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자두, 살구, 매실은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과실로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껍질째 먹을 수 있어 껍질과 그 주변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여름철 더위에 지친 몸에 활력을 준다.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꽃, 자두꽃
자두는 우리나라에서 ‘오얏’이라고 불렸는데 지역에서 쓰이는 방언도 많다. 고야(충북, 강원), 놀(함북), 애아치(경남), 왜지(함남북, 평남북, 황해), 자도(전북), 추리(경북, 전북, 북한), 풍개(경남북), 깨끼(경북) 등 35종에 이른다. 자두꽃은 흰색 꽃잎 5장이 모여 피는데 중국 시경(詩經)에는 ‘꽃 중에 매화와 오얏이 가장 뛰어나다’는 시가 기록이 있다. 오얏꽃은 조선의 건국과 대한제국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자두는 세계적으로 30여 종이 분포하고 있으나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동양계와 유럽계 2종이다. 동양계(Prunus salicina)는 중국 양쯔강 유역이 원산지이며 주로 생과로 이용된다. 유럽계(Prunus domestica)는 코카서스산맥에서 유래됐는데 건과나 가공제품을 만드는데 쓰인다.
자두는 폴리페놀, 식이섬유, 비타민, 유기산이 풍부하다. 피로를 풀어주고 식욕을 돋우며 불면증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 A, C가 많아 야맹증과 피부미용에 좋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에 좋고, 철분 함유량도 많아 빈혈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건자두는 말리는 과정에서 비타민 A가 3배 이상 증가하는데 눈에 매우 좋고 풍부한 칼륨이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암세포와 종양의 생장을 억제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하여 심장 합병증 예방과 천식, 골절, 류마티스 관절염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쥐에게 자두를 섭취시킨 결과 골밀도가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보고되었으며, 현재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 적용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5000년 역사를 가진 과일, 살구
살구는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재배되고 있다. 재배 역사가 약 5000년 이상 된 매우 오래된 과일이다. 살구는 고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성경에 살구나무, 살구꽃, 살구 지팡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겨울을 지나 가장 먼저 피는 꽃인 까닭에 부활, 생명의 상징으로 쓰였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에는 ‘영산(靈山)에 복숭아, 오얏, 매화, 살구나무가 많다’는 기록이 있다.
살구는 학업성취와 의사 등 다양한 이미지로 묘사되기도 한다. 학문을 닦는 곳을 이르는 말인 ‘행단(杏亶)’은 공자가 은행나무 단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의원을 지칭하는 말인 ‘행림(杏林)’은 중국 삼국시대에 명성이 높았던 의사 ‘동봉(董奉)’이 살구나무숲(동선행림, 董仙杏林)을 가꿔 빈민구제를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살구 생산은 터키, 이란, 우즈베키스탄, 알제리, 이탈리아가 전 세계의 54%를 점유하고 있다. 강수량이 많고 추운 흑해 지역을 제외한 터키 전 지역이 살구가 재배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말라티야(Malatya)가 유명하며 상당 물량이 건조 형태로 수출된다.
살구의 최대 장점은 노란 과일 껍질에서 알 수 있듯이 비타민 A가 매우 풍부하다는 점이다. 토마토의 3배가량을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 A는 시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백내장 위험을 40%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마른 살구의 경우 비타민 A가 강화되고 엽산 함량도 높은데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파키스탄 혼자 주민들의 중요한 영양소 공급원으로 알려져 있다. 살구에 있는 베타카로틴과 리코핀은 활성도가 높아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준다. 또 식이섬유, 불포화지방산, 철분도 풍부해 기능성도 매우 우수하다.
식품 속에 포함된 영양소와 영양소의 건강학적 평가를 실시한 결과 블루베리와 함께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은 최고 과일이기도 하다.
맛도 좋고 보기도 좋고 몸에도 좋은 매실
꽃을 중심으로 할 때는 매화나무, 열매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때는 매실나무라 불리는 운치 있는 과일이다. 원산지는 중국 쓰촨성과 후베이성 산간지로 추정되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재배되었다. 중국 상나라의 수도였던 은허 유적에서 발견된 매실 종자를 분석한 결과 3000년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실이 등장하는 가장 오랜된 서적은 중국의 시경, 신농본초경이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유사에 일연이 아도화상을 찬양한 시에 처음 등장한다. 여기에는 꽃에 대한 기록만 있는데, 이를 토대로 당시에는 꽃을 볼 목적의 정원수로 사용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고려시대에 처음 약용으로 이용한 기록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매실의 품종, 관리 방법, 가공 방법 등이 체계화되었다. 조선 중기 이후 식품, 가공품 등 용도가 크게 확대되었다. 약제로 쓰인 매실의 생산지와 종류에 관한 세종실록지리지(1454)의 기록을 보면 당시에도 전라, 경상 일대가 주산지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매실을 차로 즐긴 내용도 있어 매실을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음이 짐작된다.
추운 날씨에 피는 매화는 은은한 향도 품고 있어 굳은 지조와 희망의 이미지로 인식돼 왔다. 매화와 관련된 수많은 문화예술 작품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고고한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사군자(梅蘭菊竹) 중 으뜸으로 여겨져 시와 그림의 단골 소재로 문인 묵객의 사랑을 받았다. 퇴계 이황은 100수가 넘는 매화시를 남긴 작가로 스스로 ‘참으로 매화를 아는 사람(眞知梅者)’이라고 부를 만큼 매화 사랑이 지극하였다.
매실은 살구, 자두와 달리 거의 생식하지 않고 설탕, 소금 등에 절여 먹는다. 미숙과에는 독성이 있어서 잘 익은 과일을 충분히 숙성시켜 이용한다.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터페노이드와 구연산 등의 유기산, 근육 강화성분인 스테로이드, 베타카로틴 등이 풍부하다. 칼슘도 사과의 4배, 포도의 2배, 멜론의 4배로 높아 구연산과 결합하여 소화를 돕고, 그 외 철, 마그네슘, 아연 함량도 높은 편이다. 유기산은 피로 해소, 스트레스 극복, 소화불량과 위장장애 회복에 도움이 되고 그 외 간 기능향상, 해독작용,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간 기능을 상승시키는 피루브산,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피크린산, 강한 해독작용과 살균효과가 있는 카테킨산이 간 해독, 정장, 변비 예방에 관여한다.
글= 권정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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