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야, 대파야? ‘양대파’로 새로운 시장 개척한 <물조리자리 영농조합법인 김도혜 대표>

양파일까, 대파일까? 양대파를 이리저리 살펴보자 물조리자리 영농조합법인 김도혜 선장이 양파를 대파처럼 기른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싹이 난 양파에 부가가치를 더한 청년농업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된 끈질긴 연구 끝에 특허를 받은 독자적인 영농기술로 주변 농가와 양대파를 기른다. 함께 하는 농가들의 이정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북두칠성을 모티브로 한 물조리자리를 만들어 영농조합법인의 이름을 붙였다.

그는 스스로를 대표가 아닌 방향키를 잡는 선장이라 소개했다. 양대파로 충남 당진 농가들과 상생하는 하나의 별자리를 그려내고픈 김도혜 선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대파 재배기술을 개발한 김도혜 선장이 양대파가 그득 담긴 소쿠리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김도혜

특상품도 싹 나면 버려지던 양파…

발상 전환 통해 양대파로 상품화!

그의 부모님은 충남 예산에서 양파 농사를 지었다. 양파는 그해 작황에 따라 가격의 낙폭이 큰 작물 중 하나다. 무와 배추처럼 말이다. 서민들이 자주 구매하는 농산물이지만 공급량 조절에 실패할 경우 밭을 갈아엎어야 그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양파를 출하해 얻는 수익보다 오히려 수확해 시장까지 유통하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애써 피땀 흘려 기른 양파를 갈아엎어야만 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일 것이다.

18살의 고등학생이었던 김도혜 선장은 이러한 상황을 부모님 곁에서 지켜보며 자랐다. 양파는 아무리 좋은 특상품이라도 출하를 기다리다 싹이 나면 모두 버려진다. 이것이 안타까웠던 그는 양파에서 자란 잎으로 동생에게 요리를 해주었다. 그런데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파는 매운맛이 난다며 먹지 않던 동생이 양파 잎은 곧잘 먹었던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양파잎을 상품화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그는 곧장 양파 잎을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사 먹을 정도의 품질로 기를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한국, 미국 특허받은 재배기술

농가 보호하는 울타리 됐으면…

모르는 사람들은 양파 잎은 그냥 던져 두면 저절로 자라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과연 그럴까? 농작물을 상품화한다는 것은 농부의 영농기술로 소비자가 원하는 수요를 짚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농가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 가치도 포함되어야 한다. 김도혜 선장은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영농기술로 양대파를 기른다.

보통 하나의 양파에서는 한 대의 잎이 고개를 내민다. 김도혜 선장의 양대파는 다르다. 한 개의 양파에서 적게는 4개, 많게는 6개의 잎이 분얼돼 자란다. 분얼이란 식물 줄기의 밑동에 있는 가지에서 줄기나 잎이 따로나는 것을 말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나름의 연구노트를 작성하며 연구를 시작한 그는 한국농수산대학교 채소학과에 입학해 양대파 재배기술을 발전시켜 나갔다.

5개의 줄기로 나뉘어 자라는 양대파. ©김도혜

김도혜 선장은 양대파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지만 양대파를 함께 기르는 주변 농가에게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물조리자리 영농조합에서 양대파를 기르는 주변 농가들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하나의 울타리가 되고 있다.

울타리의 의미는 뭘까? 샤인머스켓 포도의 인기가 늘자 너도나도 재배에 뛰어들어 결국 상품의 질과 가격은 모두 떨어졌다. 샤인머스켓 시장을 키운 초기 재배 농가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김도혜 선장은 상표권을 통해 양대파 농가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금도 유사한 양대파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곤 하지만 그가 개발한 기술로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는 원조는 물조리자리 영농조합법인에서 출하되는 양대파다.

김도혜 대표는 주변 농가도 양대파로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자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김도혜

그는 유통업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는 관행도 바꾸고 싶다고 전했다. “영농조합에서는 유통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을 농가에게 떠넘기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비닐 포장지나 박스 값은 조합에서 부담하고 재배한 작물에 대해 1㎏당 5천원의 소득을 지켜드리고 있죠. 양대파의 납품단가가 내려도 농가에는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어야 지속적인 재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부모님 같은 주변 농가 대표님들과 상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도 컸습니다. 젊은 청년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GAP 인증조차 못 받던 때도 있어…

먹는 게 아니라는 편견과 맞서 싸워

위풍당당하게 양대파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그에게도 어려운 순간은 있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내놓는 것은 기존의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양대파는 먹는 게 아니라며 GAP 인증을 받지 못한 적도 있어요. GAP 인증은 농산물에 잔류할 수 있는 농약 등의 유해물질을 관리해 안전성이 보장했을 때 받할 때 받을 수 있습니다. 애써 건강한 먹거리가 되길 바라며 키운 작물이 인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담했죠. 농촌진흥청의 품종 자료를 찾아 먹을 수 있는 작물임을 직접 증명한 뒤에야 인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농부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노력이 담긴 자료집을 보여주는 김도혜 대표 ©더농부

양대파를 막 기르기 시작할 때 찾아간 도청 직원에게는 이런 말도 들었다. 직접 가치를 증명할 수 없다면 되돌아가라는 소리였다. 그는 당차게 ‘다음번에 가치를 증명해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팔릴 수 있는 작물임을 증명해 보이고자 지역 축제에 나갔다. 양대파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 생소한 양대파의 맛을 선보이고자 계란을 10판씩 써가며 양대파전을 부쳤다. 축제 부스를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외치던 ‘양대파입니다’라는 말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로의 판로를 얻어낸 그는 홀로 탑차를 끌고 다니며 밤 11시든 새벽 2시든 양대파를 실어 나르기도 했다. 한 박스를 배송할 때도 있었고 다섯 박스를 내려두기도 했다.

3년 뒤에 다시 찾아간 도청에서는 이런 작물을 왜 이제야 가지고 오냐며 반가워했다. 3년 전 매몰찼던 담당자는 자리에 없었지만 후임으로 와 새로운 소득작물을 찾던 담당 직원은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오롯이 홀로 증명해 낸 상품 가치

이젠 당당히 인정받는 소득작물

이제는 충청남도 농업기술원, 당진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양대파 재배 매뉴얼을 발간할 정도로 양대파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낸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김도혜 선장은 더디더라도 단단히 성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매년 2배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재작년에 60t 정도 생산해서 조합 매출이 3억원 정도 나왔는데 올해는 약 6억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조합원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양대파를 기르는 농가가 정당한 가격을 보장받는 구조를 탄탄히 만들고 싶어요.”

빠르게 나아가기보다 단단히 성장하길 원한다는 김도혜 대표가 기르는 양대파. ©더농부

2023년 3월을 기준으로 20개 정도의 농가가 물조리자리 영농조합법인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다른 작물들을 함께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 올해 재배에 참여한 농가는 10곳 정도다. 다들 쪽파, 양파 농사를 짓던 베테랑 농부들이라 오히려 김도혜 선장이 배우는 점도 많다. 늘 양파에 싹이 나면 버려야 해 속상해하던 주변 농가들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알게 되자 김도혜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마켓컬리에서도 양대파 인기…

장아찌, 김치로 담가도 좋아!

양대파는 어떤 맛이 날까? 특유의 달큰한 맛이 특징이다. 고기를 구울 때 곁들이면 양대파가 내뿜는 단내에 군침이 돈다. 아삭한 식감으로 장아찌나 김치로 담가 먹어도 맛있다.

젊은 주부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마켓인 마켓컬리에서 양대파를 사 먹어본 사람들은 연일 향긋한 양대파의 매력을 후기로 담아낸다. 곧 더 많은 유통 플랫폼에서 양대파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김도혜 선장의 다음 여정이 기대된다.

양대파는 구울수록 단맛이 올라간다. ©김도혜

참, 양대파는 파인다이닝 쉐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식재료라고 하니 오늘 저녁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양대파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필자도 양대파를 고기와 곁들여 먹어보니 단연 달콤한 맛이 일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재배여건이 힘들어지는 농가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는 소득작물이 되길, 더 많은 사람들이 양대파의 매력을 알아채길 응원해 본다.


더농부 에디터 장지영

nong-up@naver.com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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