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한강으로…‘2022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가보자고!

‘2022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8월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매주 일요일 서울 반포동 잠수교에서 열린다. ⓒ더농부

대입을 치르던 2017년, 상경해 면접과 논술 일정을 소화하곤 서울로7017에서 ‘힐링’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해 5월 20일 서울역고가도로가 공중 보행길로 탈바꿈한 덕입니다. 나무 사이를 거닐며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던 게 엊그제 같은데 2022년엔 잠수교가 한강 위를 걷는 보행길이 됐다고 합니다. ‘2022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덕분입니다.

2022년 8월 28일, 여름 끝자락 개막한 이번 축제는 가을의 정취를 따라 2022년 10월 30일까지 이어집니다. 매주 일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반포동 잠수교와 새빛섬, 달빛광장 일원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친환경 플리마켓 사이로 ‘뚜벅’

“화려한 재생지가 꽃을 감싸네~”

더농부 에디터는 2022년 9월 25일, 축제 4회차에 현장을 찾았습니다. ‘뚜벅뚜벅’이라는 축제 콘셉트를 떠올리며 집에서부터 걸었죠. 지독하게 콘셉트를 맞추려고 BGM으로 박영민의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를 골랐습니다.

노래 들으며 저벅저벅 걸으니 어느덧 반포한강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웃음꽃 활짝 핀 방문객을 보며 공원에서부터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수교 남단 플리마켓 구역엔 비건, 재사용, 리필 스테이션 등 친환경을 주제로 한 부스가 70여개 있다. ⓒ더농부

비건, 재사용, 리필 스테이션…. 반포한강공원을 지나 잠수교 남단에 다다르니 친환경을 주제로 한 플리마켓 구역이 보였습니다. 비건 제품이나 재사용품, 수공예품 등 MZ 세대가 주목하는 친환경 상품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습니다. 빈 용기를 가져오면 주방 세제를 무료로 주는 리필 스테이션도 있었습니다. 일반 시민과 소상공인을 포함해 70여팀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꽃 1송이 3000원’ 여기저기 부스를 둘러보다가 꽃 부스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축제에서 판매하는 꽃 치곤 싸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부스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부스엔 형형색색 예쁜 꽃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 퀄리티라니? 꽃 2송이를 사면서 설해냄 플라워웨이블 대표(30)에게 비결을 물었습니다. 설 대표는 “이번 축제는 입점료가 없어 부담을 덜 수 있었다”며 “플라워웨이블은 친환경 꽃집이어서 원가 절감이 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해냄 플라워웨이블 대표(30)가 신문지에 꽃을 포장하고 있다. ⓒ더농부

친환경 꽃집답게 비닐 포장지나 공단 리본 대신 재생지와 종이끈, 생분해 비닐 등을 갖춰 놓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쌀 포대와 신문지로 꽃줄기를 감싸고 종이끈으로 포장을 마무리했습니다. 꽃다발 주문을 받으면 의류 공장에서 버려지는 천으로 리본을 만든다고 합니다. 꽃바구니는 초록색 스펀지인 ‘플로랄폼’ 때문에 환경에 치명적인데요. 꽃바구니 주문이 들어오면 설 대표는 화병 꽂이나 수반 꽂이를 권한다고 합니다.

친환경 옷집이나 친환경 빵집은 들어봤어도 친환경 꽃집은 처음이었는데요. 설 대표는 2019년 국내 최초로 ‘제로 플라스틱 꽃집’을 시작했습니다. “꽃을 좋아하다 보니 꽃을 품고 틔우는 지구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어요. 식물을 사랑하는 나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꽃은 화려한 포장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잖아요?”

축제도 식도락, “소떡소떡 어때요?”

클래식·분수쇼 볼거리로 감성 농도↑

타코야끼 푸드트럭 앞에 방문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더농부

축제 하면 음식도 빼놓을 수 없죠. 지독하게 콘셉트에 맞춰 축제 현장을 찾은 데다가 북적북적 인파를 뚫으며 이동했더니 금세 배 속이 꼬르륵거렸습니다. 마침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 푸드트럭 구역이 보이네요. 푸드트럭 인기 메뉴인 스테이크, 스테이크, 타코야끼 등 다양한 음식과 함께 음료와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대엔 웨이팅이 필수였는데요. 스테이크를 먹고 있던 박신빈 씨(19)는 “트럭마다 대기 줄이 길어 놀랐지만 예상보다 금방 살 수 있었다”며 “15분 정도 기다렸다”고 전했습니다. 맛을 묻자 “여자친구와 함께 먹어선지 더 꿀맛”이라고 하네요.

홀로 축제를 찾은 저는 혼자 먹어도 맛있을 메뉴, 소떡소떡을 골랐습니다. 음식을 기다리며 8년 차 푸드트럭 운영자인 박필연 불꽃컴퍼니 대표(46)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팬데믹 2년 동안 축제가 줄줄이 취소돼 기업이나 촬영장 케이터링 위주로 다니느라 힘들었죠. 다시 큰 축제가 하나둘 열려 행복해요. 이번 축제는 입점료도 없고 좋네요.”

거리 공연 ‘잠수교 라이브’가 잠수교 중간 지점에서 펼쳐지고 있다. ⓒ더농부

한 손엔 꽃다발, 다른 손엔 소떡소떡을 들고 잠수교를 건너봅시다. 코와 입뿐 아니라 눈과 귀도 즐거운데요. 잠수교 곳곳에 구경거리가 풍성하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금관악기 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잠수교 중단. 가을밤에 어울리는 클래식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마술, 버블 쇼 등 다양한 장르의 거리 공연이 축제 기간 내내 준비돼 있다고 합니다.

‘불멍’과 ‘물멍’에 이은 ‘분멍’(분수 보며 멍 때리기) 시간도 찾아왔습니다. 저녁 7시 30분경 잠수교와 반포대교의 자랑 ‘달빛무지개분수’가 가동됐는데요. 포물선을 그리며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밤하늘을 색색으로 찬란하게 수놓자 ‘찰칵’ 소리가 잇따랐습니다. 이번 축제 기간 동안엔 자동차 소리 없이 음악과 물소리만 온전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경 잠수교 위 반포대교에서 ‘달빛무지개분수’가 가동되고 있다. 경관 조명이 있어 물줄기는 오색 빛깔을 띈다. ⓒ더농부

‘차 없는’ 축제인 만큼 이번 축제를 방문할 땐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됩니다. 잠수교 남단은 수도권 지하철 3, 7, 9호선 고속터미널역 8-1번 출구에서 10여분 걸으면 도착합니다. 북단은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2번 출구가 가장 가까운데요. 도보로 5분 정도 걸으면 잠수교에 도착합니다. 박재형 서초구의회 의원은 “이번 축제를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잠수교를 걸으며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잠수교를 온전히 시민 품으로…

‘한강 르네상스’부터 시작한 구상

이번 축제는 잠수교를 온전히 시민 품에 돌려주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시민에게 한강 보행교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한강 다리가 관광자원으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낮 3시경 가동된 ‘달빛무지개분수’. 포물선을 그리며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사이로 무지개가 생겼다. ⓒ더농부

잠수교를 전면 보행로로 전환한다는 구상은 2006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서 시작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임 임기 시절(2006~2011) 한강의 여가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보행교 전환 사업을 추진했지만 주변 교통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보류했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2020년에도 비슷한 사업 계획을 세웠는데요. 시민 여론 수렴이 미비했다는 이유 등으로 투자심사 과정에서 무산됐다고 전해졌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졌죠.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이 구상은 다시 떠올랐습니다. 서울시는 2022년 5월 24~27일 4일간 시민 3214명을 대상으로 ‘한강 보행교 조성에 관한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응답자 85%가 “보행교 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보행·자전거 통행 경험이 가장 많은 다리로 잠수교(40.6%·중복응답 가능)가 꼽혔습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잠수교는 보행과 자전거, 개인형 이동장치(전동킥보드 등)가 어우러진 공간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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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농부 인턴 전영주

제작총괄: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경제신문, <‘서울역 고가도로 굿바이~’ 서울로 7017 프로젝트 20일 개장>

경향신문,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 부활하나···잠수교 전면 보행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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