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한식의 미래 : 연남동 우주옥 [이용재의 식당 탐구 -3]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한국 식문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비평가입니다. 식재료, 조리도구, 조리 문화, 음식과 관련한 문화 콘텐츠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앞으로 이용재 평론가가 격주로 더농부에 ‘식당과 음식 이야기’를 펼칩니다. 맛있는 한 끼에서 그가 얻은 통찰을 함께 나눠 보실까요?


서울 연남동 우주옥 전경. 평양냉면이 유명하지만 식사보다는 반주집 성격이 강하다. ⓒ이용재

우주옥은 수비드(저온 조리)를 해 얇게 저민, 인상적인 고기 고명을 얹은 평양냉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곳의 본질은 메뉴판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과 같이 ‘식사 위주의 식당이기보다 술을 곁들이는 반주집’이다. 냉면 외의, 안줏거리인 요리가 주를 이루고 있고 주류 1인 1주문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요리부터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특유의 부드러움이 인상적인 내장무침. ⓒ이용재

일단 내장 무침은 웬만한 한식 식당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이 인상적이다. 내장은 부위를 막론하고 소화기관, 즉 많이 움직이는 장기이므로 태생적으로 질기다. 따라서 이를 편하게 먹으려면 성질이 완전히 죽을 정도로 오래 삶아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매우 드물다. 대체로 구워 질긴 걸 ‘쫄깃하다’며 억지로 씹어 삼키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우주옥에서 만큼은 다르다. 이곳의 어떤 메뉴보다도 여느 음식점, 특히 한식당과는 다르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야들야들하게 보여준다.

그런 질감에 비해 맛의 조합은 조금 아쉽다. 매콤함이 푸짐하게 느껴지는 고추기름으로 맛을 냈는데 일단 메뉴 전체, 반찬까지 통틀어 보았을 때 유일하게 매운맛의 음식이다 보니 균형이 잘 맞는다는 인상은 주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일부러 완전히 배제한 듯한 단맛의 부재가 살짝 경직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론적으로는 훌륭한 짝이지만 뻣뻣한 부추도 같은 느낌이다.

어복쟁반 속 고기는 충분히 부드럽고 얇아서 입에 착착 감긴다. ⓒ이용재

딱 2인이 즐겁게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 적은 양으로도 내는 어복쟁반은 어쩌면 냉면보다 우주옥의 대표 메뉴라고 볼 수 있다. 냄비에 향이 그윽한 쑥갓을 깔고 그 위에 소 사태살 등을 얇게 저며 얹었다. 많은 소위 ‘노포’의 쟁반이 이미 너무 익어 뻣뻣한 수육이나 편육을 국물에 담가 익혀 한 번 더 죽이는 듯한 결과를 낳다.

하지만 우주옥의 고기는 충분히 부드럽고 또 충분히 얇아 입에 착착 감긴다. 국물이 끓으면 숨이 죽는 쑥갓을 싸서 먹으면 마치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한식의 맛을 새롭게 발견한 양 즐거워진다. 삼겹살을 저온 조리한 것으로 보이는 수육 또한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는 한편, 차게 내 매끄럽고 고소한 비계와 살짝 이에 저항하는 껍질의 대조가 능수능란하다.

우주옥 빈대떡 ⓒ이용재

물론 모든 메뉴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우주옥의 메뉴 대부분이 적어도 개념적으로라도 납득할 수 있는 가운데 빈대떡만은 예외였다. 크게 의식하지 않지만 사실 우리가 좋아하는 빈대떡, 크게 보아 전은 사실 튀김에 더 가깝다. 자작하다고 보기에는 많은 양의 기름에 반죽을 떨궈 바삭하고도 노릇하게 지져낸다.

우주옥의 빈대떡은 이러한 관습에서 일부러 거리를 두고자 의도한 듯 기름을 적게 써서 굽듯 익는데, 일단 바삭하지 않을 뿐더러 노릇하게 지져내기도 그렇게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두툼한 돼지 항정살을 반죽에 넣어 익혀 뻣뻣하게 익혀 낸다. 앞서 살펴본 요리들에서 고기가 얼마나 적절하게, 즉 한식의 기준보다 훨씬 부드럽게 익어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결정이다.

우주옥에는 소금으로 간을 한 ‘청’과 간장으로 간을 한 ‘진’이 있다. ⓒ이용재

우주옥에는 세 종류의 냉면이 있다. 물냉면으로는 소금으로 간을 한 ‘청’과 간장으로 간을 한 ‘진’이, 그리고 비빔냉면이 있다. 물냉면 국물의 맛의 차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아무래도 소금의 ‘청’보다 간장의 ‘진’이 두텁고 감칠맛이 좀 더 두드러진다. 그런데 둘 다 맛을 보고 나면 궁금해진다. 굳이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을까?

‘청’과 ‘진’에 각각의 매력이 없지는 않지만 그만큼 단점도 드러난다. 한마디로 둘 다 이런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장되어 있다. 각각 감칠맛이 너무 안 두드러지거나 좀 많이 두드러진다. 그 결과 어느 한 쪽을 선택하더라도 아쉬움이 조금씩은 남기에 머릿속으로는 타협안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그냥 하나로 통일하고 소금과 간장을 둘 다 써 맛을 낼 수는 없는 걸까? 그럼 좌석이 많지 않지만 그만큼 인력도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 접객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주옥 백김치 ⓒ이용재

평양냉면에서도 가는 축에 속하는 면과 간장을 썼든 소금만 썼든 맑은 축에 속하는 국물,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냉면 전체를 아우르는 저온 조리 고기 고명에 아삭한 백김치 고명까지, 첫인상만 놓고 보자면 우주옥의 냉면은 백 점이다. 하지만 음식의 평가는 첫인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면이 국물 속에서 풀리고 젓가락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냉면은 빠르게 매력을 잃는다. 무엇보다 계절을 감안할 때 충분히 차갑지 않다. 뭐랄까, 덥고 습한 날씨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원칙을 지켰다는 인상을 풍긴다.

물론 온도의 조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가울 수록 맛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간부터 새롭게 조정해야 한다. 그 모든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계절이 이렇다면 먹는 사람으로서는 땀이 쏙 들어갈 정도로 시원한 냉면을 본능적으로 찾게 된다. 미지근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주옥의 냉면은 날씨에 맞서 생기를 오롯이 지키기에는 충분히 차갑지 않았다.

한편 들기름과 두부를 갈아 만든 양념장을 듬뿍 쓴 비빔냉면은 좀 세다 싶은 간이 매력적이었지만 확실히 무거웠다. 만약 다르기 위한 다름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면 들기름과 두부, 두 가지를 모두 쓸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우주옥에서는 드라이한 술을 갖췄다. ⓒ이용재

주류 의무 방침이 있기에 음식과 술의 짝짓기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음식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우주옥은 한식에 팽배한 단맛을 의식적으로 그리고 단호하게 배제한다. 그래서 술도 소위 ‘드라이’한 것들로 갖췄다.

송명섭 막걸리와 토끼 소주, 그리고 맥주를 마셔 보았는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화이트 혹은 스파클링 와인 생각이 계속 났다. 깔끔하게 덜어내주는 신맛이, 그리고 확실하게 씻어내주는 수분이 절실했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가볍지 않은 가운데 술도 도수가 높고 걸쭉하다 보니 서로의 단점을 덜어주지 못하고 주도권 싸움을 벌인다. 이론적으로는 신맛을 백김치에서 얻어야 하겠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요즘의 한국 김치가 그렇듯 음식의 무거움을 덜어줄 만큼 새콤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맥주는? 스텔라 아르투아는 드라이하기도 하지만 일단 충분히 차갑지 않아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개념만 놓고 보았을 때 우주옥은 아주 매력적인 음식점이다. 한식의 많은 타성을 떨쳐내고 싶어 한다는 의지를 음식에서 확고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의지가 지나치게 확고하게 담겨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음식도 만드는 이의 정치, 사회, 문화를 비롯한 온갖 분야를 향한 고민과 의지 등을 담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이 그런 것들의 표출을 위한 수단이 되기를 지나치게 원한다면 먹는 재미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한식의 미래는 이미 고민한 만큼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으니,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좋지 않을까?

오늘 탐구해 본 식당

1. 우주옥

0507-1363-4812

서울 마포구 동교로50길11 B02

<가격>

내장 1만7000원

우설 2만5000원

녹두전 1만8000원

제육 1만8000원

어복쟁반 3만3000원/6만3000원

냉면(청, 진) 1만4000원

비빔냉면 1만3000원

송명섭 막걸리 1만2000원

맥주 7000원


글·사진=이용재(음식평론가·번역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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