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좋아졌네!”…잡초도 인공지능이 뽑는 시대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50]

오늘날 전통산업과 ICT 기술 사이 융복합 추세는 제조업이나 첨단산업뿐 아니라 대표적 1차 산업인 농·축산업까지 범위를 넓혀간다. 이는 농민 경험에 의존하는 기존 영농 방식에서 데이터에 따른 논리적 의사결정 구조를 반영한 스마트 농업 시스템으로 변혁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첨단 기술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농업 가치사슬 모든 단계에 적용 가능한 혁신적 기술로 부각하고 있다. 이미 많은 농업 선진국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농업생산 기술을 단순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농산업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농업 서비스 제품을 속속히 내놓고 있다.

이에 국내외에서 추진하는 농업 AI 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농업 미래상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인공지능과 농업용 로봇

잡초 제거 로봇(왼쪽)과 AI 잡초 영상인식 기술(오른쪽). 지능형 농작업 로봇 ‘팜봇’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잡초에만 제초제를 극소량 살포한다. ⓒ농촌진흥청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과거 자동화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농작업조차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대표적 사례가 잡초방제 작업이다. 농업인에게 잡초 문제는 작물 생산량과 품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표 애로사항이다. 대규모 노지에서 잡초를 일일이 구분해 제거하는 작업은 필요 이상의 많은 노동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번거로운 작업이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팜봇’(FarmBot)은 사람 대신 밤낮으로 필드를 자율주행하며 잡초를 제거하는 지능형 농작업 로봇이다. 이 로봇은 인공지능 인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잡초와 작물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잡초에만 제초제를 극소량 살포해 토양 오염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작물 생산량을 증가하는 데 기여한다.

이와 유사한 영상인식 기술은 수확용 로봇에도 적용된다. 스페인 ‘아그로봇’(AGROBOT)이 출시한 딸기 수확용 로봇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광학 인증 기술이 사용됐다. 지금까지는 딸기를 수확할 때 눈으로 하나씩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를 확인하면서 따야 했지만 이 로봇은 탑재된 인공지능 광학 인증 기술을 통해 모든 각도에서 딸기 사진을 찍은 다음 로봇이 익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수확 적기의 딸기만 잘라내고 크기별로 분류해 상자에 담는 작업까지 로봇이 수행한다.

인공지능과 작물 재배

AI 영상 생육 분석(왼쪽)과 ‘팜로그스’ 영농 플랫폼(오른쪽). 인공위성 등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는 원격탐사 기술은 작물 생육 모니터링에 널리 사용된다. ⓒ팜로그스

농업은 일조량이나 강수량, 갑작스러운 병해 등 자연환경에 크게 좌우하는 산업이다. 농작물 생육상태를 관찰하고 조기에 평가하는 기술 확립은 안정적 생산성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 그중 원격탐사(Remote Sensing) 기술은 인공위성이나 항공기,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는 기술로 작물 생육 모니터링에 널리 사용된다.

최근엔 위성이 수집하는 대용량 고해상도 영상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작물과 토양 상태를 평가해 수치화, 시각화하기도 한다. 이는 농장주가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 농장경영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시간 경과에 따른 작물 성장 패턴 분석과 함께 작물 재배 단계와 현시점 발육상태 등을 기반으로 작물 성장이 최적화될 수 있는 환경 조건을 도출하고 잠재적 예측 수량을 제시하는 데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팜로그스’(FarmLogs)는 위성 사진과 기상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물 건강 상태와 생육 상황, 토양 영양 상태, 예측 수확량 의 다양한 농업 정보를 IoT 디바이스 등을 통해 농가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 서비스 플랫폼은 미국 농가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이용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공지능과 소비·유통

2021년 6월 30일 aT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농산물 물류 효율화를 위해 AI 물류 스타트업 ㈜센디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체결후 기념 촬영하고 있는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오른쪽)과 염상준 ㈜센디 대표. ⓒaT

최근 인공지능 기술은 농산물 생산 과정에만 국한되지 않고 유통, 소비 등 농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공산품보다 짧은 유통기한을 가지는 대다수 농산물은 단기간 내에 유통, 소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빠르게 감소할 위험이 큰 소비재다. 따라서 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일련의 면밀한 공급-수요 체계 확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농산물 유통, 소비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돕는 일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유통 과정에서 공급과 소비자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해 농산물 생산과 유통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예측 수요량 정보를 토대로 정책적으로 생산 단계 조기에 수급을 조절하거나 각 수요처에 당일 필요한 물량, 즉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물량만큼만 진열되도록 유통망을 정밀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버려지는 신선 농산물을 최소화하고 소비자가 재고 부족으로 농산물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소비자 만족도와 농가 이윤을 동시에 최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인공지능과 우리나라 농업

2021년 3월 16일 디지털 농업을 조기에 농업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한 10대 핵심 추진과제를 박병홍 당시 농촌진흥청장이 발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2021년 3월 농촌진흥청은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농업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oT 기반 농업 플랫폼 구축과 서비스 개발을 큰 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농업 데이터 및 운영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게 주요 과제다. 최신 ICT 기술을 활용해 작황이나 재해, 기상 등을 예측하고 재배와 생산, 유통, 소비 전 분야를 IT 시스템화하겠단 계획도 있다.

농업은 나라별, 지역별로 고유한 형태와 특성을 지니므로 외국 우수 기술이나 제품이라고 해서 그 자체가 우리나라 농업 현장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도출하리라고 장담하기가 어렵다. 이는 곧 우리 여건에 최적화된 독자적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헤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농업 기술 수준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대규모 인적, 경제적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양질의 개발 인력을 요구하는 인공지능 특성상 농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 개발 인력 확보와 유지는 핵심 경쟁력과 직결된다. 기존 농업 전공자에게 ICT 개발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인공지능 전공자에게 농업 관련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ICT 융복합 인재를 중장기적으로 양성하는 방안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글=상완규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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