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스트레스도 측정한다고? 디지털 농업의 핵심은 ‘표현체 기술’!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69]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발맞춰 농업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들어섰다. 농업도 사람의 노동·경험 중심에서 자동화·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농업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미국 등 농업 선진국은 데이터 생산과 활용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디지털 농업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디지털 농업의 핵심은 작물의 재배환경, 유전형, 표현형 등에 대한 빅데이터 수집과 활용이다. 토양 성분과 온도 및 습도, 광량 같은 작물의 재배 환경 데이터와 콩 등의 작물 유전체 데이터는 센서와 전자장비, 그리고 차세대 DNA 염기서열 해독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용되고 있다.

반면 벼, 콩, 밀 등 농작물의 키, 색깔, 수확량, 맛, 각종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과 가뭄에 견디는 특성 등 표현형 데이터의 생산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효율이 낮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표현체(Phenomics)’ 기술이 나와 발전하고 있다.

인체를 들여다보는 X-ray가 있듯,

농작물에도 ‘표현체 기술’이 있다!

표현체 기술을 활용해 작물과 사람을 분석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국립농업과학원

표현체 기술은 가시광(Red-Green-Blue, RGB), 근적외선(Near Infrared, NIR), 적외선(Infrared, IR) 카메라 등 여러 가지 영상 장비로 농작물의 이미지를 빠르게 얻는다.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상정보를 디지털화(수치화)해 작물의 키, 색깔, 면적 등 표현형 데이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우수한 계통 선발, 스트레스 양적 평가, 식물 병 진단, 유전자 기능 분석 등에 사용된다. 표현체 연구 과정은 X-ray, CT, MRI 등 여러 가지 영상 장비를 활용해서 데이터를 획득하고 분석하듯, 사람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과 비슷하다.

표현체 연구 인프라는 전 세계적으로 30개국, 60개소 이상이 운영한다. 벨기에 CropDesign사를 비롯해 독일의 LemnaT.ec사, 체코의 PSI사를 중심으로 표현체 연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디. 몬산토와 같은 다국적기업은 표현체 분석 시스템을 차세대 분자육종 시스템으로 활용해 내재해성 품종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립농업과학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원자력연구원 (KAERI) 등이 설비를 완료해 기관 특성에 맞게 작물 생육 특성을 분석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주)한국과기산업은 국내 기술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2017년 10월, 작물표현체연구동을 설립했다. ⓒ국립농업과학원

국립농업과학원은 콩, 벼 등의 작물 표현체 연구를 위해 2017년 10월 ‘작물표현체연구동’을 준공했다. 영상대량분석실, 정밀영상, 측정실, 스마트 온실로 구성됐으며, 온도, 습도, 광량 등 환경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 가시광, 근적외선, 형광 등 6종의 카메라 센서를 이용해 하루에 최대 1012개체를 매년 150만 장, 457.B(테라바이트) 용량의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연구시설이다. 준공 이후 벼, 콩 등의 유묘기 생육 특성 분석, 가뭄 저항성 형질 구분을 위한 정량적 특성 분석, 이미지 이용 종자 특성 분석, 식물병 특성 분석 등의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표현체 영상 분석 절차는 작물을 재배하면서 RGB, NIR, IR 등의 이미지 센서를 이용해 생육에 관한 이미지를 획득한다. 면적(area), 식물체 높이(object extent Y), 식물체 폭(object extent X) 같은 1차 지표와 볼록선체 면적(convexhull area), 밀집도 (com pactness), Y축의 무게 중심(center of massY), 이심률(eccentricity) 같은 2차 지표를 추출한다.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벼 생육에 관한 다양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추출한 데이터를 측정 시간에 따라 통합 분석한 후 그래프 등 시각화를 통해 작물의 생육 특성을 최종적으로 분석한다. 유전자공학과에서는 이러한 영상 분석 기술을 이용해 벼 품종간 교배 후, 대 집단에서 어린 모 시기(파종 후 2, 4주) 생장량을 측정하고 생장 관련 유전자 위치(1, 4. 12번영색체)를 파악함으로써 표현체를 이용한 유전자 탐색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가뭄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작물의 가뭄 저항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것처럼, 기존의 방법으로는 작물이 가뭄에 견디는 가뭄 저항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웠다.

유전자공학과에서는 표현체 기술을 이용해 가뭄 스트레스 과정 중에 시계열적으로 식물체들의 RGB, IR, NIR 영상을 획득하고 이를 분석해 정량적으로 가뭄 저항성을 분석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 방법으로 가뭄 저항성 계통과 가뭄 감수성 계통 간 가뭄 처리 후 회복과정에서의 생장량, 식물체 온도, 식 물체 수분 함량의 차이를 측정해 시각화할 수 있다.

표현체 기술을 이용해 정량적으로 작물의 가뭄 저항성을 분석할 수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벼, 콩, 밀, 보리 등 곡물 종자의 크기, 형태와 색상은 수확량과 품질 등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특성이다. 그러나 종자의 특성을 기존 방법으로 측정하는 것은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든다.

유전자공학과는 많은 종자를 영상으로 촬영한 후, 개별 종자 영상을 분리해 종자별로 면적, 길이, 폭, 두께, 둘레길이, 둥근 정도 등 8개의 형태적인 데이터와 색상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종자 특성 관련 유전자 탐색 연구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 연구 과정에서 개발된 분석 프로그램은 대학, 연구소, 기업 등 다양한 기관에 기술을 이전해 종자 연구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디지털 혁신 가속하는 표현체 기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는?

우리나라도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를 중심으로 식물 표현체 연구 기반 시설을 만들고, 식물의 생육 특성, 가뭄 저항성, 종자 특성, 병 저항성 측정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식물 표현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식물 표현체 연구 기반 시설을 만들고, 표현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첫째, 표현체 장비를 구동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표현체의 핵심 장비들인 컨베이어 시스템, 이미지 센서, 시스템 운영 프로그램과 영상분석 프로그램은 수입 의존도가 높다. 우리나라 제조업과 IT 기술도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재정적·인적 투자를 한다면, 국내 기술로도 표현체 장비, 소프트웨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식물체 영상에서 잎, 줄기, 열매 등을 구분해 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는 농작물의 수확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특성들인 잎 크기, 잎 수, 열매 수 등을 표현체 기술로 측정할 수 없다.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면, 정확하게 구분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추분광을 이용한 표현체 기술 개발, 노지에서의 표현체 기술 개발 등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앞으로 표현체 기술은 식량 위기에 대비해 농작물의 수확량을 늘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해 고온과 가뭄에 대한 작물의 저항성을 증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맛, 품질과 기능을 향상하는 연구에 활발히 이용해 농업연구와 농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리라 기대한다.


글=지현소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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