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배는 가라! 얼마나 달길래 ‘슈퍼골드’, 눈처럼 하얀 ‘설원’… 배 품종 완벽 정리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52]

배는 고급 선물용, 제수용, 대가족 소비에 적합하도록 과실이 크고, 모양이 예쁜 것을 위주로 육성했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함께 1인가구의 급증, 즉석식품 소비 증가, 국제 교류 활성화 등 생활과 소비패턴이 변함에 따라 소비자는 보다 쉽고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는 농산물을 요구하고 있다. 과실크기도 과거에는 1㎏ 이상의 큰 과실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일상소비가 가능한 500g 이하의 중소과를 찾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배연구소에서는 다양한 품종을 육성해 보급 중이다.

이른 추석용 고품질 배 ‘신화’

추석 선물의 새로운 신화 쓰다

신화는 수확 시기가 이른 편이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임에도 무리 없이 제사용 배를 유통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품종이다. ⓒ농촌진흥청

‘신화’는 주 재배 품종 ‘신고’의 수확기를 당기기 위해 ‘신고’에 ‘화산’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생장촉진제 처리 없이도 9월 상순(나주 기준)에 안정적으로 출하가 가능한 품종으로 지난해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과중 630g, 당도 13.0°Bx, 황갈색의 예쁜 외형을 가지고 있어 이른 추석 선물용으로 적합한 품종이다. 나주, 안성, 천안 지역을 중심으로 138㏊ 이상 보급됐으며 우수한 품질로 지난해 가락시장에서 ㎏ 당 4,098원에 거래됐다. 반면 ‘신고’는 ㎏ 당 2,550원이었다.

상온에서 30일 정도까지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2020년에는 안성에서 250t 가량을 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기존 재배 품종 ‘신고’에 비해 재배면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1~2년 후 이른 추석 선물용 시장의 주품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커다란 크기에 달콤한 육즙 품은 ‘창조’

과육도 부드러워 추선 선물용으로 제격

창조는 신화와 함께 개발된 품종이다. 과실이 크고, 과즙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농촌진흥청

‘창조’는 평균 과중이 700g 이상의 큰 과일로 9월 상·중순(나주 기준)에 수확되며 과즙이 풍부하고 식감이 우수해 큰 과실을 선호하는 추석 선물용으로 적합하다.

나주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며 올해 180ton 이상이 유통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020년에는 서울 롯데마트 판촉행사에서 7.5㎏ 한 박스에 6만5,000원에 거래 될 만큼 소비자에게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창조’는 과육선숙형 품종으로 수확기 판단시 과피색보다는 식미를 우선적으로 평가해 수확하는 것이 좋다. ‘신고’나 ‘신화’ 품종에 비해 저장성이 약하므로 수확기를 당기기 위해 생장조절제를 처리하는 경우 유통시에 과육이 상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생장촉진제를 처리하지 않고 수확 즉시 유통하는 것을 추천한다.

새콤달콤 맛있는 ‘슈퍼골드’

이름만큼 ‘슈퍼’한 저장력

슈퍼골드는 맛있기로 유명한 배 품종 두 가지를 교배해 만들었다. 청량한 맛이 특징이다. ⓒ농촌진흥청

‘슈퍼골드’는 과거 맛으로 명성이 높았던 ‘추황배’에 ‘만풍배’를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과중 570g, 당도 13.6 브릭스, 산미 0.1%로 과육은 아삭하고 과즙이 많으며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루어 새콤달콤한 진한 맛으로 자꾸 손이 간다.

소비자들에게 최근 먹어본 배 중 가장 맛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으면서 익산, 나주, 천안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평균 숙기는 9월 상순(나주 기준)으로 추석이 빠르지 않은 해에는 추석 전 출하도 가능하지만 평소에 가볍게 즐기기 좋은 품종이다.

또한 ‘슈퍼골드’는 수출용 품종인 ‘추황배’를 닮아 저장력도 좋은 편이다. 상온에서 30일 정도까지 저장이 가능하지만 장기 저장시 산미가 먼저 빠져 청량한 맛이 줄어들기 때문에 ‘슈퍼골드’의 청량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확하고 한 달 이내 판매를 추천한다.

껍질 깍아도 갈변 적고 당도 높은 ‘설원’

눈은 녹아도 설원은 변하지 않는다

설원은 갈변이 적어 조각 과일로 유통하기 좋은 품종이다. ⓒ농촌진흥청

‘설원’은 ‘수황배’에 ‘만풍배’를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과중 520g, 당도 13.7°브릭스, 산미 0.1%로 과육이 아삭하고 당도가 높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은 품종이다.

평균 숙기는 9월 상순(나주 기준)으로 추석이 빠르지 않은 해에는 추석 전 출하도 가능하지만 ‘슈퍼골드’처럼 평소에도 가볍게 즐기기 좋은 품종이다. ‘설원’은 껍질을 깎아 조각과실로 만들었을 때 갈변이 적으며 순백의 과육색을 유지한다. 이는 갈변을 촉진하는 효소인 polyphenol oxidase 활성도가 낮기 때문인데, 조각과실로 제작 후 5℃에서 저장 했을 때 최대 15일까지 갈변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리 잘라놓아도 언제든지 신선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컵 과일, 후식용 간식으로 적합한 품종이다.

지난해 경매사, 전문지 기자를 대상으로 품종 평가를 한 결과 모양, 당도, 색깔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신고’ 가격을 100이라 했을 때 ‘설원’은 105.3 수준으로 평가될 만큼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내부 품질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검은별무늬병 저항성 ‘그린시스’

동·서양 조화 이루는 교잡종

그린시스는 동양과 서양 배를 교배해 만들었다. 전염병에 강하고 튼튼한 특징이 있다. ⓒ농촌진흥청

동양배에 서양배가 종간교잡된 최초의 품종으로 9월 중순에서 하순까지 수확할 수 있다. 동양배의 아삭한 식감과 서양배의 검은별무늬병 저항성 특징을 모두 가지는 ‘그린시스’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환영받고 있다.

평균과중은 470g 내외로 혼자 먹기에도 부담이 없으며, 12.4브릭스의 높은 당도와 낮은 산미가 어우러진 풍부한 과즙은 달콤한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상온 저장력이 50일 이상으로 장기 유통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울산, 아산에서는 약 20㏊의 수출단지가 조성됐는데, 실제로 연간 15회에 달하는 검은별무늬병 방제 횟수를 5회 미만으로 줄여도 검은별무늬병 피해가 없는 것이 확인했다. 또한 ‘신고’ 대비 만개기가 일주일 이상 늦기 때문에 저온 피해 발생기간을 회피 가능하기 때문에 매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한 품종이다.

오래도록 변함없는 배 ‘만황’

묵혀야 달아지는 대기만성 배

만황은 오래 저장할수록 단맛이 살아나는 품종이다. ⓒ농촌진흥청

‘만황’은 미국이나 유럽 등 원거리에 수출할 수 있는 장기저장용 품종 육성을 목표로‘만삼길’에 ‘추황배’를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과중 560g, 당도 14.0 브릭스로, 나주 기준 10월 하순에 수확 가능한 만생종이다. 수확 직후의 ‘만황’은 신맛과 약한 떫은맛이 있어 선호도가 다소 낮을 수는 있으나 저장기간이 길어질수록 신맛과 떫은맛이 감소하고, 당도는 상승하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저장 후에 진가가 드러나는 품종이다.

저온저장을 할 경우 이듬해 5~6월까지도 새콤달콤하고 아삭한 배를 출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저장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생산자는 배 반입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1~2월에 블루오션을 노려볼 수 있다. 소비자 또한 기존 저장배 시장을 점유했던 ‘신고’에서 벗어나 더 많은 배 품종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는 국내를 넘어 세계인들의 식탁까지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배는 ‘신고’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매우 좁다. 명절 등 특수시기에만 배 소비가 증가하면서 농가들 또한 신품종 보다는 안전한 ‘신고’를 계속해서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된 신품종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얻기 위해서는 신품종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농가들의 결단력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글=정해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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