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농가의 정성 담긴 고품질 쌀로 달큼한 밥맛 전하는 <안훈민 인생쌀집·너의작은방앗간 대표>– ①

갓 지어 윤기가 흐르는 찰진 밥은 씹을수록 따뜻한 단맛이 배어 나온다. 배가 고픈 시장기가 곁들인다면 ‘밥맛이 꿀 맛’이다. 우리에게 ‘밥’은 단순한 주식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이상이다. 약속을 할 땐 “언제 밥 한번 먹자”고 하고, 안부를 물을 땐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한다. 소위 ‘밥에 진심인 민족’이다.

ⓒ인생쌀집

다변하는 사회인 만큼 입맛 취향도 다양해지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커피 맛에 대해 신맛, 고소한 맛처럼 취향이 있다. 기분에 따라 원두를 골라가며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밥은 어떤가. 끼니마다 좋아하는 맛의 쌀을 골라 손수 밥을 지어 먹는 가정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 인당 쌀 소비량이 57.7㎏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한 사람이 하루에 공깃밥 한 그릇 반 정도를 먹는 것이다. 즉석밥 등 가공 조리식품에서의 쌀 사용량은 늘어나고 있다. 밥을 해 먹는 집 자체가 줄고 있다.

직접 지은 밥 ⓒ인생쌀집

우리 쌀로 밥맛을 살리려는 젊은이들이 있다. ‘인생쌀집’과 ‘너의작은방앗간’을 운영하는 청년들이다. ‘인생쌀집’은 영세농가에서 수매한 쌀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상점이다. ‘인생쌀집’과 거래하는 파트너 농부들의 곡물로 ‘너의작은방앗간’에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한다. 두 톱니바퀴로 꿈을 굴리는 안훈민 인생쌀집 대표를 만나 두 곳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인생쌀집X너의작은방앗간 인터뷰는 두 편에 이어 소개됩니다.

다섯번 창업한 사업 열망 가득한 농부의 아들

대학때 단일품종 쌀 맛 알리는 프로젝트 시작

안훈민 ‘인생쌀집’ ‘너의작은방앗간’ 대표 ⓒ더농부

올해로 갓 서른이 된 안훈민 대표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저는 청개구리인가 봐요. 늘 다른 길을 가고 싶어 해요. 친구들이 토익(TOEIC) 시험을 보면 저는 토플(TOEFL)을 공부했어요. 남들이 취업을 준비할 땐 전 창업을 했죠.” 안 대표는 최근 카이스트 경영학 석사(MBA) 과정까지 마쳤다. 늘 사업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안 대표는 지금까지 창업만 총 다섯 번을 했다. 게임 컨설팅 관련 사업도 있었고, 일제강점기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한 강치를 기억하는 배지를 만들기도 했다.

김제에서 신동진 쌀을 재배하는 안훈민 대표의 부모님 ⓒ인생쌀집

전북 김제에서 자란 그는 농부의 아들이다. 쌀농사의 노고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봐왔다. 농부의 수고를 덜기 위해 기능성 농사 용품을 아이템으로 창업하기도 했다. 그에게 밥은 늘 ‘꿀맛’이었다. 단일 품종의 햅쌀을 늘 갓 지어 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쌀을 섞어 파는 판매 형태가 식탁과 농업의 질을 낮춘다고 생각했다. ‘쌀의 진정한 맛을 알리기만 하면 찾아서라도 먹지 않을까?’ 그의 다음 창업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나왔다.

안 대표는 대학 시절이던 2018년 ‘드리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때 김지효 현 부대표 등 팀원들도 만났다. 목표는 단일 품종의 우리 햅쌀 맛을 알리는 것이었다. 프로젝트는 젊은 1인 가구를 소비층으로 주목했다. “맛있는 쌀을 먹을 만큼만 예쁘게 포장하면 집에서 해 먹기도, 선물하기도 좋을 것 같았어요.”

안훈민 대표와 김지효 부대표 ⓒ인생쌀집

안 대표의 부모님이 김제에서 생산하는 신동진 쌀을 1㎏과 2.5㎏으로 나눠 소량으로 포장했다. 앞쪽에는 귀여운 캐릭터, 뒤쪽에는 생산 정보를 달았다. 특히 생산연도부터 도정일자, 생산자 정보, 등급 등 세세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하는 데 주력했다. 드리미 프로젝트는 목표금액 224%의 후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끝났다. 단일품종 쌀을 소포장해 판매하는 것의 가능성이 보였다.

와디즈에 펀딩한 드리미 프로젝트. 패키지 후면에 품질 정보가 나와있다. ⓒ인생쌀집

인생쌀집, 우리 쌀의 프리미엄화 꿈꾸다

‘인생쌀찾기 키트’로 팔도 쌀 품종 선보여

드리미 프로젝트는 인생쌀집 창업으로 연결됐다. 안 대표는 일본의 프리미엄 쌀 시장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일본은 고시히카리, 추청(아끼바리)과 같은 쌀 품종을 체계적으로 품질 관리하여 세계적인 인지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 쌀 품종도 맛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다만 품종 간 혼합을 하거나 허술한 보관으로 맛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품종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일본에 비해선 미약하다.

ⓒ인생쌀집

안 대표는 영세농가의 쌀을 직접 수매 후 바로 소비자에게 전달해 신뢰를 쌓고자 했다. 이때 영세농가 기준은 2㏊ 이하의 농지를 가졌으며 연 소득이 3000만원 아래인 농가로 삼았다. 별도의 브랜드 이름 없이 품종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고민이었다. 판매자가 품종 이름을 임의로 만들면 ‘농부의 언어’를 상실한다는 생각에서였다.

8개의 도와 각 지역의 쌀을 하나씩 매칭해 8개의 특색 있는 쌀로 하나의 키트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각각의 쌀을 소포장해 2그릇의 밥을 지을 수 있는 양으로 젊은 가구에게 살맛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렇게 2020년에 나온 것이 펀딩에서 목표금액의 1102%를 달성, 국내 쌀 원물 펀딩 중 최초로 1000만원을 넘긴 ‘인생쌀찾기 키트’다.

종류 별로 소포장 된 인생쌀찾기 키트 ⓒ인생쌀집

키트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많은 농가의 자제들에게 연락이 왔으나 한 도에 한 가지 쌀만 매칭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 대표는 매일같이 전국을 돌며 직접 영세농가를 찾아다녔다. 보수적인 농부들과 코로나의 발발로 외부인 방문을 꺼리는 농가 분위기에 쉽지 않은 과정이 이어졌다. 삼고초려 한 농가도 있었다. 8도에 쌀을 하나씩 매칭하는 데만 3주가 걸렸다. 이렇게 만난 쌀 농가는 현재까지 인생쌀집의 ‘파트너’로 수매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인생쌀집과 ‘파트너’ 관계의 영세농가들 ⓒ인생쌀집

경기도의 맛드림(경기1호)은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쌀 품종으로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강원도에는 철원에서 자라 단단한 오대를 뽑았다. 충청북도 쌀은 대중적인 쌀 중 하나인 삼광이다. 충청남도는 팝콘처럼 구수한 향이 난다는 골드퀸3호를 매칭했다. 경상북도의 백진주는 동글동글하고 찰진 쌀이다. 경상남도는 쫀득한 맛이 좋은 일품을 선정했다. 전라북도는 드리미 프로젝트에서 판매했던 신동진을 다시 골랐다. 전라남도에서 나는 하이아미는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기능성 쌀이다.

‘인생쌀찾기 키트’를 구매하면 쌀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쌀믈리에 노트’를 함께 제공했다. ⓒ인생쌀집

인생쌀집에서 판매하는 쌀은 도정한 지 20일 내의 햅쌀만을 진공 포장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품질이 오래 유지된다. 다만 미리 포장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작이 힘들다. 인생쌀찾기 키트를 처음 판매한 해에는 폭발적인 수요를 예상하지 못해 공급이 부족했다. “인생쌀찾기 키트는 영세농가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데도, 소비자에게 쌀에 대한 신뢰와 품종 인지도를 쌓는 데도, 식탁에 맛있는 밥을 전달하는 데도 성공했다 생각해요. 앞으로도 더 많은 공급으로 인생쌀찾기 키트를 계속 판매해 보고자 합니다.”

고품질 쌀로 파트너 영세농가와 밥상 잇는 상생 꿈꾸다

인생쌀집의 마케팅 비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곧바로 ‘좋은 품질’이라 답했다. 파트너 농가의 쌀을 한번 먹어보면 소비자가 계속해서 찾는다는 것이다. 초반에 비해 마케팅 비용을 과감히 줄였음에도 큰 매출 차를 보이지 않는다 말한다. 그만큼 파트너 농가와의 신뢰, 소비자와의 신뢰가 중요하다. 농부의 진심을 소비자 밥상에 전하는 데에 인생쌀집의 역할이 매우 크다.

“파트너 분들에게는 시장이 평가하는 금액보다 높게 인정해드리는 것 외엔 큰 방법이 없어서 늘 아쉬워요. 소비자들에겐 입에 들어가는 쌀의 품질을 계속 유지해 믿음을 쌓고 있고요. 어떻게 보면 단순한데 결코 쉽지도 않습니다.”

인생쌀집 온라인 홈페이지 ⓒ인생쌀집 홈페이지 캡처

안 대표는 인생쌀집 사업이 꼭 양육 같다고 말한다. “적재적소에 관리가 필요하고 손이 많이 가는 게 한 4살짜리 아이 같아요.” 불평을 하는 듯하면서도 너털웃음 짓는 안 대표에게서 인생쌀집을 자식처럼 아낀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안 대표가 인생쌀집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순환과 상생에 맞닿아있다. 드리미 프로젝트 시절부터 결식아동 등 취약계층에게 쌀을 기부한 것에 대해서도 ‘당연한 순환이라서’라 말한다. 영세 농가와 협력해 농부의 땀을 달큼한 밥맛으로 널리 전하는 것, 안 대표의 소명이자 인생쌀집이 앞으로도 이루어갈 꿈이다.

※ ②편으로 계속됩니다.


FARM 인턴 강나윤, 이슬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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