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결혼식을 올리고, 2022년 4월 창녕군으로 귀촌한 우리 부부. 도시에서 나고 자란 30대 신혼부부는 겁도 없이 아무 연고도 없는 미지의 지역에서 부부의 삶을 시작했다. 현재 귀촌한 지 7개월 차, 따사로운 봄에 귀촌해 어느덧 가을을 지나 보내고 있다. 창녕에서 맞이한 첫 계절이 봄이라 좋았던 기억이 난다. 계절의 시작점과 귀촌의 시작점이 맞물려 에너지를 두 배로 담뿍 받는 기분이 들었고, ‘시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도 한몫했을 테다.
‘우리는 젊고, 갓 결혼했고, 햇볕은 공짜였다’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어쩐지 우리 부부의 상황을 두고 쓰인 문장처럼 느껴져 자주 곱씹곤 했다. 실제로 우리는 젊고, 이제 막 결혼했고, 공기 좋은 이곳 햇볕은 공짜였다. “여보. 우리 귀촌하면 텃밭부터 구하자.” 귀촌 전부터 텃밭 구하기는 우리의 미션 중 하나였고, 이사하자마자 짐 정리보다 앞서 텃밭부터 구했다. 10평 정도 되는 땅을 분양받아 작은 농업이 있는 생활을 직접 경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텃밭의 봄은 아주 분주했다.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린 뒤 모종을 심는다. 가문 땅에 수시로 물을 줘야 했다. 봄은 텃밭 생명들이 새로운 땅에 힘을 박고 적응하는 고군분투 시기였기에 시간과 마음을 많이 내 자주 방문했다. 언젠가 바싹 말라버린 상추에 놀라 걱정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걱정하지 마 허허허. 쟤네도 지금 새로운 땅에 적응 중이야. 땅심 얻고 나면 튼튼해질거여~.” 그리고 정말 금세 회복해 푸릇푸릇 생기를 띠는 상추가 어찌나 신기했던지.
남편과 나는 텃밭에서 풍겨오는 흙 내음을 좋아했다. 고소한 흙 내음이 온몸에 스며들어 도시로부터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화 시켜 주는 것 같았다. 겨우내 모자랐던 햇볕을 온몸에 쭈욱 받아들이며 텃밭의 생명들처럼 우리 또한 쑥쑥 자라나는 기분은 덤이었다. 새소리를 음악 삼아 조금씩 성장해가는 작은 초록 생명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좋다’라는 말 외엔 딱히 생각나지 않는 참으로 평화롭고 편안한 곳. 묵혀있던 일상의 때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 제멋대로 가꾸고 있는 작은 텃밭이지만 이 작은 녀석으로부터 전해 받는 에너지는 실로 컸다.
녹음이 짙어진 여름날 텃밭은 풍요로움 그 자체였다. 상추 수확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물이 하나둘씩 매달리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선물할 수 있을 만큼 수확거리를 얻을 수 있었다. 서투른 손길임에도 이렇게나 귀한 먹거리를 내어주다니!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경외심이 동시에 떠오르곤 했다. 비닐멀칭(플라스틱 필름으로 땅의 표면을 덮는 것)을 하지 않은 탓에 땡볕에 비지땀을 흘려가며 잡초 제거에 녹초가 되기도 했지만, 이 모든 과정이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흙을 만지는 것부터 작물을 수확해 이웃에게 나누고 즐거이 요리해 야금야금 맛있게 먹어내는 일까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 시간은 그간 정신없이 살아내기만 했던 삶에 위로와 치유의 감정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우리가 먹은 음식의 근원지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 있다는 뿌듯함의 감정도 더해졌다. 이렇게 우리는 텃밭으로부터 다양한 감정의 씨앗들을 발견하며 자주 행복해했다.
이제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돼버린 텃밭. 자연과 좀 더 가까운 삶을 위해 귀촌했음을 자각하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올 한 해는 땅 위 생명들의 순환을 경험하고 지켜보며 그것들을 길러내는 감각을 배우는 감사한 시간으로 가득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맞이할 수많은 계절이 벌써 기대된다.
※ 위 작품은 아그로플러스와 농촌진흥청이 공동주최한 ‘제6회 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공모전’ 수상작입니다.
글 = 박소희 씨(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공모전 장려상)
정리 = 더농부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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