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 달콤, 쌉쌀! 카멜레온 매력 가진 산수유, 발효차·엑기스로 알리는 구례 농부 <이은자 선명농원 대표>

이은자 선명농원 대표가 산수유 열매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더농부

전라남도 구례의 봄은 노오란 산수유 꽃으로 흐드러진다. 3월 중순 지리산 서쪽 자락 산동면에는 노란색의 향연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이 런 풍광을 두고 있는 덕에 매년 산수유꽃축제가 열리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봄볕과 뜨거운 열기와 장마를 고스란히 이겨낸 지리산에 이제는 선듯한 늦가을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무렵 산동면에는 단풍과 함께 붉은 산수유 열매가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이렇듯 구례 사람들에게 산수유는 관광 자원이면서 소득원이기도 하다. 이은자 선명농원 대표(67)는 산수유 특산지인 산동면에서 태어나 평생을 산수유와 함께 하고 있는 여성 농기업인이다. 산수유 가공 여성 1세대인 이 대표의 새콤달콤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산수유가 한창 익어가던 10월 말, 지리산 깊은 골로 차를 몰았다.

산동에서 태어나 산수유와 함께한 평생

친환경 농법으로 건강하게 재배해요

이 대표가 가을 햇살 아래 산수유를 고르고 있다. ⓒ선명농원

“산동은 다 산수유로 먹고 살아요. 60 넘도록 산수유와 같이 살았제.”

취재팀을 맞은 이 대표는 볕이 잘 드는 한옥 거실로 안내했다. 언제부터 산수유를 키웠냐는 질문에 그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려서 용돈이 어딨어요. 저녁마다 산수유를 까면서 용돈을 벌었죠. 열매를 따면 1주일 정도 말리고 씨를 뺀 다음 또 며칠 말려 약재상에 넘겨요. 매달 2, 7일마다 산동장이 열리는데 11월 중순쯤 되려나…. 그쯤 되면 전국 약재상들이 산동으로 모이죠. 산동에서 태어나서 시집도 산동으로 왔네요.”

수확을 앞둔 산수유 열매가 붉은 색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더농부

선명농원은 약 1만㎡(약 3000평) 규모 농장에서 산수유나무 150그루를 키운다. 이 대표는 “묘목을 심으면 10년은 돼야 쓸 만한 열매가 나온다”며 “흑염소를 활용한 친환경 농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수유나무와 흑염소라니 언뜻 들어선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에디터를 본 이 대표는 직접 보자며 산수유밭으로 이끌었다. 농원 초입 한편에 흑염소 우리로 들어가니 흑염소 20여마리가 신기한 듯 낯선 이방인을 쳐다봤다.

“흑염소 우리 안에 건초를 넣어두면 똥과 잘 섞여서 좋은 거름이 돼요. 하루에 한두 번 풀어놓으면 나무 근처에서 풀도 뜯고요. 이 퇴비를 모아 나무 밑동에 두면 영양소도 공급해 주고 나무 온습도도 조절해 주고 이불 같은 역할을 한답니다. 나무 근처 풀도 예초기로 베고 방제도 친환경 약품으로만 하고 있어요.”

선명농원에선 흑염소를 활용한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더농부

선명농원에선 자체 생산한 산수유 이외에 구례지역 나이드신 노령 어르신들이 기른 산수유를 대신 따거나 수매하는 방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공헌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0년 7월 여름철 갈증 해소와 기운을 돋우는 약용작물로 산수유와 오미자를 추천했다. 산수유 속 여러 유효 성분들이 남성과 여성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농진청은 2022년 8월 시기별로 수확한 산수유의 ‘항비만 활성’과 ‘기능 성분 함량’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10~12월에 수확하는 산수유 열매보다 수확 시기를 앞당겨 9월에 수확한 열매에서 지방 생성을 억제하는 항비만 활성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저런 장점 덕에 한 건강기능식품 업체는 “남자에게 참 좋은데…”라는 산수유 관련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축제서 봉사하다 사업 가능성 확인

새콤달콤 발효차, 엑기스로 인기

봄의 산동엔 산수유꽃이 흐드러진다. 관광객들은 홀리듯 모여든다. ⓒ뉴시스

산수유 생산뿐만 아니라 지역 여성단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 대표는 1999년 시작한 산수유꽃축제 현장 자원봉사에도 참여했다. 지역축제에선 관광객에게 믹스커피나 녹차 티백을 제공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구례에선 말린 산수유에 설탕을 넣고 끓인 차를 대접했다. 맛있다는 관광객들의 목소리를 확인했다.

사업 가능성을 엿본 이 대표는 2007년 전라남도와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지원으로 산수유 가공 공장을 세웠다. 그렇게 이 대표는 구례 최초의 여성 산수유 기업인이 됐다.

산수유 발효차는 따뜻하게 마시면 새콤 쌉쌀한 맛이 매력적이다. ⓒ더농부

선명농원 대표상품은 산수유 발효차와 산수유 엑기스다. 산수유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취재팀에게 이 대표는 발효차 유리잔에 담아 내놓았다. “발효차는 따뜻하게 드시는 걸 추천해요.” 컵에 담긴 발효차는 약간 어두운 분홍색을 띠었다.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느낌이었다.

한 모금 마시자 새콤 쌉쌀한 맛이 입안을 감쌌다. 오미자에 쌉쌀한 느낌을 더해 식후에 마시면 입안을 정리해 줄 듯한 맛이었다. 이 대표는 “산수유 추출액, 엑기스뿐만 아니라 대추와 당귀를 넣어 건강한 음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어르신들이 직접 찾거나 부모님 선물로 인기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산수유엑기스는 시럽이나 청에 가깝다. 새콤달콤한 크랜베리시럽 같은 맛이다. ⓒ더농부

산수유엑기스에 대해 묻자 이 대표가 가공공장으로 안내했다. 발효조에서 익어가는 엑기스는 발효차보다 더욱 밝고 산뜻한 느낌이었다. 취재에 동석한 정지숙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이학박사)은 “구례 내 산수유 가공 공장이 여럿 있지만 이렇게 좋은 색감을 내는 곳은 선명농원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발효조에 있던 산수유엑기스를 약간 따라 건넸다. 엑기스라는 이름이 다소 예스러웠으나 맛은 예상을 깼다. 산수유청이나 시럽에 가까운 느낌이다. 찬물에 섞으니 로제 와인 같은 색감을 냈다. 발효차가 새콤 쌉쌀이라면 엑기스는 새콤 달콤이었다. 농진청이 여름철 갈증 해소 식재료로 산수유를 정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엑기스는 크랜베리 시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보드카와 섞고 탄산수를 부으면 맛있는 칵테일이 나오겠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소주에 타서 드시는 분들도 있다”며 웃었다.

“엑기스는 우유나 요거트에 넣으면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생크림에 넣으면 맛도 좋아지고 물성을 유지하는 역할도 해주죠. 고기에 넣으면 연육 효과도 되고요. 빵에 찍어 먹어도 참 맛있답니다. 샐러드 드레싱이요? 왜 안 되겠어요.”

이 대표가 매장 앞에서 산수유엑기스를 자랑하고 있다. ⓒ더농부

이 대표는 지리산 온천마을 입구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소비자들에게 산수유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다. 백화점을 비롯한 팝업스토어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보니 이미 단골 고객이 넉넉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도 무사히 넘겼다고 했다. 그는 “제품 개발, 디자인에 구례군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이 컸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어느덧 칠순이 가까워진 나이지만 이 대표는 산수유 농부이자 여성 기업인으로서의 의지가 남달랐다. 지역 여성 기업인 1세대로서 등대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맛이 변하지 않게 꾸준히 이어가면서 제품 디자인을 보다 현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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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구례=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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