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없으면 농사 못 짓죠!”…날로 심각해 지는 농어촌 일손 부족

“일할 사람이 없어요. 돈을 준다고 해도 오질 않아요.”

팜 인턴이 취재차 찾아가는 농어촌에서 늘상 듣는 말입니다. 전국 농어촌 현장에서는 말 그대로 일손 부족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부족한 일손을 거들고 있는 지원군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입니다. 전남 해남에서 무화과 농사를 짓는 A 씨도 외국인 근로자 8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A씨는 “젊은 내국인 근로자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무화과를 수확할 수조차도 없다”고 설명합니다. 전북 고창에서 밤호박을 생산하는 B씨도 가족을 제외하면 일손 대부분을 외국인 근로자가 맡고 있다고 말합니다.

농어촌 일손 부족 문제는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 농어촌 관계자들은 젊은 내국인 근로자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뉴시스

“하루 18만~20만 원 줘도 안 온다”

열에 일곱은 영농인력 확보에 어려움

일손이 귀해지니 농촌에서는 적기가 아니라 인력에 맞춰 작물을 수확한다는 말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년 새 국내 농어업 취업자 수는 70% 감소했다. ⓒ더농부

일손이 귀해지니 일당도 올랐습니다. 노동 강도가 높은 농산물 수확에 투입되는 인력의 평균 임금은 12만~14만원에서 15만~17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오죽하면 알맞게 익은 때가 아니라 인력이 있는 때에 맞춰 작물을 수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A씨는 “수확기에는 기존 임금보다 1.5배 많은 금액을 준다”며 “그럼에도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농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농어촌 일손 부족 문제는 하루 이틀 된 게 아닙니다. 국내 농어업 취업자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6년 551만4000명이었던 취업자 수는 2021년 145만8000명까지 떨어졌습니다. 50년 새 70% 이상 감소한 것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2021년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보면 농업인 71.5%가 코로나19 이후 영농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어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어업경영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인력 부족으로 출어 횟수, 출어 일수, 어로 일수 모두 줄어들었습니다.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가 대체

코로나19 이후에는 그마저 줄어들어

부족한 농어촌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가 대체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일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뉴시스

부족한 농어촌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가 대체합니다. 정부는 2004년 외국인 근로자가 최장 4년 10개월간 일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E-9)를, 2015년에는 5개월 동안 체류 가능한 계절근로자제(E-8)를 도입했습니다. 2019년까지 정부가 지자체에 배정하는 근로자 수를 합하면 연간 9000명가량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외국인 근로자마저 줄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업에 투입된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19년 8835명에서 2021년 1590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수확 시기에 오는 계절 근로자도 2020년에 4917명이 배정됐지만, 한 명도 입국하지 않았습니다.

근로자가 무단으로 이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21년에 입국한 전국 외국인 계절 근로자 559명 가운데 316명이 무단 이탈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다른 근무지로 간 것입니다. 양구군에서는 계절 근로자 193명 가운데 141명이 도주했습니다. 담당자들은 계절 근로자가 기존에 알던 친인척을 통해 임금을 더 많이 주는 사업장으로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 “근본 원인은 농어업 인구 소멸 및 고령화”

농가 인구 매년 감소…3명 가운데 1명은 70세 이상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농가 인구 3명 가운데 1명은 70세 이상이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인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농어업 인구 소멸과 고령화를 지적합니다.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21년 농가 인구는 221만5000명으로 5년 전인 2017년보다 20만명 넘게 감소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7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2.5%를 차지했습니다.

인프라 문제도 한몫합니다. 지역 내 교육, 의료, 문화 환경이 도시보다 열악해 거주민이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B씨도 “지역 내에 청년농이 저 말고는 없는 상황”이라며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현장 상황에 맞춰 외국인 근로자 제도 개선

농식품부, 지자체 20곳과 협약 맺어 인프라 확장 지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15일 지자체 20곳과 농촌협약을 맺어 인프라 확장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정부는 2022년 6월 30일 ‘외국인 계절 근로자 배정심사협의회’를 열어 하반기 근로자 규모를 확정하고, 인력난 해소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전국 84개 지자체에 외국인 계절 근로자 총 7388명을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또 계절 근로자 제도를 개선해 농어업과 관련이 있는 지역 제조업체에 근로자 고용을 허용했고, 고용주 만족도가 높은 결혼 이민자 가족이나 친척도 선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촌을 ‘살고 싶은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인구 유입과 농촌 개선을 위한 농가 인구 증가와 농촌 공간 개선 대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지난 7월 15일에는 경기 안성시, 전남 나주시 등 지자체 20곳과 함께 농촌협약식을 열었습니다. 농식품부는 2026년까지 지자체당 평균 240억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시·군 대다수는 의료, 보건, 돌봄 등의 생활 서비스 기반을 확대하는 사업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번 협약은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는 과제를 해결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지난 7월 28일 ‘농어업인력지원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특별 법안에는 △농업인력 근무환경 개선 △농업인력 지원을 위한 정책 기반 조성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농업부문의 인력 수급 불일치가 더 악화될 경우 식량이라는 필수재를 생산하는 농업 기반이 와해될지도 모르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경주시, 지자체 최초 외국인 농업 연수생제 도입

농민들도 개별적으로 인력난 해결 위해 몸부림

경주시는 지자체 최초로 외국인 농업 연수생 제도를 도입했다. 올 연말까지 운영한 뒤 결과에 따라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주시청

지방자치단체도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일손 부족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북 장수군은 외국인 계절 근로자 권익을 보장하고, 무단 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용 농가에 산재보험료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 인력중개센터 운영과 대학생 농촌 봉사활동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경북 경주시는 지자체 최초로 9월부터 외국인 농업 연수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연수생 규모는 최대 100명으로, 3개월간 지역 농가에서 선진 농업기술을 배우며 농번기 일손을 돕습니다. 경주시는 올 연말까지 운영한 뒤 결과에 따라 규모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농민들도 개별적으로 인력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A씨는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농업에 뛰어들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주변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씨도 “작물 연구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이 귀농에 더 쉽게 접근하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FARM 인턴 김민우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

프라임경제, <인력난, 한국경제가 멈춘다>

한국경제, <곡물자급률 20%도 곧 깨진다…위태로운 韓 ‘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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