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역수입의 비애…해결 방법은?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3]

우리나라 겨울철 논·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이제는 간척지에서도 재배되는 풀사료가 있다. 늦가을에 푸른 풀빛을 유지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연한 노랑빛으로 바뀐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다음 해 봄이 오면 다시 왕성하게 자란다. 바로 동계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이하 IRG)’이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코윈어리’ 수확 시연 현장. ⓒ뉴시스

IRG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많은 축산 농가에서 선호하며 각광받고 있는 풀사료이다. 사료 가치가 높고, 가축 기호성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IRG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재배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종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IRG 종자를 국내에서 생산해 건조하기 위한 기술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국내개발 품종 ‘23개’…단점 극복한 ‘코윈어리’도 나와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에서는 1998년 만생종인 ‘화산 101호’를 시작으로 국내개발 품종을 보급 중이다. 현재 개발을 마치고 품종출원된 것은 극조생종 3개, 조생종 5개, 중생종 7개, 만생종 8개 등 모두 23개다.

국내육성 IRG ‘코윈어리’. ⓒ농촌진흥청

IRG는 추위에 견디는 힘이 약해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 중점적으로 재배됐다. 그러다가 내한성(추위에 견디는 힘)이 우수한 ‘코윈어리’ 품종이 개발돼 강원도 평창을 비롯한 중·북부지역까지 기를 수 있게 됐다. 또 2020년 새만금 간척지 대단위 시험 재배를 통해 생산성도 확보했다.

평창에서 재배되는 IRG. ⓒ농촌진흥청

국내개발 품종 아닌 수입 품종 선호…왜?

IRG 재배면적은 2010년 5만6200㏊에서 2021년 16만9700㏊까지 확대되었다. 재배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IRG 종자 소요량도 증가했다. 2010년 2250t에서 2021년 6791t으로 11년 새 301.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어마어마한 종자가 쓰여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은 국내개발 품종이 아닌 수입 종자가 사용되고 있다. 2020년 종자 소요량 5989t 중 국내개발 품종 보급량은 1875t으로 보급률은 31.3%에 머물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에서 재배되는 IRG. ⓒ농촌진흥청

심지어 국내개발 품종 종자 보급량 중 대부분은 해외에서 생산돼 국내로 역수입된 것이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국내개발 품종은 이미 23품종이나 되는데, 국외 생산 종자를 이용하는 이유는 뭘까.

원인 중 하나는 IRG 종자 수확시기가 우리나라 기후 여건상 장마철과 겹치다 보니 자연 건조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기후 조건뿐만 아니라 IRG 종자의 물성으로 인해 종자 생산 후 건조·정선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도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종자 생산 기술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품종 특성과 재배 이용 기술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에서는 《IRG 품종 특성과 재배 이용 기술서》를 발간하여 국내개발 IRG 품종 소개 및 재배 이용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01년부터 논·밭 토양에서 IRG 종자 안정생산을 위한 재배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었으며, 간척지 토양에서도 종자 생산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국내에서 IRG 종자 생산을 위하여 먼저, 적절한 품종 선택을 해야 한다. IRG 종자 수확시기가 장마철과 겹치지 않도록 조·중생종 품종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IRG 종자의 특성

IRG 종자는 일반 식량 작물 종자와 달리

초기 수분함량이 굉장히 높으며,

까락이 존재하여 물리적으로 종자 간 엉킴이 심한 형태

– 초기 수분함량이 평균 50% 이상으로

즉시 건조하지 않을 경우,

엉키며 곰팡이가 발생하게 되므로

현장에서 바로 건조할 수 있는 기술 필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가 개화한 모습. ⓒ농촌진흥청

종자생산 재배기술은 일반 재배에 비하여 도복을 최소화하여 최대의 종자를 성숙시켜 생산하기 위한 재배방법이 핵심이다. 밀식 재배를 방지하기 위해 파종량은 20㎏/㏊ 권장하며, 유효경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질소 시비량과 재식거리를 각각 90㎏/㏊, 30㎝로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와 같은 종자 생산기술을 준수하여 종자를 채종할 경우, ㏊당 평균 2t 이상의 종자를 생산할 수 있다. 이렇듯 국내육성 IRG 종자를 생산하기 위한 재배기술법은 연구가 되었지만, 종자 수확 후 건조 및 정선에 대한 연구 및 기술개발은 부진한 실정이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간이 건조 기술

적절한 종자 수량을 생산하기 위하여 IRG 종자 특성을 파악했으며, 적정 수확시기를 설정하였다. IRG 종자 수확적기가 만개기로부터 25일경이라는 보고 문헌을 참고하여 개화후기 후 20일경, 30일경, 40일경에 특성을 조사하였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채종 종자. ⓒ농촌진흥청

그 결과, 개화후기 후 30일경에 단위면적 당 유효경수, 이삭무게, 종자수량에서 유의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p<0.05), 개화후기 후 30일경에 수확한 종자수량은 ㏊당 2.5t으로 가장 많았다.

수확시기에 따른 초장을 확인한 결과 개화후기 40일경에 초장이 가장 길었지만, 개화후기 30일경에 균일한 초장으로 편차가 적었다.

초기 수분함량의 경우 수확시기가 늦어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수확량이 가장 많은 개화후기 후 30일경에 평균 53.7%으로 높게 나타났다. IRG 종자 건조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바로 높은 수분함량이며, 빠른 시간 내에 수분함량을 낮추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수확시기에 따른 초기 수분함량 변화. ⓒ농촌진흥청

종자를 3㎝ 두께로 건조할 경우 하루 만에 평균 수분함량이 29.1%로 감소하며, 저장 가능한 평균 수분함량(15% 미만)에 도달하는데 3일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IRG 종자 적정 수확시기는 IRG 재배면적의 80% 이상에서 이삭 꽃이 발견되었을 때로부터 30일 이후이며, 이때의 평균 수분함량은 높은 편이지만 최다 수량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RG 종자 수확 후 건조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용 건조·정선 기술 개발 미흡으로 자연적으로 건조하고 있으며, 대부분 현장이나 비닐하우스에 매트를 깔고 IRG 종자를 건조한다.

두 곳 모두 IRG 종자를 5㎝로 적재하였을 때 수분함량 감소량이 높았으며, 곰팡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종자 반전(교반)작업을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 실시할 경우와 무반전(교반)은 수분함량 감소량에서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아, 최소 3회 이상 실시할 것을 추천한다. 그러므로 자연건조 시, 저장 가능한 평균 수분함량(15% 미만)에 도달하는 데 5∼6일 소요된다.

IRG 종자 비닐하우스 건조 시, 수분함량 변화. ⓒ농촌진흥청

IRG 종자 노지 건조 시, 수분함량 변화. ⓒ농촌진흥청

현장활용성 우수한 ‘송풍 매트’…현장 실용화가 올해 목표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에서는 IRG 종자를 현장에서 간이로 건조할 수 있는 ‘송풍 매트’를 제작하고 있다. 송풍 매트는 앞쪽에 팬을 이용하여 외부 공기를 매트 내부로 순환시키며 종자를 건조시키는 원리이다. 매트의 구조는 길이 25m, 폭 2m, 높이 1.5m 크기로, 벼 기준으로 약 500㎏ 정도 수용할 수 있다.

Solar Bubble Dryer. ⓒ그레인프로

국외 연구결과에서는 송풍 매트를 이용하여 곡물(벼, 옥수수 등)을 건조할 경우, 초기 수분함량 22%에서 15% 미만으로 건조시키는 데 최소 28시간이 소요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한국형 송풍 매트는 기존 매트와 달리 바닥 방수포로부터 띄우고 내부에 고강도 매쉬망을 추가하여 곡물 건조물의 상층부뿐만 아니라 하층부에도 공기 흐름을 원활하도록 설계하였다.

송풍매트 도면. ⓒ농촌진흥청

IRG 종자의 높은 수분함량으로 인하여 건조시간을 단축시키고자, 공기 접촉면적을 최대한 넓히기 위하여 매트 중간에 종자를 띄운 것이다. 또한, 바닥 방수포와 상부 덮개를 가벼운 재질로 제작하여, 현장에서 사용이 편하도록 제작하였다.

현재 특허 출원 준비 중이며, 올해 안으로 현장 실용화할 계획이다. 송풍매트는 IRG 종자뿐만 아니라 타작물 종자 건조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채종종자 매트 적재. ⓒ농촌진흥청

우리나라 대표 동계 사료작물인 IRG는 지금까지 많은 농가에서 이용되는 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품종을 해외에서 생산해 역수입하는 비애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종자수확부터 생산이용까지를 모두 국내에서 처리하면 어떨까?


글=임은아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 농업연구사

정리= 더농부


▽클릭 한 번으로 식탁 위에서 농부들의 정성을 만나보세요!▽

▽농촌 V-LOG부터 먹거리 정보까지 꿀잼 영상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