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가 쌀가루 전용 ‘분질미’로 밀가루 수입 대체한다는데, 어떤 결과 나올까?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22년 6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쉽게 가루를 낼 수 있는 신품종 쌀로 밀 수요 10%를 대체하겠다는 겁니다. 국제 곡물 시장에서의 밀 수급 불안을 해소해 식량 안보와 식량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여겨집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곡물 수급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농식품부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분질미란 무엇이고 향후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 계획인지 정 장관의 브리핑 발언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밀과 구조 비슷한 분질미

불릴 필요 없어 가공 편리

분질미 시험 생산지 ⓒ농촌진흥청

분질미(粉質米)는 일반 쌀과 다르게 전분 구조가 밀처럼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습니다. 그래서 가루를 내기 편해 가공에 적합하다는 것이 농식품부 설명입니다. 분질미가 아니어도 쌀가루를 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물에 불려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같은 습식 제분을 하지 않으면 세포가 깨져서 겉보기엔 가루여도 전혀 가공이 되지 않아 쓸모가 없어집니다. 분질미는 물에 불리는 과정을 건너뛸 수 있어 편리하고, 가공 비용도 줄어든다는 이점을 가지는 겁니다.

분질미 종류는 바로미2, 아로마티, 수원542, 삼광(SA)-flo3이 있는데 재배 면적과 가공성을 고려했을 때 이용 가능한 품종은 바로미2아로마티라고 합니다.

“쌀은 도정하면 하얀 백미가 나오는데 밀가루는 쌀처럼 도정된 알갱이를 본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껍질을 벗기는 순간 가루가 됩니다. 이번에 개발한 분질미가 밀과 유사합니다. 명절에 떡 같은 것을 하려면 어머니가 전날 저녁에 쌀을 물에 불려요, 쌀을. 그다음에 물을 빼서 방앗간에 가져가서 가루를 내거든요.

아주 영세한 소기업들이 옛날에 어머니가 하던 방식으로 하다 보니까 비용도 많이 들고 대량으로 생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분질미가 앞으로 우리 쌀 가공산업 발전시키는 데 굉장히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정 장관 브리핑 중)

밀가루 수요 200만t 중 10% 달성 목표

인센티브와 이모작으로 생산 독려

농식품부가 분질미를 내세운 이유는 밀 대체입니다. 밀은 식량 중 쌀 다음으로 사용 비중이 높지만 2020년 기준 자급률이 0.8% 수준입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밀을 쌀로 대체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밀 수급 불안이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농식품부의 이번 발표에 반영됐습니다.

농식품부는 2027년에는 분질 쌀가루 생산량을 연 20만t으로 올려 연간 밀가루 수요 200만t 중 10%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올해 분질미 생산이 100t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00배로 키우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직불금과 이모작이라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밀 자급률 목표 ⓒ농림축산식품부

“국산 밀 자급률은 0.8%밖에 안 됩니다. 10여 년 이상 이렇게 상당히 노력을 했어도 그렇거든요. 밀가루 중에서 10%인 20만t만 대체해도 우리 식량 자급률을 대폭 올릴 수 있습니다. 기업에선 원료가 꾸준하게 일정량 공급이 돼야 합니다. 가격은 두 번째예요. 2027년까지 20만 t을 생산하기 위해 현재 벼 재배면적 중에서 4만2000㏊를 분질미 재배로 돌릴 겁니다. 여러 가지 정책 과제를 결합해서요.

올해는 농촌진흥청에서 많은 노력을 해서 금년 계약재배가 잡혀 있어요. 그 면적이 약 40㏊ 정도 됩니다. 작년에 25㏊였고요. 이번에 종자를 전부 모으고 각 시험 재배장까지 동원해 100㏊를 당장 재배할 겁니다.

내년부터는 이것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공익 직불제를 지금 개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불제를 2배 올리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공약이고 국정과제에 반영돼 있습니다. 분질미, 밀, 콩은 식량안보를 위한 전략작물로 보고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설할 계획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논밭 합쳐서 150만㏊ 정도를 경작합니다.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이모작밖에 없어요. 150만㏊를 전부 이모작하면 300만㏊가 되는 거고, 30%만 해도 200만㏊를 재배할 수 있어요. 그러면 식량자급도를 몇십% 올릴 수 있습니다.” (정 장관 브리핑 중)

6월 9일 제주시 금악리 국산 밀 생산단지에서 농부가 밀을 수확하고 있다. ⓒ뉴시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직불제를 활용해 농가 참여를 유도하고 기존 밀 전문 생산 단지 중심으로 분질미 재배를 넓혀간다는 계획이 잡혔습니다. 2025년부터는 보급종으로 재배 면적을 1만5000㏊로 확대합니다. 일반 쌀은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에 모내기를 하는데 분질미는 6월 하순에 시작해도 된다고 합니다. 밀 수확 시기인 6월 중순을 지나고 나서 이어 분질미를 심을 수 있다는 게 정 장관 설명입니다.

농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각종 기술 및 인센티브 제공합니다. 수확 후에는 공공 비축미로 사들입니다. 분질미를 사용하려는 업체에도 신곡을 특별 가격으로 공급하고 대중화가 이뤄진 2025년 이후에는 공급 가격을 재검토합니다. 가공용으로 만들어놓고 쌀밥용으로 유통되는 것 아니냐란 문제에 대해선 품종 검정을 통해 혼입을 막겠다고 합니다. 분질미는 도정해도 밥을 짓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쌀밥용으로 섞여 들어갈 위험은 적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입니다.

글루텐 프리 식품으로 활용 가능성

2018년 오리온농협 밀양공장 준공식에서 관계자들이 쌀 만두피 생산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생산 다음은 제품화와 유통입니다. 정부는 쌀가루를 쓸 만한 업체와 연계해 밀가루 대체가 유망한 가공식품 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대량 제분, 저장 등 유통에 필요한 기술 개발 및 시설 지원 확대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농촌진흥청은 품종 자원 확대, 재배 기술 표준화, 저장 제분기술 향상, 밀가루 대체 기술 및 제품 개발 지원을 맡고 농식품부는 쌀가루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식품 산업화와 기술 개발을 중점 지원할 계획입니다.

농협과 오리온이 손을 잡고 만든 간편대용식 ‘오!그래놀라’ 출시 행사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쌀가루 전용 제품으로는 케이크, 카스텔라, 제과 과자류 등 비발효빵류와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소시지 등이 꼽힙니다. 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한 제품으로는 면류, 식빵, 부침가루, 만두피류가 있습니다. 오리온농협에서는 연간 쌀가루 1200t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중 900t은 오!그래놀라, 오!그래놀라바, 썬, 치킨팝 등 오리온 제품 제조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농협쌀가루’ 브랜드로 농협경제지주에 전량 납품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최근 밀이나 보리에 들어간 단백질 종류인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거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함유한 ‘글루텐 프리 식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글루텐 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은 밀가루 제품을 먹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서양 국가에서는 빵, 시리얼, 과자류 중심으로 생산이 활발합니다. 국내에선 아직 의료 목적보다 다이어트 목적 중심으로 시장 형성 초기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글루텐이 없으면 면의 탄성이나 빵의 부풀어 오름을 만들어내기 어려워 글루텐 대체 기술도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일본에서도 쌀가루 대체 ‘관심’

국내 농민, 식품업계, 소비자 설득은 과제

니가타현 R10 프로젝트 로고 ⓒ니가타현

일본에서는 2008년 니가타현 중심으로 밀가루 대체 프로젝트가 시행된 적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명은 밀가루 소비량 10% 이상을 쌀가루로 대체하자는 취지의 R10 프로젝트(Rice Flour 10% Project)였습니다. 이후 뚜렷한 소비 증가세가 없다가 최근 밀 가격 상승으로 식품업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니혼햄이 3월 출시한 ‘모두의 식탁 나폴리탄’, 고이케야의 쌀가루 스낵, 시키시마제빵의 롤빵 등이 쌀가루를 활용한 제품입니다.

일각에선 식품업계가 바로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입 밀에 비해 생산, 가공 비용이 높아 실질적인 사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해야 한다는 농업 정책적 당위성이 민간 업계에 그대로 전달될 수 있냐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쌀가루가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전문가는 “식품업계에선 밀가루는 밀가루, 쌀가루는 쌀가루라는 인식이 있다”며 “쌀이 남아돌 때면 몰라도 벼농사가 흉년이 들면 가공용 쌀은 왜 굳이 생산하느냐는 의문 부호가 붙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농민신문, 니가타현 ‘R10 프로젝트’ – “밀가루 소비량 10% 쌀가루로 바꾸자”

한국일보, 밀 가격 고공행진에 일본서도 ‘밀가루 대신 쌀가루’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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