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3년 10대 농정 이슈’를 선정했습니다. 농경연은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매년 추진해야 할 농정 이슈를 선정합니다. 나라 안팎의 농업 관련 환경을 간략하게 둘러보고, 10대 농정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전년보다 0.7% 포인트 낮은 2.4%로 예상됩니다.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형인데요, 세계 곡창지대가 전쟁으로 뒤흔들리는 상황에서 기후 변화까지 겹쳤습니다. 당연히 곡물 생산도 불안정해지면서 자국 농산물을 수출하지 않으려는 식량 보호주의가 두드러졌습니다. 2023년에도 이런 상황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미국 농무부는 2022년에 급등한 국제 곡물 가격이 2023년 더 상승한다고 예측했습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8%로 2022년의 3.0%를 훨씬 밑돌 전망입니다. 2023년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소비침체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위축, 그리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오름세와 구매 부진이 이어져 경제 성장은 위축될 전망입니다.
농경연이 선정한 10대 이슈는 이런 요인들을 감안한 것들입니다. 지난해 과제와 달라졌거나 새로 선정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농자재·유가 여전히 높아 농가 부담 크다
영농 부담 덜어주는 농가 안정대책 마련!
2022년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농약비, 비료비 등 농사에 투입되는 농자재 가격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2023년에 들어서서도 국제 원유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원유 가격은 지금과 비슷한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환율과 금리가 상승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런 영향을 받아 일부 농자재 가격은 2023년에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농자재 비용이 낮아진다고 해도 다른 해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내 농산물 가격은 도매시장 경매가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오른 생산비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죠. 생산비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에 의해 판매 가격이 낮아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생산비 증가분을 판매가로 보전받기 힘든 만큼 농가 이익은 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농민들은 더 많은 경영 부담을 떠안게 됐는데요, 대책이 필요합니다. 농경연은 △농사용 원자재 비축 시스템 정비 △농사용 원자재 구입 자금 지원 △저금리 지원자금 확대 및 상환기간 연장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1월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업무계획’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놨습니다. 먼저 비료 가격 상승을 지원하기 위해 2700억원을 마련했습니다.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의 80% 수준입니다. 농민은 비료를 구매할 때 가격 인상분의 20%만 부담하면 됩니다.
농식품부는 높아진 사룟값을 농민이 당장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사료구매자금 1조원을 연리 1.5%에 지원합니다. 또 2023년 농민들이 갚아야 하는 농업정책자금 9800억원 가량에 대해 상환 기간을 1년 연장했습니다. 농업종합자금, 후계농육성자금, 귀농창업자금 등이 상환연장 대상입니다.
쌀은 초과공급, 밀·콩은 수입 의존 커져
식량자급률 목표 재설정, 달성전략 수립!
2021년산 쌀에 이어 2022년산 쌀도 가격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쌀은 소비보다 공급이 많습니다.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45만t의 쌀을 격리했는데도 가격은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제때 쌀 시장격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국회는 쌀 초과공급 기준을 충족하면 시장격리를 한다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인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시장격리 의무화는 쌀 공급과잉을 해결하지 못하고 재정만 낭비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쌀은 5년 평균 자급률이 98%입니다. 콩 자급률은 2010년대 30% 중반까지 상승했지만 2021년엔 23.7%까지 낮아졌죠. 밀 자급률은 1.0%로 매우 낮습니다.
코로나19와 전쟁 등 국제 곡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주요 곡물인 밀과 콩은 수입의존도가 높고, 쌀은 초과공급으로 가격 하락 문제가 있죠. 정부는 쌀 초과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식량작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2023년에 전략작물직불제를 시행합니다. 논에 밥으로 먹는 쌀 대신 가루쌀, 밀, 콩을 재배하면 1㏊ 당 50만원에서 43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과거에도 쌀 생산량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작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단기적인 지원으로 분석했습니다. 농민은 사업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참여를 꺼렸습니다. 전략작물직불제가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정책을 장기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시장 개방하는데 대응책은 아직
IPEF 참여 따른 대응전략 마련!
IPEF(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피지 14개국이 참여한 경제·통상협력 체제입니다. 2022년 5월 출범했죠. 참여국은 무역, 공급망, 청정 경제, 공정경제 분야에서 협력하는데요. 농업은 주로 무역 분야에 해당합니다.
2022년 9월, IPEF 참여국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IPEF 장관회의에서 선언문을 합의했습니다. IPEF는 기존 협력체보다 국가 간 시장 개방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선언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식품 및 농업 공급망의 회복력 및 연결성 향상
② 농식품 수입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 지양
③ 규제 절차의 투명성 증진
④ 사람, 동물,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과 위험에 기반한 의사결정 고도화
⑤ 규제·행정 요건에 관한 절차 개선과 협력 증진
⑥ 농식품 수출에 대한 부당한 금지 또는 제한 조치 지양
⑦ 국제 식량 공급망에서 이행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디지털 수단 및 여타 관련 수단·협정 이용 촉진
국가 간 무역 장벽이 완화되면 국내 농산물이 피해를 받습니다. 대응책이 필요하죠. 농식품부는 2023년 업무보고에서 △굳건한 식량안보 확보 △농업의 미래 성장 산업화 △든든한 농가 경영안전망 구축 △새로운 농촌공간 조성 및 동물복지 강화 등 네 가지를 중점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농업부문에서의 IPEF 대응 전략은 없었습니다. 정황근 장관은 업무계획 보고 전날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2023 업무계획’을 사전브리핑하면서 “IPEF에 들어가는 내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짧게 언급했습니다.
WTO 다자통상체제 출범, 동시다발적 FTA 추진 등 시장 개방과 관련된 정책도 중요한 이슈인데요,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농업계와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농업계·연구계·학계·정부 간의 소통을 강화해 농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IPEF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계속 해결해 나갈 문제들 많다!
지난해와 비슷한 농정 이슈 7개
나머지 7개 농정 이슈는 2022년 것과 비슷합니다. 계속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는 겁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변화로 식량 가격변동성이 커지고 식량안보도 중요해졌습니다. 농경연은 지난해 선택직불제 확대에 이어 ‘다각적 농정 목표 달성을 위한 직불제 확대·개편 추진’을 농정 이슈로 선정했습니다.
2022년 농경연은 농촌공간계획 제도 도입을 농정 이슈로 선정했습니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계획법)’이 국정 과제로 채택됐습니다. 농경연은 앞으로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 ‘농촌공간계획법 시행에 따른 농촌 정책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슈로 짚었습니다.
농업 디지털 혁신도 중요한 이슈로 꼽혔습니다. 2022년엔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산업 시스템 개선’과 ‘디지털 시대의 농산물 유통 혁신’이 이슈였는데, 2023년엔 ‘스마트 농업 인프라 강화’와 ‘농산물 유통 디지털화 진전’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농업인력 부족은 농업 지속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청년농 육성과 농업노동력 공급 확대’를 농정 이슈로 선정했습니다.
취약계층 식생활을 위협하는 식품비 상승은 2023년에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취약계층 식생활 보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 확대’도지난해에 이어 농정 이슈로 선정됐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책인 탄소 감축도 농업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2022년 탄소 감축에 이어 2023년에는 ‘2030 NDC 감축 로드맵 이행 조치 및 기후변화 적응 강화’가 이슈로 꼽혔습니다.
농경연은 농업·농촌의 대내외적 여건과 주요 현안을 고려해 매년 농정 이슈를 선정합니다. 농업 문제는 단기간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정 이슈로 선정된 것이 많았습니다. 농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꾸준히 노력해야겠습니다.
더농부 인턴 송정민
제작총괄: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3년 10대 농정이슈>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자급률·농식품 수출은 올리고! 유통비용·농가 경영부담은 낮추고!>
뉴시스, <농식품부, 내년 상환 도래하는 1조 규모 농업인 융자 유예>
농림축산식품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각료선언문 필라1(무역) 내 농업 분야 주요 내용>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계획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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