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 식초는 아기 키우듯 만들어야 해요” 식초 명인 <최명순 고창베리촌 대표>

더운 여름, 기력 충전을 위해 얼음을 동동 띄워 마시던 시원한 복분자 음료가 생각난다. 최근 CU 편의점에서도 몸보신용 복분자 간편식 시리즈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복분자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것은 이름 유래에서 알 수 있다. 복분자는 요강이 소변 줄기에 뒤집어진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복분자를 직접 재배, 가공해 본인 건강까지 회복한 이가 있다. 복분자 발효 식초, 발사믹 식초 등을 제조해 식초 명인으로 인정받은 최명순 고창베리촌 대표(59)를 더농부가 만나봤다.

최명순 고창베리촌 대표가 복분자 식초를 들어보이고 있다. ⓒ더농부

도시에서 활동하던 한복 디자이너,

황토밭 고창에 농업인으로 몸담다

최 대표는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까지 시골에서 생활했다. 양복집을 운영하는 가족이 있어 어렸을 적부터 의류 제작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됐다. 1982년, 고등학교 졸업 후 20살이 되자마자 동탄으로 올라와 거주하며 본격적으로 학원에 다니며 의류 공부를 시작했다. 5년 동안 공부를 마치고 24살에 한복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도시인으로 30년가량을 지냈다.

순탄하게 지내던 와중 갑작스레 몸이 아프기 시작해 두 차례에 걸친 수술을 하게 됐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망가지게 돼 한복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내려놓았다. 최 대표는 몸과 정신을 회복하러 더 편한 곳을 찾아 떠났다. 강원도, 경상도 등 국내 구석구석 여행 다녔다. 동시에 도시를 벗어나 공기 좋은 시골로 정착할 만한 곳도 많이 알아봤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던 중 2012년 2월, 고창의 붉은빛 황토 땅을 만나면서 최 대표의 새로운 인생도 시작됐다. 그는 “당시 밭에서는 무수히 펼쳐진 빨간 흙만 보였다”고 회상했다. “겨울이라 아무것도 없는 그저 빨간 땅이었지만 저에게는 다르게 다가왔어요. 무언가 심으려 하는 준비 단계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있는 것처럼 아름다웠어요.”

곧바로 고창에 몸을 담아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고창 붉은빛 황토 땅. ⓒ더농부

‘나’로부터 시작된 고창베리촌 …

작은 호기심으로 발효 식초 만들어

유네스코에 등재된 동림 저수지, 동그랗게 둘러 있는 야산 등 청정한 주변 환경을 고려해 터를 잡았다. 그가 터 잡은 고창 밭은 농사짓기 좋다. 농사 지을 때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분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서해안 바닷바람은 고생했다며 등을 토닥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차 공해나 먼지가 없어 밭에서 싱싱한 복분자 열매를 바로 따 먹어도 문제가 없다.

붉은빛을 자랑하는 고창 베리촌 황토밭 전경. ⓒ더농부

복분자, 수박, 멜론이 유명한 고창에서 복분자를 선택한 이유는 ‘나’로부터 시작되었다.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을 때 폴란드 수입품 아로니아 원액을 접했다. 당시 1ℓ에 약 28만원이었다. 건강에 좋은 건 알지만 여러 번 사 먹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최 대표는 복분자, 아로니아 농사를 직접 지어서 먹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 대표가 고창베리촌을 꾸리게 된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더농부

이를 기점으로 복분자, 아로니아 농사를 조금씩 짓기 시작했다. 첫 출발은 본인과 가족들이 먹을 수 있을 양을 재배하는 것과 건강 회복으로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을 상태를 목표로 잡았다. 농사짓다 보니 재배 양이 단계적으로 늘어나게 돼 사업 확장을 꿈꾸게 되었다.

최 대표는 건강이 좋지 않아 술을 마시지 못해 술 만드는 과정 자체에 호기심을 가졌다. 술을 가지고 몸에 좋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작은 호기심은 술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될 수 있는 발효 식초까지 이끌어냈고 ‘고창베리촌’을 꾸리게 됐다.

고창베리촌에서 자연 발효된 복분자

시원하게 즐기는 여름 음료로 재탄생!

고창베리촌은 ‘여러 사람, 베리가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곳’을 뜻한다.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서 촌을 이루고 산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우리 농장엔 베리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니까 고창베리촌이라고 농장명을 짓게 됐어요.”

최 대표가 싱싱한 복분자를 보여주고 있다. ⓒ더농부

최 대표는 농사를 지으면서 건강이 안 좋아지는 주된 이유를 먹거리라고 생각했다. 최우선을 건강으로 삼고 먹거리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다.

고창베리촌에서는 복분자 원물 재배를 통해 발효 식초와 발사믹 식초를 만든다. 두 식초 각각 3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최 대표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식초 제조 기술을 이전 받아 복분자 식초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에서 근무하는 여수환 박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복분자 발효 식초를 만들려면 한 달 동안 와인 발효를 거쳐야 한다. ⓒ더농부

첫해 3월에 복분자 모종을 심는다. 이듬해 3~4월 봄이 찾아오면 가지치기로 꽃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꽃이 피는 4~5월에는 거름도 주고 가장 바빠질 시기다.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중순까지 열매가 열리고 가지들을 정리한다.

수확이 끝난 6월 말부터 8월까지 그대로 자연 발효한다. 복분자 와인 발효가 먼저 통에서 1달간 진행된다. 끝이 나면 식초 발효가 초항아리에서 1달간 진행된다. 식초 발효가 끝나면 숙성이 시작된다. 숙성은 1년, 2년, 3년 등 단계별로 진행된다.

이 과정을 거쳐 3년 이상 숙성됐을 때 발사믹을 만든다. 숙성이 끝난 발효 식초와 복분자 청을 섞어 농축과 숙성을 하면 발사믹이 완성된다. 발사믹도 최소 6개월 이상 숙성시켜 판매한다.

초항아리는 일반 항아리보다 발효 성능이 뛰어나다. ⓒ더농부

최 대표가 초항아리 속 복분자 발효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더농부

긴 과정 속 그는 ‘친환경적 재배와 자연 발효’에 가장 신경쓰고 있다. 복분자 재배 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고창 항아리에서 자연 발효 되도록 시기를 잘 맞추려 노력한다. 공장에서 온도를 맞춰 발효하는 건 초산(신맛이 나는 무색 액체)만 있는 식초가 된다. 반대로 항아리에서 자연 발효를 하면 스스로 적응해나가며 발효되기 때문에 발효 과정에서 필수 아미노산이 생기고 맛이 고급스러워지며 부드러워진다.

“발효하는 건 아기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미생물이 사람이랑 비슷해요. 발효가 잘될 수 있게끔 여건을 만들어주지만 그 나머지는 자연이 만들어주죠. 살아있는 생명체라 적당한 햇빛, 적당한 바람 등 환경 요건을 적정하게 맞춰주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복분자 발효 식초(왼쪽)와 복분자 발사믹 식초. ⓒ더농부

발효 식초와 발사믹 식초의 차이점이 아직 잘 와닿지 않는다면 맛으로 구분 지을 수 있겠다. 발효 식초는 복분자 향이 그대로지만 신맛이 조금 더해진 맛이다. 탄산수, 물 등에 희석해 음료로 마시면 남녀노소 새콤하고 시원한 여름 음료를 즐기기에 좋다. 발사믹은 복분자 향과 맛 그대로 새콤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 요리에 많이 들어가며 소스로 활용도가 높아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복분자 발효 식초에 탄산수를 섞으면 여름 청량음료가 된다. ⓒ더농부

최 대표는 직접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해 줬다. 발효 식초는 소금 대체재로 쓸 수 있다. 식초를 음식에 같이 하게 되면 간이 맞아 소금을 덜 쓸 수 있다. 그는 초고주창, 초된장, 쌈장 만들 때도 발효 식초를 사용한다. 덕분에 소금을 덜먹어 건강하고 맛있게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리뿐만 아니라 여름철 시원한 음료 제조도 눈앞에서 보여주었다. 탄산수 8:식초 2 비율로 복분자 맛 탄산수를 먹어봤다. 시원하고 새콤해 여름 청량음료로 제격이다. 물로 복분자 차도 타 먹을 수 있어 맛있고 건강한 음료를 찾는다면 발효 식초를 추천한다. 최 대표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최 대표가 복분자 발효 식초와 탄산수를 섞은 복분자 에이드를 마시며 미소 짓고 있다. ⓒ더농부

발사믹 식초는 소스용으로 많이 찾는다. 장어, 고기, 샐러드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크루아상에 어울리는 소스도 직접 선보였다.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를 넣어 분리된 층이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복분자의 새콤한 맛과 올리브유의 부드러움이 더해져 담백한 빵과 잘 어울린다. 혼자 튀는 맛이 없어 물리지 않아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최 대표가 복분자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를 섞은 소스를 만들고 있다. ⓒ더농부

복분자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를 섞은 소스에 크루아상을 찍어 먹으면 맛이 살아난다. ⓒ더농부

판매에 어려움 겪어 교육 받아…

고창군 농식품 명인, 식초 명인 등극

이 모든 게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재배, 생산 과정을 즐기며 상품화했지만 판매 시작에 어려움이 있었다. 홍보를 어떻게 누구에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와 갈피를 못 잡았다.

따라가기 벅차 많이 부딪히는 와중에 그를 일으켜 세워준 곳이 있다. 바로 고창군농업기술센터다. 첫 귀농 해인 2012년에 농사짓는 법, SNS 홍보방법 등을 배웠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로 자주 방문해 2019년에는 고창 식초 아카데미 교육을 배워 귀농 10년 차, 2021년 식초 명인이 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현재도 고창군농업기술센터가 온라인 판매를 도와주며 조언을 주는 존재로 그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7호 고창군 농식품 명인으로 인정받은 식초 명인 최명순 고창베리촌 대표. ⓒ더농부

올해 매출 목표를 1억7000만원으로 잡았다. 2025년까지 5억원 달성 계획을 세워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이후 복분자 발효 항아리 3개는 손주들이 건강하게 잘 컸으면 하는 바람에 대물림해주려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최 대표는 건강하고 정직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그는 대중화가 더욱 이뤄져 사람들이 식초를 곁에 가까이하길 바라고 있다. 식사할 때 물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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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인턴 오세주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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