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이런 술이 있었다고?…미처 몰랐던 각양각색 전통주 [재미있는 농업이야기 46]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우리의 생활은 많이 변했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워지면서 퇴근 후 삼삼오오 한잔하는 모습도, 회사의 단체 회식하는 모습도 언제 해봤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러면서 혼자 집에서 즐기는 술들이 예전에 마셔왔던 술과는 달라지고, SNS의 입소문을 타면서 구하기 힘든 술들도 생겨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우리의 전통주, 특히 증류주 중에 이름난 ‘명주’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한 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는 ‘술’

우리나라의 술은 어떤게 있을까

먼저 술의 역사를 알아보자. 술은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우연히 얻게 된 음료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대륙이나 나라마다 다른 술들을 즐기고, 사용하는 원료도 다르다. 요즘은 전 세계의 모든 술을 쉽게 마실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맥주나 와인을 제조해 판매한다. 술의 재료가 다르다 보니 환경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술이나 음식문화는 각 나라의 국민성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의 술은 누룩으로 다양한 술을 제조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쌀로 술을 빚어 맑게 여과하면 청주(또는 약주), 여과하지 아니하고 탁하게 마시면 탁주, 그 술을 끓여서 다시 술로 맺히게 하면 소주, 그리고 그 소주에 인삼과 같은 약재를 넣어 침출주로 마시기도 한다. 참 다양한 술을 즐기는 민족이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술 빚는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사시사철 술을 빚는 문화였다.

우리나라는 사시사철 술을 빚으며, 시기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네 삶에는 시기마다 즐기던 세시주가 있었다. 새해 설날 한해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술 도소주를 마시고, 단옷날 창포로 머리를 감고 창포주를 마시며, 가을 보름달이 가득한 추석에는 햅쌀로 빚은 신도주를 마셨다. 봄꽃이 만발할 때 형형색색 꽃잎을 넣어 만드는 술도 있고, 가을 국화 가득할 때 국화주를 만들기도 한다. 자연과 하나가 돼가는 삶이 우리에겐 일상적인 것이다.

조선시대에 얼마나 많은 집에서 술을 빚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양반가에서는 손님 접대와 제사에 사용할 술을 빚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술을 빚는 방법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없게, 일반적이기보단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제조 방법을 택했고, 그로 인해 술을 빚는 것이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쌀을 백번 씻는다는 백세는 정말 백번을 씻게 하는 것은 아니었으리라. 그만큼의 정성을 깃들여 쌀을 준비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100번을 씻는 사람도 있었을 수도 있다. 정성의 부분은 양반가에서 술을 빚는 모든 작업에 으뜸이 되는 것이고, 재료부터 술을 빚는 일을 하는 아낙들까지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하고 술을 빚게 하였다.

제사를 지내는 의식에서 술은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음료이고, 서양에서는 포도주가 기독교의 중요한 의미로 전해지며 동양에서도 하늘에 지내는 제사에서 주요한 물품으로 사용돼 왔다. 술은 신화와 문학, 예술에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작이고 완성이었다. 과학이 발전하기 전, 미생물의 개념이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술을 만드는 제조 방법은 전해져 왔고, 보관하는 기술과 증류해 새로운 술을 만드는 과정들이 발전돼 왔다.

우리의 전통주 얼마나 아시나요?

‘송화백일주부터 병영소주까지

대한민국식품명인 1호라는 타이틀을 갖는 송화백일주(松花百日酒)는 소나무의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증류주로서 알코올 도수 38도의 독한 술이지만 소나무순액을 침출해 향기롭고, 송홧가루로 황금빛을 내는 술이다. 신라시대부터 스님들의 참선중 고산병 예방목적으로 절에서부터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며, 음식디미방 등 고조리서에 전해져 온다. 찹쌀, 백미, 누룩과 송홧가루를 주재료로 해 솔잎과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 등의 한약재를 부재료로 사용한다.

서양에는 증류한 술에 노간주나무 열매인 두송실(주니퍼베리)을 넣어 만드는 진(Jin)이라는 술이 있다. 앞서 말한 송화백일주는 송홧가루를 넣어 만든 술인데, 소나무 가지나 송순을 넣어 만드는 술도 있다. 임원십육지, 규합총서 등에 소개된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중엽 16세기부터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충북 속리산 산골 마을에서 만드는 송로주(松露酒)이다. 소나무 마디에 생밤과 멥쌀, 누룩을 섞어 술을 빚은 후 맑게 거른 송절주(松節酒)를 다시 증류해 내린 술로서 충북 무형문화재 3호로 알려져 있다. 경남 함양에서 만들던 송절주는 솔송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고, 각 지역마다 송절주는 많이 만들었던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감홍로는 단맛과 붉은색의 대표적인 증류주로서, 증류한 소주에 8가지 한약재를 넣어 숙성해 만드는 술이다. ⓒ농촌진흥청

붉은색의 술로 감홍로와 홍주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감홍로(甘紅露)는 단맛(甘)과 붉은색(紅)의 대표적인 증류주로서 발효한 술을 증류한 소주에 용안육, 계피, 정향, 진피, 방풍, 생강, 감초, 지초 등 8가지 한약재를 넣어 숙성해 만드는 술이다. 약초와 계피향이 강하게 나는 높은 도수의 술이기에 돼지고기, 김치, 고사리가 들어간 평양 음식 녹두지짐과 어울린다고 한다. 판소리 별주부전에도 별주부가 토끼를 보고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고 꾀는 장면과 춘향전에서 이 도령과 이별하는 춘향이 향단에게 이별주로서 감홍로를 준비하게 하는 등 판소리에도 등장하는 술이 감홍로이다.

진도 홍주는 홍국으로 제조한 홍주를 지초로 대신 색을 내어 홍색가향약용주인 지초주를 생산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고려시대에 도입된 소주는 한약재 등을 침출해 향미와 맛을 보강해 음용했다. 홍국으로 제조한 홍주를 지초로 대신 색을 내어 홍색가향약용주인 지초주를 생산하는 것이 진도 홍주의 유래다. 광해군의 형 임해군이 진도에 유배되면서 홍주의 비법이 전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최고의 진상품으로 꼽혔다고 하며, 항당뇨, 항비만 효과가 있는 지초의 성분을 잘 활용한 특징이 있다. 전통적인 홍주 제조 방법은 쌀과 보리쌀을 섞어 고두밥을 짓고, 누룩과 혼합해 15일 정도 발효시킨다. 이후 소주를 내리면서 떨어지는 술방울이 지초 뿌리를 통과하면서 선홍색의 홍주로 만든다.

1947년 최남선의 저서 『조선상식문답』에서 3대 명주를 기록하였다. 이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관서 감홍로와 더불어 전주의 이강주, 정읍의 죽력고가 있다. 3대 명주는 모두 증류주이다. 전주 이강주는 조선시대 중기부터 전라도와 황해도에서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주에 배와 생강을 침출해 음용한 고급 약소주이다. 누룩과 멥쌀로 약주를 빚고 증류해 30도로 맞춘 소주에 배와 생강, 계피, 울금을 넣어 침출한 뒤 마지막에 꿀을 넣어 1개월 이상 숙성한다.

죽력고는 조선 말기 황현이 오하기문에서 고문당한 전봉준이 지역 주민들이 가져다준 죽력고 세잔에 기력을 찾았다고 해 명성을 얻었다. ⓒ농촌진흥청

죽력고는 증류해 만든 술로, 죽력을 만들고, 술덧과 증류를 하기까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명주이다. 조선 말기 황현이 오하기문에서 고문당한 전봉준이 지역 주민들이 가져다준 죽력고 세잔에 기력을 찾았다고 해 명성을 얻게 됐다.

한의학에서 죽력고에 생지황, 꿀, 계심, 석창포 등을 첨가해 중풍에 걸렸을 때 구급약으로 활용하기도 하며, 혈압과 천식, 중풍, 뇌졸중, 발열 증상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쪼갠 대나무를 항아리에 넣어 밀봉한 뒤, 3~5일간 불을 지펴 죽력을 만든다. 30일간 저온 발효한 술덧을 완성한다. 죽력이 담긴 항아리에 솔잎, 생강, 석창포, 계심을 3~4일간 재운다. 술덧과 혼합해 약한 불로 증류한 후 죽력고를 얻는다.

삼해주는 정월 첫 돼지날 담그기 시작해 버들가지가 날릴 때 마신다 해 유서주라고도 하고, 빚는 기간이 100여일 걸리므로 백일주라고도 한다. ⓒ농촌진흥청

삼해주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궁중술로서 순조의 둘째 딸인 북온공주가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오면서 궁에서 만들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월 첫 돼지날(亥日)에 담그기 시작해 매월 돼지날마다 세 번에 걸쳐 빚는다고 해 삼해주(三亥酒)라고 하는데, 정월 첫 돼지날 담그기 시작해 버들가지가 날릴 때 마신다고 해 유서주(柳絮酒)라고도 하고, 빚는 기간이 100여 일 걸리므로 백일주(百日酒)라고도 한다.

추관지(秋官志)에는 형조판서 김동필이 삼해주의 인기가 높아 서울로 들어오는 쌀이 삼해주 만드는 데 모두 사용되니 이를 막아달라고 진언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국이상국집, 산림경제 등 고문헌에 그 제조 방법이 기록됐고, 쌀과 누룩으로 만드는 삼해주는 은은한 맛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특징이 있고, 서울무형문화재로서 약주와 소주제조 기능 보유는 각각 지정됐으며, 삼해소주 기능보유자인 김택상 식품명인은 2021년 타계했다. 조선 중엽 이후엔 소주의 술덧 제조 방법으로 사용돼 삼해주라고 하면 소주의 밑술을 가리킨다는 기록이 있다.

추성주는 담양의 양씨가문에서 5대째 지켜오고 있는 제세팔선주로, 고려 초 창건된 추월산의 천년 고찰 연동사에서 유래했다. ⓒ더농부

추성주는 전남 담양의 명주로, 담양의 양씨가문에서 5대째 지켜오고 있는 제세팔선주(濟世八仙酒, 술맛이 좋아서 마시면 신선이 된다는 의미)다. 고려 초 창건된 추월산의 천년 고찰 연동사(煙洞寺)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연동사 스님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빚었던 곡차가 사하촌으로 전해져 온 술로 알려져 있다. 고려 문종때 이영간란 소년이 연동사에서 과거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스님이 빚어놓은 술이 까닭 없이 줄어들자 스님들은 소년을 추궁하였고,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소년은 밤새 술독을 지키다 술을 훔쳐 먹는 늙은 살쾌이를 잡았고, 영물인 살쾡이는 자신을 놓아주는 대가로 과거급제를 위한 비서(祕書)를 주었고, 이 비서로 공부한 소년은 과거에 급제했다는 전설이 있다.

추성주는 멥쌀과 찹쌀 그리고 구기자, 오미자, 갈근, 우슬 등의 13가지 한약재를 혼합해 발효시킨 술을 30일 숙성 후 증류해 40%의 증류주를 만들고, 여기에 다시 약재 추출물을 가미해 20도의 지하에서 100일 이상 숙성시켜 대나무 숯으로 여과하면 알코올 도수 25%의 추성주가 만들어진다.

병영소주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이 좋은 술이다. 쌀이 없던 시절 빚어 마시다 보니 보리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고 3주간 숙성한 후 증류헸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보리로 빚는 맛좋은 소주는 조선시대 지역병권을 총괄했던 전라병영이 위치한 강진에서 빚는 병영소주가 있다. 쌀이 없던 시절 빚어 마시다 보니 보리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고 3주간 숙성한 후 증류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이 좋은 술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 중반에 세워진 공장으로 시작해 현재에는 식품명인 61호가 생산하고 있으며, 1991년 양조장을 인수해 신축공장까지 확대하고 있다. 강진 주변 보리재배 농가의 원료를 수매해 사용하고 있으며, 증류과정에서 포집된 고소한 향과 단맛이 고도주임에도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술맛을 이끌어낸다.

추성주는 13가지 한약재를 섞어 만든 술을 증류·가미·여과를 거쳐 만든다(왼쪽 사진). 병영소주는 조선시대 전라병영이 위치한 강진에서 빚는다. ⓒ농촌진흥청

전통주의 새로운 이름을 찾아서

우리나라의 술은 전통주라는 이름으로 통칭하고 있는다. 현재 새로운 용어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소주고리로 만들어지는 소주는 예로부터 우리가 만들어 온 전통방식이다. 하지만 산업화와 대량생산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상압식 증류기나 감압식 증류기를 사용하는 양조장이 늘어났다.

전통은 변할 수 있다. 전통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해 내려오는 사상·관습·행동 따위의 양식’이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 이후 공장형 생산이 이루어지고,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통한 대량생산을 시작한 지 60여 년이 흘러가고 있다. 변화한 정서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자의 인식과 소비유형의 변화에 따라 양조기술의 신공정을 개발하고, 국가적 연구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양조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명절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우리가 즐겨 마시는 술로 변화되는 전통주 시장이 만들어져 가길 바란다.


글=강희윤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

정리=더농부


▽클릭 한 번으로 식탁 위에서 농부들의 정성을 만나보세요!▽

▽더농부 구독하고 전국 먹거리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