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꿀벌과 행복 나누는 청년 부부 농부 <최고야·도해밀 해밀당 대표>

‘꿀벌 실종 사건’. 2022년 봄철 각종 언론 매체들은 ‘예년과 다르게 눈에 띄게 개체수가 줄어든 꿀벌’에 대해 이렇게 헤드라인들을 뽑았다. 이유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 뒤를 이었다. 분석의 요지를 간추리면 이렇다. ‘이상 기후로 4월초 지나치게 따뜻한 날씨가 찾아왔다. 꿀벌들이 봄이 온 줄 알고 월동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뒤이어 추위가 닥쳤다. 꿀벌들은 한데 뭉쳐 체온을 유지하면서 겨울을 나는데, 월동을 마치고 활동을 시작했다가 갑자스런 추위에 상당수가 동사했다. 꿀벌은 그렇게 실종됐다.’

꿀벌 개체수가 줄어들면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식물에는 치명적이다. 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닿아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데, 화분을 옮기는 일을 바로 벌꿀이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꿀벌 개체수 급격 감소→수분 곤란→과일 열매 맺힘 불가능→생산량 감소→재배농가 타격’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꿀벌 실종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2022년 봄을 이겨내고 여전히 꿀벌과 행복을 주고받는 이가 있다. 양봉을 통해 꿀과 빵을 만드는 최고야 해밀당 대표(36)을 더농부가 만나봤다.

최고야 해밀당 대표가 ‘천연 아카시아꽃꿀’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 ⓒ더농부

호텔 인사팀 남편, 치과기공사 아내

꿀을 따고 담는 청년 부부 농부로…

꿀 사업을 시작하기 전, 최 대표는 서울에서 치과기공사로 11년간 일했다. 남편 도해밀 대표는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해 조선호텔 인사팀에서 17년간 근무했다. 이들은 맞벌이 부부로 도시 생활을 하며 바쁘게 살아왔다. 어느날 늘 자리를 비우는 아빠를 본 딸이 아빠를 낯설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득 ‘우리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했다.

도해밀 해밀당 대표가 꿀벌 집을 들어보이고 있다 . ⓒ더농부

도 대표가 내린 답은 귀농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귀농해 양봉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내를 설득하려고 정성스럽게 PPT를 만들어왔지만 당시 도시 생활이 익숙했던 최 대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망설임을 멈추고 마음을 굳힌 계기는 먼저 귀농해 양봉을 시작한 도 대표가 예상보다 적은 꿀을 따왔을 때였다.

“남편이 꿀을 적게 따서 절망할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어요. 혼자 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내가 도와줬으면 안정적으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했죠.”

2019년, 그들은 도시를 벗어나 꿀을 따고 담는 청년 부부 농부가 되었다.

청정 청주, 해밀당으로 새 출발

교류와 도움을 통한 성장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청정한 청주 해밀당의 전경. ⓒ더농부

그들이 자리 잡은 청주는 양봉하기에 ‘딱’이다. 이곳은 대청호를 끼고 있어 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벌은 깨끗한 물을 마셔야 병충해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 양봉에서 벌이 마시는 물의 상태가 중요한 이유다. 대청호 주변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주변에 공장이 없어 청정 구역을 유지 중이다. 최 대표는 “양봉에 최적화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는 청주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청주에서 ‘해밀당’으로 새 출발했다. ‘해밀당(陔蜜堂)’은 ‘자연과 꿀벌, 사람이 행복한 집’을 의미한다. 꿀을 저장하고 꿀벌이 하는 역할에서 형성되는 선순환에서 가치를 발견했다. 그래서 이 공간도 꿀벌과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집으로 만들었다. 특히 이들은 환경에 중점을 두고 ‘해밀당’을 키우려 했다.

자연, 꿀벌과 사람이 함께 사는 해밀당. ⓒ더농부

꿀벌, 사람 모두가 행복한 해밀당. ⓒ더농부

“건강한 제품, ESG 경영, 안전·행복 3가지를 해밀당 미션으로 두었어요. 그중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경이 기반 돼야 꿀벌을 지키고 사람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죠. 환경에 ‘건강한 제품’, ‘안전과 행복’ 이 모든 게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설레는 마음을 가득안고 ‘해밀당’으로 새 출발하면서 그들은 많은 양의 꿀을 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꿀 흉년으로 2019년 귀농 첫해 거둔 수익은 200만원 에 그쳤다. 최 대표는 생산해야만 돈을 만질 수 있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당시에 남들과 비교를 했던 것 같아요. 주변 친구들은 30대에 접어들어 인생의 안정기를 누리는 듯 보였죠. 가족과 여행도 많이 다니고 맛집도 다니더라고요. 저는 생산해야 하니까 그걸 못하고 계속 일만 했어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어요. 한때 우울해서 SNS를 못했었죠.”

최고야 해밀당 대표가 해밀당 초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농부

이들을 성장시켜주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교류가 큰 몫을 했다. 초기에는 2곳에서 중점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충북농업기술원 와인연구소에서 특허출원한 ‘한방 뱅쇼(완성된 밤을 잔에 담아 따뜻한 와인을 붓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제조기술’을 이전 받아 해밀당 제조 과정 중 방법과 비율 등에 녹여 넣었다. 최 대표는 청주농업기술센터에서 양봉 교육을 받아 귀농 직후 큰 도움을 받았다. 그는 양질의 양봉 교육을 넘어 가공, 쌀빵 교육을 듣고 베이킹까지 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부는 “초기 해밀당을 키우는데 유익한 도움을 많이 받아 감사한 마음을 늘 지니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농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200명 정도로 구성된 청년 농부 교류장인 ‘청연(청년농업인연합회)’에 참여해 회원들끼리 서로 북돋워주고 있다. 최 대표는 충청지부장을 맡아 40명 정도인 충청지부 회원들의 지부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지부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인은 물론 농업에 관심 있는 사람까지 모인 청연에서 열정과 대화를 나누며 한 층 더 성장해 가고 있다.

최고야 해밀당 대표가 해밀당 성장 과정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농부

최 대표는 “이런저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이전과 다르게 매우 행복한 상태”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부부는 지금 퇴직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안정감을 느끼면서 해밀당을 운영하고 있다.

달콤한 꿀로 베이커리까지

원재료의 신선함을 맛보다

그들은 아카시아꽃, 야생화 꽃, 밤나무 꽃 총 3가지 꿀을 딴다. 당도가 높아 단 맛을 내기에 가장 적합한 아카시아꽃꿀은 우리가 아는 대중적인 꿀 맛이다. 향이 은은해 호불호가 없어 어떤 요리에도 사용을 할 수 있어 유용하다. 풍미가 있는 야생화꽃꿀은 노란색이 아닌 갈색을 띤다. 최 대표는 이를 풍미 깊은 와인같다고 표현했다. 달콤 씁쓸한 밤나무꽃꿀은 뒷맛이 달면서도 쓰기에 일반 꿀이 너무 달아 혀가 아린 분들에게 적당하다고 추천했다.

해밀당의 천연 튜브 꿀 3종(밤나무 꿀, 야생화 꿀, 아카시아 꿀)이다. ⓒ더농부

꿀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그들은 최대한 수분 농도가 낮은 꿀을 뜨기 위해 고정양봉 방식을 사용한다. 단 맛만 나는 묽은 꿀을 많이 뜨는 이동 양봉은 피하고 있다. 1~2월 꿀벌에게 ‘화분떡’이라고 부르는 꽃가루를 뭉쳐 주는 일로 그 해의 양봉이 시작된다.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꿀 뜨는 작업(채밀)이 시작된다. 아카시아 꿀, 야생화 꿀, 밤나무 꿀을 순차적으로 각각 보름씩 따고 나면 6월의 끝이 보인다. 이후 꽃이 없어 꿀을 못 내는 시기인 무밀기가 찾아온다. 그때는 벌꿀들이 굶은 것을 막기 위해 사양꿀을 준다. 사양꿀은 벌에게 설탕물을 먹여 만든 꿀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는 벌들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따뜻하게 덮개를 해주며 계속해서 꿀벌을 돌봐준다. 꿀벌들에게 그들은 부모다.

도해밀 해밀당 대표가 청결하게 키우고 있는 꿀벌 집을 들어보이고 있다 . ⓒ더농부

부부가 양질의 꿀을 생산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 있다. 바로 ‘청결’이다. 꿀은 씻어 먹는 게 아니라 채밀한 상태 그대로 먹어야 하기 때문에 꿀을 고를 때는 양봉 환경도 중요한 요소로 삼아야 한다. 벌통 내부 청소를 할 때도 친환경 약재를 사용해 벌, 사람 모두에게 해롭지 않게 하고 있다. 그 덕에 해밀당 꿀에서는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샐러드 드레싱으로 해밀당의 달콤한 꿀을 뿌리고 있다. ⓒ더농부

꿀은 설탕을 대신해 단 맛 내는 모든 곳에 이용할 수 있다. 토마토에 뿌리는 설탕, 샐러드 드레싱 소스, 겉절이에 뿌리는 설탕 등을 대신할 수 있다. 꿀은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어 설탕보다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최 대표는 간단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꿀을 써서 집에 설탕이 없어요. 계란 스크램블과 자른 토마토에 꿀을 뿌려서 아이들 아침으로 줘요. 건강한 아침은 물론 간식으로도 좋아요. 제가 와인과 즐겨먹는 방법도 있어요. 견과류를 볶아 꿀로 코팅하고, 브리 치즈 위에 올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으면 안주로 그만이죠. 아이들도 간식으로 아주 좋아합니다.”

촉촉함과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꿀쌀식빵. ⓒ더농부

그들은 꿀을 넘어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까지 만든다. 일상 속에서 많이 찾는 식빵에 특별함을 더 해 꿀쌀식빵을 탄생시켰다. 이름 그대로 꿀과 쌀이 들어간 식빵이다. 직접 딴 아카시아 꿀을 넣어 원재료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 쌀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밀가루를 대신하는 존재다. 쌀 농사짓는 농부의 청원 생명 쌀을 도정한 날 바로 가져와 분쇄하고 직접 쌀가루를 만들어 사용한다.

최고야 해밀당 대표가 꿀쌀식빵 주재료인 쌀가루를 사용해 제조 중이다. ⓒ더농부

신선한 국내산 쌀 100% 재료로 쓰는 만큼 퍽퍽한 식감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죽을 달리했다. 12시간 이상 저온 숙성한 반죽을 넣는다. 덕분에 바로 먹으면 촉촉하고, 시간이 조금 흐르면 부드럽게 쫀득한 식감을 준다. 발효 버터를 사용해 한 입 베어 먹었을 때 일반 식빵과 다르게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색소, 첨가물, 밀가루, 방부제 등을 전혀 넣지 않아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최고야 해밀당 대표가 꿀쌀식빵 제조 반죽 분량을 나누고 있다. ⓒ더농부

최고야 해밀당 대표가 꿀쌀식빵 제조 중 모양을 잡고 있다. ⓒ더농부

재료가 유사한 꿀쌀낭시에는 ‘글루텐 프리’(식물성 단백질의 혼합물이 없는 것)라는 특징도 갖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자랑해 일명 ‘겉바속촉’이라고 불린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자랑하는 꿀쌀낭시에. ⓒ더농부

최 대표는 “좋은 재료를 써서 좋은 맛을 내는 베이커리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늘 제 두 딸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빵을 만들어요. 그래서 천일염, 유기농 원당, 발효 버터 등 좋은 재료를 써요. 재료뿐만 아니라 맛도 좋아서 힘들어도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과정이 복잡하지만 먹어보면 정성이 들어간 맛인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소비자 신뢰 두터워 “믿고 먹는 해밀당”

토종브랜드로 더 많이 인정받기를 꿈꾼다…

이들은 꿀과 베이커리 제품뿐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농업인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얻고 있다. 생산 공정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신경 쓰고 있다. 소비자 배송 과정에서는 비닐 재질의 테이프가 아닌 종이테이프를 사용한다. 비닐 뽁뽁이 대신 종이 뽁뽁이를 사용하고 완충재로도 신문지를 사용한다.

“해밀당은 꿀이 맛있고 좋지만 좋은 일을 많이 해 신뢰가 간다는 소비자의 의견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인스타그램에 환경 캠페인을 한다고 올렸을 때 소비자들께서 ‘환경을 생각하는 농업인이라서 믿고 사서 먹는다’고 해주셨어요. 리뷰 없이 해밀당이라 믿고 먹는다는 표현들은 제게 ‘ 해밀당을 더 좋은 방향으로 열심히 이끌어야겠다’는 원동력이 돼요.”

해밀당 앞에 서 있는 최고야 해밀당 대표다. ⓒ더농부

최 대표는 해밀당이 토종 브랜드로 인정받는 농촌 기업이 되기를 꿈꾼다. 귀농 4년차로 올해 매출은 1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록 벌꿀 흉년이지만 그는 앞으로 성장할 미래가 훨씬 밝다고 낙관한다. 내년에는 2억 원 정도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등학교, 회사 워크숍 등 다양한 곳에서 환경과 꿀벌의 끈끈함에 대해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해밀당은 그저 양봉과 베이커리만이 아니라 환경 생태계까지 지키려고 노력하는 곳이다. 부부는 “앞으로 늘 정직하고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사회 기여 활동으로 농촌의 활기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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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인턴 오세주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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