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밥상도 만족하며 식사하게 만드는 잡지가 됐으면 해요”…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다루는 <김정모 SUSTAIN-EATS 편집장>

“닭이 몇 년 사는지 아시나요?” “많이 살면 5년 아닐까요?” “잘 기르면 15년은 거뜬히 삽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닭들은 한 달만 길러 상품으로 나오게 됩니다.”

소비자에게 음식은 잘 정돈된 제품으로 제공됩니다. 소비자는 그저 가격표에 제시된 금액을 내면 됩니다. 김정모 <SUSTAIN-EATS> 편집장은 여기에 의문을 가집니다. “음식을 소비하는 과정은 단순히 돈을 내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관계로 얽혀있어요. 소비자로서 우리는 그동안 식문화를 너무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책방은 김정모 편집장(32)과 마은지 대표(31)로 이뤄진 독립출판사입니다. 2020년에 〈로컬 테이블〉이라는 이름으로 잡지를 발행했고, 2호부터 <SUSTAIN-EATS>로 제호를 변경했습니다. 4호까지 발행된 신생 잡지지만, 알찬 내용으로 한국잡지협회에서 진행한 2022 우수콘텐츠 독립잡지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김 편집장을 만나 잡지와 지속 가능한 식문화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김 편집장은 신학을 전공하고 청년 목사로 활동을 해왔다. 이후 마 대표와 함께 공공책방을 설립해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더농부

신학을 전공하고 청년 목사로 활동하다 편집장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신학 대학원을 다닐 때부터 공공성에 관심이 있었어요. 교회의 공적 역할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기도 했으니깐요. 이후 편집에 관심이 생겨 2018년에 한겨레 출판 편집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지금 저와 같이 공공책방을 운영하는 마은지 대표도 이때 만나게 됐죠. 그러다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받았어요. 음식을 조금만 과하게 먹어도 몸이 아팠습니다. 식문화에 더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이후 논의 끝에 생태, 노동, 환경 등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듣는 잡지를 만들기로 했어요. 첫 번째 프로젝트가 지금 만들고 있는 〈SUSTAIN-EATS>인 거죠. 저와 마 대표 모두 식문화라는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현장에 가면서 취재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했어요. 그런 만큼 내용이 많아지고 글도 길어졌어요. 이것을 최대한 잘 담을 수 있는 매체가 무엇인지 고민하다 잡지를 선택하게 됐어요.

첫 호는 <로컬 테이블>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어요. 잡지 발행 후, 로컬 테이블이라는 이름으로는 다양한 식문화를 포괄하기에 한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지속 가능이란 의미에서 ‘SUSTAIN’을, 식문화에서 ‘EAT’를 따와 2호부터 <SUSTAIN-EATS>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공책방에서는 2020년 <로컬 테이블>로 시작해 생태, 노동, 환경 등의 목소리를 담은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공공책방

‘지속 가능한 식문화’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양한 생활 방식이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한정적으로 ‘○○다’라고 정의하긴 어려운 거 같아요. 기후 위기나 식량문제가 한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원인으로 형성된 것처럼 말이에요. 대신 저는 음식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설명하곤 해요. 음식에 감사할 줄 알면, 한 끼 식사에도 행복해할 줄 알잖아요. 음식을 귀하게 먹고, 각자에게 맞는 식습관을 찾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실천한다고 생각해요.

불문학자 황현산 선생님은 이렇게 말해요. “축제의 음식을 먹는 자는 마땅히 두 손을 적셔야 하고, 그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하나가 되는 것.” 이 말처럼 우리가 음식, 더 나아가서는 자연과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간다는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이해해 보면 어떨까 해요.

‘비건’, ‘로컬 푸드’, ‘제로 웨이스트’ 등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보이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다만 일회용 콘텐츠로 사라지진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해요. 전 이런 현상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지점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식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라 생각해요. 생산자보다 소비자 수가 많은 상황에서 현재 식문화의 문제점이 잘 드러나진 않아요. 직접 경험해 보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잡지를 통해 소비자가 체험하도록 돕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2호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독자 한 분이 잡지를 읽고 해당 제품을 이용한다고 알려줬어요. 또 다른 분은 생협에 가입해 소작농의 먹거리 정기 배송을 신청하기도 했고요.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한 번에 변화시킬 수는 없어요. 실패해도 좋으니 꾸준하게 평생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4호 ‘날아라 꼬꼬’에서는 닭이라는 먹거리를 주제로 ‘닭고기가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 ‘지속 가능한 닭과 달걀 브랜드’ 등을 다룬다. ⓒ공공책방

2호 ‘먹지 않는 것들’, 3호 ‘바다, 착취’, 4호에서 ‘날아라 꼬꼬’ 등 매호 색다른 주제를 선보였습니다. 앞으로 어떤 주제를 다루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저는 음식이 관계라고 생각해요. 재료를 기르는 사람부터 음식을 만드는 과정까지. 혼자 음식을 먹더라도 그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으니깐요. 관계를 생각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신다고 생각해 볼까요. 커피를 마시고 나면 찌꺼기만 많이 나오는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 머리 아픈 고민이 아니라, 정말 ‘와’하고 감탄이 나오게 되죠.

다음 주제로 쌀을 다뤄볼까 해요. 한국인에게 쌀은 오랫동안 주식이었어요. 그렇지만 점차 밀에 밀려 외면받기도 했죠. 다이어트하면 항상 먼저 밥 양부터 줄이라는 시대잖아요. 떡집과 빵집 수를 생각해 보면 좋아요. 그런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가격이 올라가면서 쌀을 대체품을 쓰자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전통주가 인기를 얻으면서 토종 쌀에 대한 관심도 늘었죠. 대비되는 두 현상을 엮어서 과연 쌀이라는 곡물이 이제껏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얘기해 보면 재밌지 않을까 해요.

<SUSTAIN-EATS>의 목표에 대해 김 편집장은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다루는 매체를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한다.

김 편집장은 잡지 발행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공책방

잡지 발행 외에 강의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로 강의하고 있어요. 학생들은 주로 부모님이 차려준 밥상이나 급식을 먹잖아요. 성인보다 음식에 대한 자기 선택권이 자유롭지 못하죠. 학생들에게 음식의 의미를 되짚어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음식을 먹어야 할지를 주로 얘기해요. 학생들도 이전까지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식문화를 형성하는 시기인 만큼, 저도 책임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SUSTAIN-EATS>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누가 읽더라도 편안하게 읽으면서, 그날 밥 먹을 때 저희가 쓴 글을 주제로 떠들 수 있는 잡지가 되고 싶어요. 현재는 일 년에 3~4번 잡지를 발행하는데, 여기에 더해 뉴스레터를 준비하려고 해요. 기회가 된다면 〈LongBlack〉이나 〈PUBLY〉처럼 온라인 구독 서비스도 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다루는 매체를 누군가 물어봤을 때, 먼저 떠오르는 곳이 <SUSTAIN-EATS>가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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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인턴 김민우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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