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낙농업? 우리 가족 똘똘 뭉쳐 헤쳐나갑니다! <유현주 학바위 목장 대표>

국내 낙농업은 위기에 처했다. 우유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사료값 등 생산비는 크게 늘고 있다. 2022년 낙농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낙농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낙농업 종사에 만족한다고 답한 농가는 30%에 머물렀다. 낙농업은 다른 농산물과 다르게 판로가 다양하지 않다. 이러한 와중에 예정된 2026 자유무역협정(FTA) 유제품 시장 완전 개방으로 낙농가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이제는 농가들이 직접 활로를 찾아 나설 때가 아닐까? 충청북도 증평읍에는 가족들이 똘똘 뭉쳐 낙농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다. 부모님과 첫째인 아들이 신선한 원유를 생산하면 둘째와 셋째인 딸들이 부모님 목장의 이름을 내건 카페에서 그릭요거트를 만들어 판다.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했던 셋째는 제품개발에, 성격이 좋아 친구들이 많은 둘째는 가게 홍보와 마케팅에 집중한다. 대학에서 6차 산업을 배운 셋째의 아이디어다. 고소한 우유 냄새가 풍겨오는 곳을 따라 유현주 학바위 목장 대표를 만나봤다.

유현주 대표가 목장 카페에서 카페라떼를 내려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유현주

낙농업의 오랜 고민인 판로 개척

그릭요거트로 MZ세대 겨냥했죠!

낙농농가의 판로는 꽤나 단순하다. 대형마트, 직거래, 도매시장 등 판로가 다양한 다른 농산물과는 사뭇 다르다. 서울우유 같은 협동조합에 소속돼 원유를 생산하거나,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유업체와 계약을 맺어 수익을 얻는다. 두 판로 모두 낙농업계의 독특한 제도에 따라 움직이는데 우유를 공급받는 대상이 농가와의 협상을 통해 미리 정해진 양(쿼터)만큼만 정해진 원가로 사가는 쿼터제다. 처음에는 낙농가의 안정적인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지만 우유 소비가 줄어든 만큼 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해진 쿼터 이상의 원유가 생산되면 버리거나 리터당 100원 안팎의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일정 수준의 품질을 넘지 못해도 마찬가지인데 품질 판정을 하는 유업체가 거짓으로 등급을 내려 헐값에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유현주 대표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농장에서도 애써 생산한 원유를 싼값에 판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유업체와 다툼이 생기면 낙농가는 힘이 없습니다. 원유를 챙겨 다른 곳에서 검정을 받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서 품질을 속여도 농가가 증명할 방법이 없죠. 이런 일이 생길 때면 가족 모두가 예민해지곤 했어요.”

학바위목장 젖소들이 여물을 먹고 있다. ⓒ유현주

유현주 대표의 비즈니스 모델은 여기서 출발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농수산비즈니스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교에서 가공, 서비스 등으로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6차 산업을 배웠다. 생산보다 카페나 체험농장을 하고 싶어서다. 졸업 후 창업 아이템을 찾고자 제빵, 커피 등 다양한 수업을 듣기도 했다. 우연히 찾아간 수업에서 그릭요거트를 배웠다. 그릭요거트는 그리스에서 유래한 요거트로 우리가 흔히 먹는 일반 요거트의 물기를 걸러내 단단한 질감이 특성이다. 아침 식사 대용이나 샐러드 위에 얹어먹기 좋아 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늘고 있는 식품이기도 하다.

그릭요거트는 떠먹거나 빵에 발라먹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유현주

유 대표는 수업을 들은 이후 그릭요거트의 매력에 퐁당 빠졌다. 부모님 목장에서 남는 우유를 리터당 100원에 파는 대신 그릭요거트로 만들면 부가가치가 크게 오를 거라는 점에 착안해 아예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무엇보다 다른 판로를 만들면 유업체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한 수입원을 만들 수 있을 터였다. 잘만 되면 가공장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규모를 크게 시작할 수 없으니 일단 작은 그릭요거트 카페부터 열었다.

부모님과 3남매가 똘똘 뭉쳤다

각자 잘하는 분야 맡아 능률 UP!

유현주 대표는 1남 2녀 중 막내다. 일찍이 그와 같은 대학에서 낙농학과를 졸업한 첫째 오빠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부모님과 함께 매일 다른 배합의 사료를 만들어 젖소들에게 먹일 만큼 목장에 정성을 쏟던 오빠는 유 대표의 계획을 듣고 신이 났다. 부모님도 그의 계획에 고마워하시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차곡차곡 모은 창업 자금이 있었지만 가게 인테리어에 생각보다 큰돈이 필요해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았다.

유 대표는 오빠의 권유로 청년 농업인 단체인 4H에서 주변 농가들과 함께 농업박람회와 플리마켓에 참여했다. 본격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기 전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그릭요거트의 레시피를 고쳐나갔다. 이제는 고소하고 담백한 우유 맛을 살리면서도 입안에서 녹아내릴 만큼 부드러운 식감을 찾아냈다.

마을에서 열린 플리마켓에 참가한 학바위목장 대표. ⓒ유현주

그릭요거트의 맛을 제대로 찾아낸 이후 숙제가 생겼다. 바로 홍보였다. 그는 젊은 세대이지만 SNS에 사진을 올려본 기억이 없었다. 털털한 성격이라 어떤 문구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이때 언니가 나섰다. 언니의 친구들도 힘을 합쳐 인스타그램에 신선한 요거트와 카페에서 파는 샌드위치 사진을 먹음직스럽게 올렸다. 가게 앞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며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많아졌다. 유 대표는 “언니가 매장 운영에 합류해 큰 힘이 됐고, 비로소 ‘학바위 목장 가족팀’이 완성됐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기특한 자매들이다.

언니와 함께 제품을 들고 웃어보이는 유현주 대표(사진 왼쪽). 그릭요거트뿐 아니라 마시는 요거트, 우유 제품도 출시했다. ⓒ유현주

재고 쌓이지 않으니 설탕 무첨가…

스테비아는 당뇨 환자에게도 OK!

보통 마트에서 파는 우유나 요거트는 여러 목장의 원유를 섞어 만든다. 학바위목장은 단일목장의 원유로 제품을 만든다. 맛이 다를까? 먹어보니 진한 우유의 향이 입 안에 맴돌았다. 유현주 대표는 “목장에서 신선한 우유를 바로 가지고 와 만든 제품이라서 낼 수 있는 맛”이라고 설명했다.

그릭요거트에는 보통 설탕을 첨가하지만 유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일까?

“설탕을 쓰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단맛을 올리고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품질변화를 막기 위해서죠. 원유가 생산시설을 거쳐 소비자에게 유통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 설탕과 같은 첨가제가 없으면 금방 발효가 진행돼 신맛이 납니다. 학바위목장 카페는 차로 15분 거리의 부모님 농장에서 원유를 가져오고 매장에서 바로 판매하니 설탕을 굳이 넣을 필요가 없어요.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지만 배송이 2~3일이면 금방됩니다. 2~3주씩 진열대에 놓여있지 않죠. 무엇보다 단맛보다 고소한 우유의 맛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다보니 단맛을 원하는 손님들이 있어 스테비아를 넣은 요거트를 따로 판매하고 있다. 스테비아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천연감미료로 사용된다. 단맛을 내지만 혈당을 낮춰주기도 한다. 굳이 스테비아를 사용하는 이유가 따로 있기도 하다. 주변에 당뇨로 잠시 힘들어한 친구를 보면서 당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바나나, 호두 등 갖가지 토핑을 올린 그릭요거트를 보여주고 있다. ⓒ유현주

유현주 대표는 온라인 판매를 위한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을 마치고 가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학바위목장의 그릭요거트를 먹어본 다른 카페나 업체의 사장님들이 납품 가능성을 물어보는 연락을 해와 납품할지 고민 중이다. 직영점을 내줄 수 있는지 물어오는 손님도 있다.

25세의 젊은 대표가 자신과 가족의 포부를 담아 만든 그릭요거트를 맛보고 싶다면 한 번 찾아가 보길 권한다.


더농부 에디터 장지영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경기도뉴스포털,<위기의 낙농업…“신품종 도입 등 출구 찾는다!”>

한국농정, <“낙농업 종사 만족한다” 30%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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