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의 어원이 ‘사과술(Cider)’?…우리가 몰랐던 사과의 이모저모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45]

지구상에서 사과나무의 재배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기원전 20세기경 스위스 토굴 주거지에서 탄화된 사과가 발굴된 것으로 보아 약 4000여 년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기원지는 어디일까. 중앙아시아 코카서스산맥 인근 수십㎞에 걸친 산림을 볼 수 있다. 야생 배, 사과, 자두, 산사자류, 서양개암, 서양산수유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는데, 사과의 기원지도 이곳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구상에서 사과 재배는 약 400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농촌진흥청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알마아타(AlmaAta)는 ‘사과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도시 주위가 야생 사과로 이루어진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 시대에는 재배종, 야생종을 구분한 기록이 있고, 접목 번식법이 이미 소개돼 있을 정도로 재배 기술이 진보됐음을 알 수 있다.

로마 시대에는 ‘마룰스’, ‘마룸’이라는 명칭으로 재배가 성행했고, 그 후 16~17세기에 걸쳐 유럽 각지에 전파됐다. 그리고 17세기에는 미국으로 전파돼 오늘날과 같은 대규모 과수원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신라시대의 ‘머자’는

오늘날의 ‘사과’가 됐다

우리나라의 사과 재배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문헌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는 통일신라시대 때다. 879년 ‘처용가’에 능금의 일종인 ‘머자’라는 과일이 구전된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는 1096년 계림유사에서 최초의 문헌기록을 찾을 수 있다. ‘내금(來禽)’이라 적고 ‘민자부(悶子訃)’ 또는 ‘멋’이라 훈독했다.

1124년 고려도경에서는 왜국에도 역시 내금[來禽]⋅청리(靑李)⋅참외[瓜]⋅복숭아⋅배⋅대추 등은 맛이 별로 없고, 모양이 작다고 한다. 여기에서도 사과를 내금(來禽)이라 적고 ‘민자부’ 또는 ‘멋’이라 훈독하고 있다. 토종능금(林禽)은 ‘숲 속의 새 떼’라는 뜻이다. 선조들은 이 과일이 열린 숲(林)에 여러 종류의 새(禽 날짐승 금)가 날아들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듯하다. 이후 ‘금(禽날짐승 금)’ 자는 ‘금(檎능금나무 금)’으로 바꾸어 부르게 됐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사과는 통일신라시대 때 머자’라고 불렸다. ⓒ농촌진흥청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17세기까지 내(柰: 능금나무 내), 멋, 능금(林檎), 사과(沙果)로 불렸다. 여기에서 한자로 쓰인 사과(沙果)라는 뜻은 물수변이 있는 모래사 자를 쓰게 되는데, 이는 그 당시의 과일이 과숙되면 ‘과육이 모래알갱이처럼 된다’ 해서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이다.

조선 후기에 중국의 신품종 능금인 ‘빈과’가 청나라를 방문한 한국 사신들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18세기 숙종(1675-1720)임금은 서울 북악산 뒤 자하문 밖 일대에 신품종 능금의 일종인 빈과(蘋果)를 심어 한 말에 20만 개를 수확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 사과는 귀한 과일로 여겨져 왕에게 진상했다. ⓒ농촌진흥청

18세기 산림경제(山林經濟, 1715)에 능금 재배법과 병해충방제법을 본격적으로 기술하기 시작했다. 산림경제에서는 “사과(査果)는 단행류행과 더불어 모두 종자 번식(실생번식)할 수 없고 다만 마땅히 접붙여 이식하여야 한다”라고 전한다. 또, “사과는 흔히 벌레가 실을 만들어 가지를 덮어 번성한 나무라도 모두 말라죽는데 월경수(밤에 뜬 맑은 물)로 뿌리에 관수하면 이런 걱정은 없다”고 적고 있다.

이후에도 18세기 후반 유중임(1766)이 저술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 사과 재배법, 병해충방제법, 저장법, 품종까지 소개하고 있으며, 철종(1849-1863) 때에는 철종비였던 명순왕비가 철종이 침전주위에 있던 사과나무의 열매를 빈전에 천신할 것을 명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궁중에서 능금나무와 사과나무를 재배하고 귀한 과일로 왕에게 진상했음을 알 수 있다.

최초 서양능금 재배자, 아담스와 존슨

우리나라 대구 남상동에 들여오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과를 경제적 재배한 사람은 윤병수 씨다. ⓒ농촌진흥청

1899년 미국인 선교사 아담스(안의와)와 존슨(장의사)이 최초의 서양능금 재배자로 기록하고 있다. 존슨은 1899년 10월 미조리주에서 약간의 사과나무를 주문해 1900년 봄부터 대구 남산동에 대규모 능금원(현 계명대학교 병원)을 조성한 것이다. 또한 아담스는 미국 캔서스주에서 ‘Jonathan red’, ‘Wine-sap’ 등 3가지 품종을 수입해 토종능금나무 뿌리에 접붙여서 각 교회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어 재배하게 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1902년 윤병수(尹秉秀) 씨가 원산 부근에서 ‘국광(國光)’, ‘홍옥(紅玉)’등으로 경제적 재배를 시도한 것이 최초다. 1909년에 김진초의 ‘과수 재배법’에는 근대적 능금 생산기술이 기술돼 있고, 1912년 대구 달성군과 칠곡군에서 과수 조합이 설립돼 축, 국광, 홍옥, 인도가 재배됐다.

독일 소설 속 등장한 사과 브랜디,

풍부한 사과향 머금은 칼바도스

소설 「개선문」은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독일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지 6년만인 1945년에 발표한 반전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은 전운이 감도는 유럽의 마지막 피난처, 파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베를린 대학 종합병원의 외과 전문의사인 라비크는 유대인을 보호해 주었다는 이유로 강제 수용소에 감금됐다. 고문을 받던 중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필사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는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 의사를 대신해 불법적으로 수술을 해주고 소액의 돈을 받아 근근이 살아간다. 이러한 파리에서의 생활과 그의 심리를 묘사한 소설이 ‘개선문’이다.

칼바도스(Calvados)는 프랑스 노르만디 지방인 칼바도스 지역에서 즐겨 먹는 사과즙을 발효시켜 증류한 블랜디다.ⓒ게티이미지뱅크

소설 「개선문」 속에는 여러 가지 술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칼바도스(Calvados)란’ 술이 있다. 이 술은 프랑스 노르만디 지방인 칼바도스 지역에서 사과즙을 발효시켜 증류한 브랜디이다. 프랑스에서는 사과주를 시드러(Cidre), 영국에서는 사이더(Cider)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친숙한 청량음료 사이다의 어원이다.

소설 속에서는 의사 라비크가 2차 대전 중에 파리에 숨어 살면서 자살을 시도하려다 주인공에 의해 제지당한 여인 조앙 마두를 만나면 이 술을 찾곤 했다. 2차 대전의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 의지할 곳 없는 남녀 두 명의 위태로운 인생을 그나마 위로해 주는 한 잔의 술, 칼바도스! 음울한 분위기의 스토리 속에 그들은 만날 때마다 칼바도스를 마신다.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하루하루 희망 없이 살아가지만, 사랑과 우정, 평범한 삶의 순간순간으로 의연하게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과 같다고 생각하게 한다.

서유럽에서는 포도주 다음으로 많이 만들어 먹는 것이 사과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소설에는 코냑, 키르쉬, 압상 등을 비롯한 많은 종류의 술이 등장하는데 그중 사과 브랜디인 칼바도스가 소설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무색 청량음료를 사이다로 부르는 것은 일본인들의 잘못된 부름의 잔재이다. 칼바도스 술은, 알코올 도수가 40∼45%로 독한 편이지만 풍부한 사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칵테일명 : 칼바도스 라떼

재료: 칼바도스 30l / 원두커피 100 / 우유 10

레몬즙 / 설탕 / 시나몬 가루 약간

1. 칵테일 잔의 입술이 닿는 부분에

레몬즙을 바르고 설탕을 묻힌다

2. 칵테일잔에 칼바도스, 뜨거운 원두커피,

우유의 순서로 젓지 않고 넣는다.

3. 위 2번을 젓지 않은 상태에서 시나몬 가루를 뿌린다.


글=이동혁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장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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