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메워 만든 땅’ 이야기…새만금에서 펼쳐지는 미래 농업 [재미있는 농업이야기 36]

2022년의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4만불을 바라보는 경제 대국입니다. 하지만 50년 전에는 밥을 못 먹어 배가 고팠고, 쌀을 생산할 농지가 부족했습니다. 당시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들자’는 구상은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아이디어였죠. 대표적인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이라고 불리는 새만금 간척사업이었습니다.

새만금간척지 1987년(좌)와 2020년(우) 모습. 새만금간척지는 1991년 공사에 착수하고 2010년까지 20년에 걸쳐 방조제를 축조했다. ⓒ농촌진흥청·국토지리정보원

1971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예정지를 획정하고 기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1986~1988년 경제적 타당성 조사, 1987~1991년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1991년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2010년까지 20년에 걸쳐 세계 최장 방조제(33.9㎞)를 축조했고, 간척토지 291㎢와 호수 118㎢를 조성했습니다. 처음에는 간척토지를 100% 농지로 활용하는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간척토지의 30%, 9340㏊를 농업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 아이디어가 나온 후 50년이 지난 지금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 밀 29%, 옥수수 19%를 공급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기 때문입니다. 곡물 가격과 유류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1000원 하던 과자 값이 1200원으로 오르며 초등학생도 물가 인상을 걱정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러한 시기 여의도 면적 30배에 이르는 새만금 간척농지가 식량안보 보루가 돼 줄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새만금의 활용 현황과 미래 비전을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과 2020년, 그리고 2050년의 새만금

새만금이라는 명칭은 김제 평야와 만경 평야를 아울러 이르던 금만(金萬)을 바꾸어 만금(萬金)이라고 하고 ‘새’를 붙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김제뜰, 만경뜰과 같은 너른 대지를 새로 만들었다’는 의미이며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새만금의 비전은 그린성장을 실현하는 글로벌 신산업 중심지로 그린에너지와 신산업 허브, 명품 수변도시, 친환경 첨단농업 육성거점, 관광 생태도시, 개방형 경제특구 등 다섯 가지를 개발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좌) 새만금 권역 구분 (우) 농생명권역 토지 이용 계획. 총면적 409㎢인 새만금 용지는 5개 권역으로 구성한다. ⓒ농촌진흥청

총면적 409㎢인 새만금 용지는 5개 권역(도시권역1~4, 농생명권역)으로 이루어집니다. 1~3권역은 연안에 위치해 산업단지, 복합도시, 생태관광용지 등으로 쓰고, 4권역은 내륙 쪽에 위치해 농생명산업을 중심으로 이용합니다. 6차 산업과 관광레저 기능을 연계한 자족형 복합도시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농생명권역은 새만금 동측의 농업 및 지원용지를 포함하는 권역으로, 주로 농업 용도로 사용하며 일부 공간에 농촌도시, 농촌관광, 식품산업, 농생명 관련 연구개발 기능 등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2021년에 개정된 새만금기본계획(새만금사업지역의 토지용도를 정한 장기계획으로 새만금사업법 상 종합개발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125㎢(43%)를 매립했고 2030년까지 227㎢(78%), 2050년까지 291㎢(100%)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농생명권역은 1~3권역에 비해 내륙 쪽에 위치해 매립과 개발이 비교적 빠른 편입니다. 전체 농생명용지 94.3㎢ 중 81.4㎢가 매립 완료 상태입니다. 이 중 16.5㎢에는 사료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2022년 말에는 27.9㎢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새만금간척지에 벌써 농사가 될까?

새만금 방조제 작업이 한창이었던 2009년 3월 모습. 새만금은 다른 간척지에 비해 토양 중 염류가 빠르게 줄어든다. ⓒ뉴시스

새만금간척지는 다른 간척지에 비해 토양 중 염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다른 간척지에 비해 모래 함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물 빠짐이 좋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밭으로 조성하기 위해 배수로를 깊게 파서 지하수위가 낮기 때문입니다.

간척지는 본래 강 하구이거나 바닷가였던 땅이 육지가 된 것으로 일반 육지와는 토양의 성질이 크게 다릅니다. 흙은 입자의 크기에 따라 점토, 모래, 미사의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점토(찰흙)는 크기가 0.002㎜보다 작고 끈적끈적하며 모래는 0.05㎜보다 크고 꺼끌꺼끌합니다. 미사는 점토보다 크고 모래보다 작은 입자로 미끌미끌한 느낌을 주며 뻘흙 주성분으로 머드팩의 입자가 이에 해당합니다. 비에 의해 토양이 침식될 때 끈적끈적한 점토나 무겁고 거친 모래보다는 미끌미끌한 미사와 매우 고운 모래가 주로 유실되는데 새만금간척지는 매우 고운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 염류가 빠르게 제거되고 있습니다.

새만금 농생명용지 중 4공구(좌)와 5공구(우). 토양 염도 분포도. 새만금 농생명용지 토양 염도는 평균 0.14~1.14dS/m에 불과하다. ⓒ농촌진흥청

토양에 염류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토양 염도로 나타내는데 4dS/m 이상일 때 염류토양으로 구분하며 6dS/m 이상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내염성 작물로 구분합니다. 우리나라 밭 평균 토양 염도는 1.0dS/m이며, 염에 민감한 작물도 1.2dS/m 이하에서는 잘 재배될 수 있습니다.

처음 조성된 간척지 염도는 20~40dS/m 수준으로 높으며 물 빠짐이 좋은 흙은 10년, 물 빠짐이 나쁜 흙은 100년 또는 그 이상이 지나야 4dS/m 이하로 감소합니다. 새만금 농생명용지 토양 염도는 공구별로 차이가 있으나 지표 0~20cm를 기준할 때 평균 0.14~1.14dS/m에 불과해 염도 측면에서는 농사를 짓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토양에 유기물이 많아야 합니다. 유기물은 양분과 수분을 저장할 뿐 아니라 미생물의 먹이가 돼 물리적, 화학적, 생태적으로 건강한 토양을 형성하는 데 도움 됩니다. 우리나라 밭 평균 유기물 함량은 2.9%이지만 새만금간척지 농생명용지 유기물 함량은 0.3% 미만입니다. 볏짚, 헤어리베치 등 퇴비, 녹비를 적정량 공급하면 유기물 함량을 매년 0.1% 정도 높일 수 있습니다. 간척지는 유기물 외에도 필수 원소인 칼슘, 인산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적절한 양분 관리가 필요합니다.

새만금간척지에 무엇을 재배하는 것이 좋을까?

조사료를 재배하는 2020년 모습. 현재 새만금간척지에선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 호밀 등 가축 먹이가 되는 조사료 작물 재배가 효율적이다. ⓒ농촌진흥청

새만금간척지 농생명용지는 밭 전용으로 기반을 조성했습니다. 밭작물은 크게 식량작물, 원예작물, 사료작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분이 적은 척박한 토양에서는 잎과 줄기가 잘 자라더라도 열매가 성숙하기 어렵습니다. 초기에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 호밀 등 가축 먹이가 되는 조사료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조사료 작물을 재배하면서 지력이 향상되면 식량작물 재배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는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식량작물을 수입 의존해 새만금간척지와 같은 신규 농지를 활용해 식량 자급률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새만금간척지 농생명용지는 기존 밭과는 달리 규모가 크고 구획이 정리된 농경지입니다. 주요 식량작물 자급률을 높이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수입 곡물이 국산 곡물보다 저렴하기 때문인데 새만금에서는 대면적 기계화를 통한 생산효율 증진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조사료 대면적(4.5㎢) 실증 연구 시 노동시간을 60.5% 단축하고 생산비를 28.3%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4권역과 함께 가공산업, 생태레저산업 등 연계 가능한 수출용 원예작물, 치유농업용 작물 등 재배가 기대됩니다.

농업으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땅, 새만금

새만금 농생명용지 특징은 농업 첨단화, 식량 자급률 향상, 생태자원과 쾌적한 주거공간이다. ⓒ농촌진흥청

새만금 농생명용지 특징은 농업 첨단화, 식량 자급률 향상, 생태자원과 쾌적한 주거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업 첨단화를 위해 농촌진흥청 연구부지 100㏊를 비롯해 첨단농업 시험 단지 420㏊가 조성되고 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노지 스마트 기술이 주요 농산물 자급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나아가 해안 전문 수목원, 말산업 복합단지, 농업테마파크 등을 조성해 친환경 농업과 어우러진 농촌마을, 생태도시 등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첨단 농업과 생태도시 조성으로 사람과 자연이 모두 행복한, 농업으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새만금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글=정강호 국립식량과학원 간척지농업연구팀 농업연구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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