과학소설(SF) 영화나 소설에서 외계인의 침공, 좀비물과 같이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대규모 전쟁, 대규모 자연 재해, 대규모 전염병 등의 거대한 재해, 혹은 초자연적인 사건으로, 문명과 인류가 멸망하는 모습을 그리는 장르)를 대표하는 주요 소재를 꼽으라면 기후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필자 역시 학창 시절부터 기후변화를 다룬 주요 영화들을 보면서,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며 온갖 역경에서 당당히 살아남는 즐거운 상상을 즐기곤 했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SF 콘텐츠 속 이야기가 아니다. ⓒ게티이미지

이런 즐거운 상상의 전제조건은 ‘기후변화라는 재앙이 나에게는 남의 일’, 더 구체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을 때 일이다. 오죽하면 해당 소재가 다른 것도 아닌 SF로 분류되었겠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얘기는 더 이상 SF로 치부할 수 없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22년 현재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대비 약 1.11℃ 높아진 상태다. 2℃를 넘어가게 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끝으로 IPCC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기후 위기의 원인은 명백하게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고….

탄소중립이 답이다

각국 정상들은 탄소중립 실현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티이미지

각국 정상들은 파리 기후협약(2015)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라고 외치며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기후 위기를 막겠다는 말은 알겠지만, 탄소중립은 또 무엇이기에 이토록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탄소)의 양과 이를 흡수·저감하는 양을 같게 만들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Net-zero)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쓰고 배출한 온실가스만큼 이를 감축하는 것이 바로 탄소중립이다. 이런 개념을 축산분야로 확장하면 ①가축의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CH4)이나, ②가축분뇨를 비료화하면서 발생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N2O) 등이 모두 배출되는 탄소원인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 발행한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2020), 축산업에서 유래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은 약 940만t이며 이는 농업분야 전체 배출량(2120만t) 중 약 44.4%를 차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에 비해 매우 왜소해 보일 수 있으나, 축산업 잠재성을 고려하였을 때, 이에 대한 대비 없이 축산업 성장을 논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축산분야의 탄소중립 기술 , 고체연료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들은 이제 탄소중립과 축산업의 관련성에 대해 충분한 기초지식을 갖췄다고 할 수 있으며, 일부는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다. ‘축산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기술은 없을까?’

먼저 가축분뇨 고체연료 기술이 있다. 고체연료란 장작, 숯, 석탄 및 코크스 등과 같이 고체 형태를 가진 연료’를 뜻한다. 가축분뇨 고체연료 역시 원료가 가축분뇨일 뿐 역할은 같다. 최근 가축분뇨, 특히 소똥(우분)을 이용한 고체연료 생산 기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기술의 특징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첫째, 고체연료 생산 기술은 기존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기술(퇴·액비) 대비 공정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기술은 주로 퇴·액비화다. 미생물 발효 공정 특성 상 완전히 부숙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약 60~90일)이 있다.

소똥을 자원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을 보면 연료화는 3일, 퇴비화는 60일 이상이 걸린다. ⓒ국립축산과학원

두 번째는 가축분뇨 고체연료는 연중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계절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처리가 가능하다. 가축분뇨 처리에서 연중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나 액비는 작물이 생장하기 전에 밑거름(기비)으로 이용해 1년 중 특정 시기에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짧은 공정기간, 연중 처리 가능)들은 가축분뇨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국내 사정을 고려했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기술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왼쪽)이 경남 양산 경동개발에서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차 생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농촌진흥청

다음은 가축분뇨 바이오차가 있다. 바이오차의 어원은 생물 유래의 물질을 통칭하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을 의미하는 차(Char)의 합성어로 공기가 희박한 조건에서 열(IPCC에선 350°C 이상 제시)을 가해 만든 고체 물질을 말한다. 위에서 소개한 고체연료처럼 바이오차 역시 탄소중립의 대표기술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바이오차의 탄소격리(Carbon-sequestration)효과다. 기후변화 2019 IPCC 가이드라인에서 처음으로 바이오차의 탄소 저장능력에 대한 산정 방법이 제시되면서 바이오차의 탄소격리 효과에 대한 능력이 주목받았다. 일반적 바이오매스는 미생물 분해로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된다. 바이오차는 분해가 어려워 토양에 그대로 탄소를 고정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Lehmann, Nature, 2007). 두 번째는 팔방미인이다. 바이오차는 토양개량제 외에도 오염물질 흡착제, 건축 자재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에 비료로만 이용하던 이용 방식을 확장해 수요처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


바이오차 탄소 격리효과(왼쪽·ⓒLehmann, Nature, 2007)와 열분해 공정 개요도(오른쪽·국립축산과학원)

지금까지 탄소중립을 대비해 농업분야, 특히 축산분야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기술인 고체연료와 바이오차 생산 기술에 대해 살펴봤다. 두 기술 모두 탄소중립 이슈 이전부터 개발돼 왔으나 기후 위기와 맞물려 그 중요성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이런 기술 들의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 역시 남아 있다. 고체연료는 축분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절감, 고정 발열량 획득 등의 문제가 있다. 바이오차는 축분 이용에 따른 탄소 격리효과, 바이오차 이용 시 중금속이나 유기물질 용출 등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고체연료 및 바이오차 관련 R&D 기술 개발을 통해 해당 기술이 실질적인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글=이동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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