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진의 귀촌일기 36] 내가 토마토 하나는 잘 키우거든!

새벽부터 텃밭에서 일을 하다 보니 목이 마르고 속도 출출한 것 같다. 혹시 먹을 게 없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눈에 들어왔다. 주먹만 한 토마토를 한 개 따서 물에 대충 씻은 다음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진한 토마토의 향이 퍼지며 입안에는 감칠맛의 과즙이 흘러넘친다. “흠!” 나도 모르게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바로 이 맛에 텃밭 농사를 짓는다.

“내가 토마토 하나는 잘 키우나 봐!” 수확한 토마토를 아내에게 갖다 바치며 자랑을 했다. 정말 이 정도면 자랑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빨갛게 익은 우리 집 토마토를 보면 누구든 탐을 낼 테니까. “와, 맛있어 보이는데!” 평소라면 내 자랑에 핀잔을 주던 아내였지만 이번만큼은 본인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토마토가 쌓여 있는데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초기에는 수확하는 토마토는 알이 별로 굵지 않다. ⓒ윤용진

올해는 토마토를 비닐하우스와 텃밭에 나누어 심었다. 토마토는 같은 자리에 계속 심으면 연작 피해가 나타나므로 돌려짓기를 해야 한다. 텃밭에 흔히 심는 고추나 감자, 가지도 토마토와 같은 가짓과에 속하므로 이들 작물을 심었던 자리에 심어도 안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외하다 보니, 작은 텃밭에서 토마토 심을 곳을 찾기가 만만치가 않았다. 결국 자투리 땅 세 곳에 나누어 토마토를 심어야 했다.

우리 집은 텃밭 농사를 시작한 이래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토마토를 심어왔다. 처음에는 남들 따라 심었는데, 나중에는 토마토의 맛과 향에 매료되어 심었다. 텃밭에서 갓 수확한 완숙토마토의 맛과 향은 시중에 파는 일반 토마토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더욱이 이런 나를 부추긴 건 바로 옆집 아주머니셨다. “어머, 토마토를 정말 잘 키우시네요! 우리 집 토마토는 몇 개 열리지도 않았는데…”

농사라고는 아는 게 거의 없던 초보 시절이었는데 칭찬을 받으니 더욱 신이 날 수밖에. 그래서 텃밭 여기저기에 토마토를 심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예전 농업일지를 찾아보면 토마토를 무려 120포기나 심은 해도 있었다. 120포기가 얼마나 되는 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날마다 한 바구니씩 한 달 넘게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는 양이다. (수치상으로는 한 포기당 25개만 열려도 3000개의 큼직한 토마토가 된다). 물론 그 이후로는 그런 정신 나간 짓을 다시는 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예전에 120 포기를 심었던 토마토 밭. ⓒ윤용진

올해도 큰 토마토 13포기와 방울토마토 3포기를 심었다. 이 정도면 우리 식구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방울토마토는 비닐하우스 안에 심었는데 이미 키가 천정에 닿았고, 텃밭에 심은 토마토도 지지대 끝에 도달했다. ​더 이상 키가 자라지 못하도록 토마토 순을 쳐주었다 (줄기의 끝 부분을 잘라주는 일). 토마토는 꽃이 피고 열매가 익으려면 50일이 걸린다. 따라서 토마토가 심어진 밭에 김장 채소를 심을 계획이라면, 지금 피는 토마토 꽃은 먹어보지도 못하고 뽑아버려야 한다. 또 9월에 접어들어 날씨가 선선해지면 이미 열린 토마토라고 하더라도 빨갛게 익지 않는다.

지금까지 토마토는 흡수한 양분으로 키도 키우고 열매도 달아야 했다. 그래서 초기에 열리는 토마토는 별로 알이 굵지 않다. 하지만 더 이상 키가 자라지 못하게 순을 쳐주면 그다음부터는 토마토가 부쩍 굵어지기 시작한다.

토마토를 줄로 유인하려고 쇠 파이프로 사각형 틀을 만들었다. ⓒ윤용진

우리 집에 놀러 오신 동네 형님 부부가 텃밭에 심은 토마토를 보셨다. “와, 동생네 토마토는 참 실하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집은 토마토가 잘 안 돼!” 하신다. 그 형님은 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나이에 걸맞지 않게 모험심도 엄청 강하신 분이시다.

올봄에 그 형님은 새로 나온 영양제를 감자와 양파에 뿌려주었는데 평소보다 소출이 늘어났다고 한다. 효과는 좋은데 값이 비싸니 계속 구입하기는 부담스럽고,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병에 쓰여 있는 성분을 보니 별 것 없더라. 미량요소하고 미네랄을 적당히 섞어 놓았어. 맛을 보니 짭짤한 게 미네랄 대용으로 소금을 넣은 것 같고!” “헉! 직접 맛까지 보셨다고요?” 졌다! 난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영양제 맛보다 병원에 실려 가고 싶지는 않으니까.

형수님이 말씀하셨다. “글쎄 저 이가 올해도 토마토를 20포기나 사다 심었는데, 반은 죽었고 나머지도 잎만 무성해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거름을 너무 많이 준 건 아닌지 물어봤다. “글쎄, 작년에 고추를 심었던 밭에 심기는 했어!” 하신다.

이 경우라면 아마도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고추를 심었던 자리에 같은 가짓과 작물인 토마토를 심었으니 연작 피해가 나타난 것일 수도 있고, 작년에 준 거름이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고추는 워낙 거름을 많이 주는 작물이니까. “토마토는 거름을 많이 주면 안돼요. 또 연작 피해도 있으니 다른 밭에 심으셔야 해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어째 형님을 째려보는 형수님의 눈길이 심상치가 않다. “저 양반, 매일 술이나 먹을 줄 알지 그런 것도 몰라?” 하시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집게로 토마토 줄기를 유인하는 모습. ⓒ윤용진

토마토는 크게 키우겠다는 욕심으로 거름을 잔뜩 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다. 거름이 세면 잎이 말리고 열매는 별로 열리지도 않는다. 따라서 무조건 거름을 주기보다는 잎 상태를 봐가며 적당히 주어야 한다. 물론 농사지으며 ‘적당히’란 말처럼 어려운 것도 없지만.

예전에는 토마토 줄기가 쓰러지지 않도록 삼각형 지지대를 세운 다음 끈으로 묶어주곤 했는데, 지금은 줄로 유인하고 있다. 위에서 긴 줄을 늘어뜨리고 집게를 사용하여 토마토 줄기를 붙들어주면 된다. 토마토를 줄로 유인하는 방법이 훨씬 간편하고 통풍에도 유리한 것 같다. 단 긴 줄을 늘어뜨리려면 줄을 매어줄 수 있는 천정이나 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방울토마토 키가 비닐하우스 천장에 닿았다. ⓒ윤용진

긴 장마가 지나간 뒤에, 텃밭은 온통 풀로 뒤덮이고 병충해도 급격히 퍼지고 있다. 며칠 만에 텃밭을 찾는 분들에게는 길게 자란 풀과 푹푹 찌는 날씨로 올해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실 것 같다. 실제로 주위에 보면 이 때를 넘기지 못하고 농사를 포기하는 초보 농사꾼들도 많으시다. 하지만 내년에도 장마는 올 테고, 해마다 힘들다고 중간에 농사를 포기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미 토마토 줄기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겠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도 한 달은 더 수확할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 당장 토마토 키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도록 순을 쳐 주어야 하고, 아깝더라도 곁순들을 모두 정리해 주어야 한다. 토마토 곁순은 수확을 끝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자란다.

우리 집 토마토가 잘 자란다는 건, 어찌 보면 내가 토마토에 그만큼 정성을 많이 들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농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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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윤용진(농부·작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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