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가능한 양고기구이 : 호츠양꼬치 [이용재의 식당 탐구 – 5]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한국 식문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비평가입니다. 식재료, 조리도구, 조리 문화, 음식과 관련한 문화 콘텐츠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앞으로 이용재 평론가가 격주로 더농부에 ‘식당과 음식 이야기’를 펼칩니다. 맛있는 한 끼에서 그가 얻은 통찰을 함께 나눠 보실까요?


호츠양꼬치 입구. 주상복합 건물 1층 외진 자리에 있다. ⓒ이용재

이제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됐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별다른 실마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것 같다. 주상복합 건물 일층에 음식점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는데 맨 끝 외진 자리에 들어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게 하필 양꼬치집이라는 점에서, 말하자면 ‘촉’이 발동했다.

뭔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왠지 이 자리에서 이런 음식을 판다는 게 영업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마침 양꼬치가 먹고 싶기도 했고, 주변에 동종 음식점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발을 들여 놓은 게 십 년은 안 되더라도 칠팔 년은 족히 넘었다. 오늘 소개할 호츠 양꼬치이다.

사실은 나도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양꼬치도 궁극적으로는 직화구이 고기이다. 게다가 조리도 식탁에서 이루어지니 요리사가 맛에 개입할 가능성이 훨씬 적어진다. 말하자면 핵심 메뉴를 조리하지 않는 음식점이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품은 의구심은 식탁에 불이 올라오고 양꼬치가 등장하면 상당 부분 사르르 녹아 내린다. 때깔이 매우 좋아 보이고, 그게 요리사의 안목과 직결되었다 생각하면 믿음이 가기 시작한다.

양고기는 미디엄 레어 이하로 살짝 구워야 맛있다. ⓒ이용재

직화구이에 한해 우리에게는 양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양념이 고기의 결함을 가린다는 인식 말이다. 그래서 소나 돼지고기 직화구이 음식점에서도 ‘생’고기, ‘생’갈비를 강조한다. 그런 현실이 정작 소나 돼지에서는 많이 바뀌었지만 비교적 새롭게 한국의 식문화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양고기에서는 설득력 있는 사실이다.

커민 등의 양념에 미리 버무려 나오는 꼬치는 백이면 백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런 가운데 이곳에서는 양념을 전혀 하지 않은 고기를 낸다. 대표 메뉴인 꼬치는 양꼬치와 양갈비 두 종류인데 깍둑 썰어 지방과 살코기가 켜를 이룬 것이 전자, 근막이 붙어 나오는 것이 후자이다. 물어보니 양꼬치는 양의 옆구리 부위 고기이고 양갈비는 갈비뼈 사이의 살을 발라낸 것이라고 한다.

깍둑 썰어 지방과 살코기가 켜를 이룬 것이 양꼬치, 근막이 붙어 나오는 것이 양갈비다. ⓒ이용재

둘 다 기름지면서도 깔끔한 맛을 자랑하므로 두 사람이 먹으러 간다면 각각 1인분씩 주문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굳이 둘 중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야들야들함이 두드러지는 양갈비를 고를 것인데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주의를 기울여서 잘 구워야 한다. 이제는 자동 회전 시스템까지 도입되어 꼬치를 돌려주기에 먹는 이는 양꼬치에 할 일이 별로 없을 거라 철석같이 믿는 경향이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양고기는 원래 미디엄 레어 이하로, 살짝 구워 먹어야 맛있는 고기인데다가 꼬치에 꿰인 고기는 크기가 꽤 작다. 따라서 절대 오래 구우면 안 된다. 얼마나 구워야 하느냐고? 여러분이 얼마라고 생각하든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 구워야 한다. 표면이 다 익었다 싶으면 불에서 꺼내야 한다. 이렇게 짧게 구워도 되나?라고 확신이 가지 않을 정도로 구워야 한다. 입에 넣고 씹었을 때 저항이 없어야 하고, 고깃결이 쪼개져서도 안된다. 너무 익었다는 방증이다.

고급 갈비는 부드러우면서도 양고기 특유의 향이 거슬리지 않는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맛이다. ⓒ이용재

2인 기준 양꼬치와 양갈비 1인분씩을 먹고도 양고기 배가 다 차지 않았다면 꼬치보다 본격적인 양갈비를 권한다. ‘고급 갈비’는 2대에 2만5000원으로 싸다고는 볼 수 없지만 먹어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맛을 지녔다. 부드러운 가운데 양고기 특유의 향을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내준다. 꼬치류도 그렇지만 딸려 나오는 쯔란과 고춧가루 등 양념이 딱히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분명한 자기 맛을 내준다. 꼬치류를 본격적으로 구워 먹고 사그라들기 시작하는 불에 야들야들함을 잃지 않도록 구워 먹으면 딱 좋다.

아니면 요리를 시킬 수도 있다. 고백하건대 십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곳을 찾으면서 요리는 딱 꿔바로우 딱 한 가지만 시켜보았다. 요리 가짓수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만큼 맛있었기에 다른 것을 시켜볼 마음을 확실하게 먹어본 적이 없다. 양고기를 먹으면서 돼지고기 요리를 시키다니 조금 깊이 생각하면 뭔가 이상한 것도 같지만 사실 고기는 크게 보아 거들 뿐이다. 핵심은 바삭하면서도 탄력이 살아 있는 튀김옷이기 때문이다.

크게 보아 탕수육이니 소위 ‘부먹’’과 ‘찍먹’을 가려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이곳의 꿔바로우는 진짜라고 알려진 ‘볶먹’이다. 튀긴 고기를 웍에서 소스와 함께 가볍게 볶아 내는 방식 말이다. 조리의 특성 덕분에 ‘볶먹’은 소스가 튀김을 압도하지 않고 바삭함의 기운만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살짝 눌러준다. 다만 시간이 지날 수록 눅눅해지니 식탁에 오래 두지 말고 꼬치와 함께 주문해 굽는 사이사이 열심히 먹을 것을 권한다.

이곳 꿔바로우는 소스가 튀김을 압도하지 않고 바삭함만 살짝 눌러줄 뿐이다. ⓒ이용재

여기까지 먹으면 2인 기준으로 아무리 먹성이 좋은 방문객이라도 배가 거의 다 찰 것이다. 하지만 식사는 절대 끝나서는 안된다. 이곳의 숨겨진 별미인 온면을 반드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찰랑찰랑한 옥수수 면발이 거의 기성품에 가까운 감칠맛을 자랑하는 국물에 담겨 있고 신김치가 고명으로 올라 있다. 면과 고명을 한데 풀어 입에 넣으면 밀가루면 만큼 탄성이 뛰어나지는 않은 옥수수 국수가 찰랑거리며 딸려 올라와 고기 먹은 뒤 품는 탄수화물의 욕망을 실하게 채워준다. \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면 절대 안되고 국물을 반드시 마셔야 한다. 외따로 먹으면 ‘아니, 이거 정말 감칠맛이 너무 폭발하는 것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두터운 국물이지만, 기름진 양고기를 먹고 난 다음이라면 이보다 더 거침없이 입을 씻어줄 수가 없다. 고기를 양껏 먹은 뒤 라면이 먹고 싶어지는, 하지만 된장찌개와 냉면에게 결례하기 싫어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숨은 욕망을 채워주는 감칠맛이다. 가격도 6000원이니 양고기에 비하면 부담도 적다. 그러니 절대로 잊지 말자. 양꼬치를 먹고 난 마무리로는 옥수수 국수다.

숨은 욕망을 채워주는 감칠맛이 일품인 옥수수 온면. ⓒ이용재

마동석 주연 영화 ‘범죄도시’의 마지막 장면에서 형사들이 회식을 위해 양꼬치집으로 몰려간다. 엄청난 사건을 해결했으니 강남으로 넘어가 소갈비라도 뜯는 기대를 했던 터라 다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호츠 양꼬치 수준이라면 굳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 텐데.’

십년 가까이 다니고 있는 가운데, 이곳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기복이 없다. 양꼬치가 주메뉴인 음식점이기에 아주 자주 가는 편은 아님에도 발을 들여 놓을 때마다 모든 게 한결같다. 신선한 양고기부터 옥수수 국수의 폭발하는 감칠맛까지, 기억하고 있던 그림을 언제나 오차가 거의 없이 펼쳐낸다. 비결이 무엇일까. 갈 때마다 감탄하며 물어볼까 고민하지만 또 먹다 보면 잊힌다. 야들야들하게 구운 양꼬치 한 점 먹고 시원한 맥주로 씻어 내리면 ‘그래, 뭐 사는 게 별거 있냐 이런 거지’라는 마음이 들며 다른 생각은 사라져 버린다.

오늘 탐구해 본 식당

1. 호츠양꼬치

02-2668-0929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509 우림보보카운티뷰오피스텔

<가격>

양꼬치 1만4000원

양갈비 1만5000원

고급갈비 2만5000원

꿔바로우 2만원

온면 6000원

물만두 6000원


글·사진=이용재(음식평론가·번역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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