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온실 기록 보유한 한국…온실을 알면 미래농업이 보인다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15]

우리나라 농업의 핵심 분야는 바로 온실이다. 농업 생산액 중 약 11%를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원예작물들이 온실 속에서 사시사철 생산된다. 온실 전체 면적은 약 5만2000㏊로, 그 중 99% 이상이 비닐온실이다. 온실은 구조에 따라 단동형과 연동형으로 나뉘고, 형태나 쓰임새에 따라 광폭형 온실, 비가림·해가림 시설 등으로 나뉜다.

세계 각국은 지금 시설원예산업의 첨단화·확대를 전략으로 세워놓고 미래농업을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팜 혁신 밸리 등을 통해 청년농업인을 육성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한국형 스마트 팜 운영기술 노하우를 많은 젊은 농부에게 전수해 준다면 앞으로 시설원예산업의 중심으로 우뚝 설 것이다.

세계 최초로 온실을 기록한 우리나라

온실은 한겨울에도 푸른 채소를 먹고자 했던 인류의 욕망이 만든 발명품이다. 구상과 원리는 기원전부터 시작되었다. 기록 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온실은 17세기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온실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01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의 온실을 기록한 책’이 발견되었다.

세종임금의 어의였던 전순의는 겨울에 채소를 키우는데 필요한 온실의 건축법을 기록한 ‘산가요록(1453)’에 온실건축공법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조선의 온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산가요록’에 등장하는 온실은 태양광을 활용하면서도 주거문화에 쓰였던 온돌을 영농시설과 접목한 창의적인 구조물이다. 난로를 놓아 온도를 높였던 유럽의 온실보다 온돌을 활용한 조선의 온실공법이 더 앞선 기술로 평가된다.

산가요록 표지. 사진 제공: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산가요록(山家要錄)

· 1400년대 조선 초기의 식생활을 엿본 수 있는 생활서적으로 한민족의 온실에 대한 과학적 공법을 세계에 알림

· 작물·원예·축산·양잠·식품 등의 내용을 총망라하여 저술하였음

· ‘겨울철 채소 기르기(冬節養菜)편’에 토우(土宇)를 만드는 법을 기록하고 있는데, 토우가 바로 온실임

조선시대 온실공법을 토대로 복원한 온실 모습. ⓒ경기도 남양주시

기록 속의 온실을 구현하는 과정

① 원하는 크기의 온실을 만든 뒤, 사면을 막고 남쪽면 전면에 살창을 만들고 기름종이를 바른다

② 연기가 새지 않도록 온돌을 놓은 뒤 한 자 반 정도(약 50㎝)의 높이로 흙을 쌓고 씨를 심는다

③ 저녁마다 솥에 불을 때서 솥의 수증기로 방을 훈훈하게 만들어 습기를 보충한다

④ 담밖에 솥을 걸고 둥글고 긴 통으로 방과 연결한다.

비극적인 역사가 녹아있는 창경궁의 대온실

우리나라의 최초 서양식 온실은 1909년에 철골과 목재, 유리가 혼합된 건축물의 형태인 창경궁이다. 일본인이 설계하고 프랑스의 건설업체가 시공한 창경궁은 창경원의 식물원으로 명명되었다.

일제는 조선왕실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위해 왕이 머물던 궁궐 창경궁에 식물원과 동물원을 조성하였고, 창경궁을 창경원이라 낮춰 부르며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이후 1970년대까지 놀이공원으로 이용되었다. 1986년 동물원을 이전하고서야 창경궁은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2007년에는 대형 유리온실로 돼 있던 식물원을 개조해 대온실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시민에게 공개했다.

사진으로 보는 창경궁의 역사

창경원의 동물원

ⓒ문화재청

놀이공원이 된 창경원

ⓒ문화재청

새로 개방한 대온실 외관

ⓒ문화재청

대온실 내부

ⓒ문화재청

온실에도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있다고?

집은 가족 숫자나 연령대 등에 따라 구조가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온실도 재배 식물의 생육 특성과 규모 등과의 적합성에 따라 다양하게 지어진다. 온실의 구조형식에 따라서 단동형(單棟形) 하우스와 연동형(連棟形) 하우스로 나누어진다.

단동형 하우스(왼쪽 사진)와 연동형 하우스. 사진 제공: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아치형의 지붕이 하나인 단동형 하우스는 소규모 농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비닐온실 농가의 약 85%가 단동형으로 약 4만4000㏊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집에서 생활하기 위해 온돌바닥과 에어컨이 필요하듯이 온실에 작물 재배를 위한 냉난방시설이 필요하다. 단동온실은 설비비용이 저렴하고 2중, 3중 아치구조로 보온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남부지방에서 겨울에 난방을 하지 않고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붕을 두 개 이상 연결해서 붙인 모양의 연동형 하우스는 대규모 온실재배단지에 유리하다. 단동형에 비해 높고 넓어서 통풍이 잘 되는 등 환경이 쾌적하며 기계화 농사에 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병충해가 발생하면 동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단점을 갖는다. 연동온실의 난방을 위해서 히트펌프, 온수난방기, 온풍난방기 등을 사용하여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냉방은 히트펌프, 포그, 팬앤패드 시스템 등으로 하고 있다.

광폭형 하우스(왼쪽 사진)와 4분의 3형 하우스. 사진 제공: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온실 형태에 따라서는 광폭형, 4분의 3형, 외지붕형 등 다양하다. 한 형태의 온실이 있다. 광폭형 온실은 토지이용 효율, 관리 용이성을 고려하여 단동형에서 폭을 넓힌 구조이다. 3/4형은 온실은 남쪽 지붕을 길게 설계한 쓰리 쿼터(three quarter)형 하우스로 채광에 유리하며 동서 방향으로 설치하는 온실이다.

유럽 채소 값은 스페인 날씨가 좌지우지?

스페인은 유럽의 식탁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채소 수출 국가다. 바로 경쟁력을 갖춘 대규모의 온실 단지 때문이다. 대규모 단지에서 신선채소를 재배하며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스페인의 온실 면적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약 5만2000㏊에 불과하지만, 유럽 전역으로 오이, 애호박, 토마토, 상추, 피망, 가지 등을 수출하고 있다(2017, The Euro Journal).

스페인의 대규모 시설원예 단지인 알메리아(Almeria). 스페인 온실의 절반 정도인 2만6000㏊에 달한다. 주요 재배 품목은 오이, 고추, 토마토. ⓒ www.amusingplanet.com

스페인 온실 면적은 1990년대 후반 2만6000㏊였으나 10년 사이 2배 이상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2015년 약 5만2000㏊(99%가 비닐온실)까지 확장되었다(2000, B.von Elsner et al; 2012, Murat Kacira).

이탈리아의 라티나 단지, 포르투갈의 파트로, 에스텔라 단지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대규모의 온실단지를 조성되어 있다.

온실은 미래농업을 여는 ‘열쇠’

우리나라의 온실은 지난 50여 년 사이에 생산규모와 설비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으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시설재배 농가 중 자동화 비닐온실 농가는 10%에 불과하므로, 향후 대규모 자동화 농가의 증가가 예상된다(2020, 통계청).

향후 시설원예농가는 대단위 단지농업형태로 발전, 농가(혹은 조합 등의 경영체) 당 경영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높은 경영비, 시장개방, 인력부족 및 고령화, 도농 간의 소득격차 등 농산업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온실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력 절감, 생산 효율 증진 등 다각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비닐온실을 낙후된 시설로 보는 국민의 인식개선도 필수적이다. 온실 산업을 밑거름으로 농업 선진국 도약을 고민할 때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 농업을 지키는 방안으로 온실 시스템의 수출을 모색할 시점이다.

밀양식 광폭형단동하우스. 사진 제공: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이를 위해 단지화에 적합한 규격화된 온실 시스템 기술 개발 필요하다. 최근 몽골과 우즈베키스탄은 식량자립을 위해 우리나라의 온실 시스템을 수입하는 등 국외에서 온실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대단위 단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구조적으로 안전하고 온실 환경 조절에 최적화된 형식의 온실 시스템 개발 등에 연구개발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도 적극적인 투자 및 경영효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시설원예 선진국으로 충분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최근 청년 유입 촉진과 ICT가 결합된 기술혁신 스마트농업 구현을 위해 2022년까지 전국 4개 지역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구축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최첨단 임대 아파트 단지를 마련한 셈인데 시설 자체와 운영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온실은 우리가 사시사철 먹고 보는 채소, 과일, 꽃들이 사는 집이다. 사람이 사는 집처럼 안락하면서 동선이 편하고, 냉난방 에너지가 적게 들면서도 건축비도 저렴한 그런 온실을 지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조선시대 세종대왕 시절 세계 최초의 과학적인 온실의 역사를 가진 우리가 더욱 긍지를 갖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시설원예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최만권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도움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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