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농반X’를 아시나요? 일본의 생태운동가 시오미 나오키가 펴낸 ‘반농반X의 삶’에서 등장한 개념인데요. 일상의 절반은 농사를 짓고 절반은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는 삶의 방식을 말합니다.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차츰)을 쓴 정광하, 오남도 저자는 충남 논산에서 귀농 11년 차에 접어든 부부입니다. 일주일 중 3일은 과수정원 ‘꽃비원’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3일은 직접 키운 제철 농작물로 ‘꽃비원 홈앤키친’에서 음식을 만들어 냅니다. 이 책은 자급자족하는 삶을 통해 농사의 매력을 알리고 농촌의 미래를 탐구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귀농을 결심하고 ‘꽃비원’을 시작하는 과정과 지난 10년간의 농사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농사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하죠. 농사를 짓다 보면 때로는 자연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자연이 주는 선물을 고스란히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1부는 미국에서 살던 저자가 미국 생활을 접고 귀농을 결심한 계기와 ‘꽃비원’을 시작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2부는 본격적인 농촌 생활과 새로운 공간인 ‘꽃비원 홈앤키친’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시골살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부는 농촌에서의 삶과 농업의 가치를 언급하며 토종 농작물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매일 새로운 농촌의 나날을 경험하고 앞으로의 농촌 생활을 기대하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6차 산업의 현장을 보고 키운 꿈
논산에 탄생한 과수 정원 ‘꽃비원’
농학을 전공해 관련 일을 하던 정광하 저자는 일본 6차 산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모쿠모쿠’ 농장의 광고를 우연히 접하고 훗날 만들어질 ‘꽃비원’의 꿈을 꾸게 됩니다. 모쿠모쿠 농장은 돼지를 키우면서 이와 연계한 체험 농장을 열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곳이었는데요. 생산과 가공, 서비스를 아우르는 6차 산업의 현장을 본 저자는 복합 농업 시스템을 향한 꿈을 키우다가 시간이 지나 그 꿈을 실현합니다. 그 이름은 과수 정원 ‘꽃비원’이죠.
저자는 아버지의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농사를 시작합니다. 농사로 수익을 보장하려면 최소 5천 평 정도의 땅을 갖추는 게 좋다는 주변의 충고가 있었지만, 두 부부가 땅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2~3천 평 정도의 땅을 매입했습니다.
저자는 직접 농사지은 과일로 소비자에게 직거래로 다가갈 요량이었습니다. 그래서 유통 등이 어려워 대부분의 농가가 심지 않는 새로운 배를 선택했습니다. 이외 다양한 과일 묘목도 심었습니다. 텃밭에는 채소를 심어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소박하고도 특별한 꽃비원의 시작이었습니다.
농부 시장 ‘마르쉐@’ 생산자로 출점
제철 채소로 소비자 만나기 시작하다
남은 땅에 감자를 심어 수확한 저자는 1차 생산물로 얻는 수익이 너무 낮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농사 규모나 생산량을 늘리기도 어려운 일이었죠. 농업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저자는 이내 결심합니다. ‘소비자들과 오래오래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이 생각은 곧 꽃비원을 운영하는 모토가 됐죠.
생산방식과 규모를 바꾸지 않은 저자가 떠올린 대안은 소비자를 직접 만나 재배한 농작물을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인을 통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농부 시장 ‘마르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곳에 찾아가 꽃비원을 소개했죠. “거창한 이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제철 채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 후 마르쉐@의 생산자로 출점해 매달 소비자를 직접 만나게 됐죠. 저자가 키우는 제철 채소는 농촌에서 흔한 것이었지만, 도시에서는 계절을 알리는 신선한 지표가 됐습니다. 건강하게 키워낸 제철 농작물을 본 소비자는 꽃비원을 찾았고 ‘정기 꾸러미 회원’을 모집해 신선한 제철 농작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단지 먹거리를 사고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와 같은 계절을 추억하고 기념하게 됐습니다. 마르쉐@를 통해 꽃비원의 새로운 일에 도움을 줄 다양한 인연도 만났죠.
반은 농부, 반은 ‘작물 큐레이터’
‘꽃비원 홈앤키친’에 초대합니다
제철 농작물을 키우는 저자는 비교적 여유로운 겨울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그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시골 작은 공간을 임대해 겨울에만 주로 여는 식당을 차린 거죠. 마르쉐@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의 도움으로 메뉴를 꾸리고 식당을 오픈했습니다. 그렇게 꽃비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대접했습니다. 저자는 깨달았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건강한 식문화’라는 걸 말이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꽃비원 홈앤키친이 운영된 2년의 세월 동안 식사를 넘어 건강한 교류의 시간을 만들어 나가는 공간으로 변화했습니다.
저자는 시간이 지나 키친을 두 번째로 오픈하는데요. 더 넓어진 공간과 농사와 식당 운영을 병행하다가 번아웃을 겪기도 합니다. 농사와 요리를 병행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죠. 저자는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적당한 규모를 고민합니다. 그러다 꽃비원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일본 복합 농장 ‘브라운 필드’와 ‘파머스 마켓’을 둘러보러 갑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반농반X’의 삶을 살겠다고 말이죠. 저자에게 맞는 삶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반은 농사를 짓고 반은 건강한 먹거리를 대접하며 사람들과의 소통 공간을 운영하는 삶!
꽃비원의 채소는 특별하기보다 평범하고 친근합니다. 친환경으로 키운 신선한 농작물로 농촌의 가치를 전합니다. 작물의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자는 ‘내가 키운 농작물을 누가 먹을까?’에서 시작된 고민이 ‘내가 키운 작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로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수입 농작물에 밀려 소멸 위기에 놓인 토종 작물을 지켜내기 위해 저자는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채소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여전히 친환경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며 도시에서 온 소비자가 농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꽃비원 채소로 요리하는 사람들은 제철 채소에 대한 궁금증을 물으려 꽃비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한국적인 계절 식재료가 요리로 탄생하고 도시 소비자는 제철 농산물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저자는 농부가 단지 작물을 재배하는 사람을 넘어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작물 큐레이터’로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이곳 꽃비원에도 건강한 제철 채소를 통해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하고 우리 농작물에 관심을 더 기울이게 하는 ‘작물 큐레이터’가 있습니다.
균형 맞춘 시골살이는 어떤 것일까요? 귀농·귀촌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아무 연고도 없이 농사에 달려든 부부의 농촌생활 적응기 및 삶을 가꿔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농작물에 대한 소중함과 농업과 농촌의 가치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농촌의 삶이나 건강한 우리 먹거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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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농부 인턴 박의진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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