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빼고 여름을 논하지 말라!” 피서 1순위 먹거리 수박 [재미있는 농업이야기 26]

미니수박, 컬러수박 등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수박이 소비자를 반기고 있다. ⓒ농촌진흥청

수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서양에서 모두 여름을 상징하는 과일이다. 수분 함량이 약 90%이며 포도당, 과당 등 당류를 함유해 갈증과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여름철 더위 나기에 제격이다.

수박은 과일 아니라 채소다?

이름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

서울 한강로 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소비자가 수박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많은 소비자들이 수박을 과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채소에 속한다. 참외, 오이, 호박, 멜론 등과 같은 부류다. 학명으로는 시트룰루스 라나투스(Citrullus lanatus)라 부르는데 이는 매우 작은 레몬류의 열매라는 뜻이다. 최초에 학명을 붙인 사람의 연구 대상이었던 재래종 수박의 과육 색이 레몬색이었던 것에서 유래됐다. 영어 이름인 워터멜론(Watermelon)은 말 그대로 물이 많다는 뜻이며 우리나라의 수박(물 많은 박)과 의미가 상통한다.

수박은 92%가 수분으로 사막 지방에서는 매우 중요한 수분 공급원이다. 한문으로는 ‘서과(西瓜)’라고 하는데 서역에서 들어온 오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문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고 의학 서적에서는 성질이 차다고 해 한과(寒果), 천생백호탕(天生白虎湯, 식물본초)이라 했다.

이집트에서 시작한 수박 역사

한반도는 16세기 이후로 추정

전남 구례의 한 농가에서 농민들이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뉴시스

수박은 기원전 2500년경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4500년 전 이집트 신전 유적에 수박이 상형문자로 기록돼 있다. 성경 ‘출애굽기’에 이스라엘 백성이 먹었다는 기록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에서 기원해 이집트를 떠난 수박은 상인들에 의해 지중해 지역에 전파됐다가 소아시아, 인도를 경유한 후 10세기 경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이동했다.

고려 충렬왕(13세기 말)에 원나라를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된 수박이 정착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널리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후일 것으로 추정한다. 최초 재배법이 기록된 우리 문헌은 강희맹의 ‘사시찬요초’(1480년 경)다. 오이, 참외, 수박 재배법을 월령가 형태로 기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나라 풍토에도 잘 맞는 일본 품종이 들어와 수박이 흔해지면서 우리의 전형적인 여름 과일로 자리 잡았다.

라이코핀·시트룰린 풍부

여름 건강 지켜주는 수박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직원들이 수박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수박은 여름에 땀으로 배출된 수분과 비타민, 미네랄을 보충해 주는 천연 이온음료다. 92%에 달하는 수분과 단백질, 당류, 비타민, 칼륨 등이 손실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 준다. 100g당 21㎉ 정도로, 단맛 때문에 오해를 받지만 먹어서 흡수되는 열량보다 소화과정에서 소비되는 열량이 훨씬 많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비타민 A, B, C가 고르게 들어 있어 아침식사 대용이나 다이어트식으로 적합하다. 얼음과 함께 갈아 시원한 주스로 만들면 여름 유아용 간식으로도 제격이다.

달콤한 과육엔 붉은색의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핀이 풍부하다. 라이코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항산화 기능을 인정한 건강 기능 성분이다. 피부미용에 도움이 돼 여름철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박은 자몽, 구아바와 함께 라이코핀 함량이 높은 3대 식품 중 하나로, 토마토의 1.5배에 달하는 양이 함유돼 있다.

수박의 또 다른 기능 성분으로는 시트룰린이 있다. 시트룰린은 껍질의 흰 부분에 풍부하게 함유된 성분이다. 혈관기능을 강화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뇌졸중과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스페인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시트룰린은 혈관을 이완시키기 때문에 운동 전 먹으면 근육통 발생 빈도와 심장 박동수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뇨작용을 도와 부종 예방과 체내 독성물질, 노폐물 배출에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수박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시판되는 라이코핀 보조제 하루 섭취량은 30㎎, 시트룰린 보조제 하루 섭취량은 250㎎이다. 수박의 라이코핀 함량을 50㎎/㎏이라고 생각했을 때 600g 정도면 유사한 양의 라이코핀을 섭취할 수 있다. 시트룰린은 수박 1g당 2.4~3.4㎎이 함유돼 있어 100g이면 충분하다. 수박 한 쪽이 약 100g이라 하루에 수박 6쪽이면 건강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흑피수박부터 베개수박까지

이색 수박 ‘완전정복’하는 법

초록 바탕에 검은 줄, 한 사람이 들기에도 버거운 큰 수박. 언뜻 수박하면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가 깨지고 있다. 요즘 시중에서는 껍질이 새까만 수박부터 씨 없는 수박까지 다양한 수박 품종을 만날 수 있다. 수박은 줄무늬가 있다는 편견을 깬 것이 2017년 가락시장에 처음 선보인 흑피수박이다.

흑피수박은 겉은 검고 속은 빨갛거나 노랗다. ⓒ농촌진흥청

흑피수박은 호피 무늬가 없는 대신 껍질 전체가 검은색을 띤다. 껍질은 검은색이지만 속은 빨갛거나 노랗다. 베개 수박으로 불리는 긴 타원형 수박도 새로 등장한 수박 품종 중 하나다. 베개수박은 4㎏ 내외 중소형 수박으로 짧은 타원형인 일반 수박(7㎏)과 달리 모양이 길쭉하다. 덕분에 좁은 공간에 보관할 수 있고 구획이 나눠진 냉장고 칸에 넣기도 알맞다. 일반 수박과 달리 자르지 않고 통으로 보관하기 쉬워 수박을 잘라 보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신선도와 품질 저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애플수박은 2㎏ 이하 소형 수박이다. 한 사람이 수박 한 통을 먹는 ‘1인 1수박’이 가능해 먹고 남은 수박을 버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일반 수박보다 씨가 작고, 사과나 배처럼 칼로 깎을 수 있을 정도로 껍질이 얇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도 적다. 처음 선보였을 때는 일반 수박과 같은 호피 무늬를 지녀 자투리 수박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생과일 음료, 빙수 등을 담아내는 장식용 그릇으로도 쓰이며 주목받고 있다.

긴 타원형이 특징인 베개수박이다. ⓒ농촌진흥청

씨를 골라낼 필요가 없는 씨 없는 수박은 일반 수박 다음으로 소비자가 많이 선호하는 수박이다. 씨 없는 수박은 4배체 수박과 2배체 수박의 교배로 만들어진 3배체 수박이다. 다른 식물의 유전자를 도입하거나 유전자 순서를 바꿔 개발한 것이 아닌 육종기술로 만들어진 수박이므로 안심하고 섭취해도 된다.


글=이옥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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